연말이면 학교는 다면평가, 근무평정, 균형성과평가제도(BSC)와 같은 1년 동안의 교육활동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런 평가를 왜 하는지를 잘 모른다. 잘 모른다기 보다는 평가의 목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고 이윤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것을 약간 수정하여 학교에 그대로 이식하다 보니 학교 실정과는 거리감이 있다. 여기서 오는 불만이 가득하다.
실제로 기업에서의 균형성과평가제도(BSC)는 재무적인 측면과 더불어 고객, 내부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 등 기업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균형잡힌 성과측정기록표이다. 현재의 기업 상황을 평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경고등 역할을 하며 사업전략을 세울 때 중요한 정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네이버 지식백과사전)
그러나 학교에서의 균형성과평가제도(BSC)는 1년 동안의 교육활동을 단순히 평가하는 귀찮은 존재이다. 성과지표를 살펴보면 억지로 짜 맞춘 흔적이 역력하고 해마다 좀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노력(?)하다보니 쓰레기와 같은 내용도 홍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과지표에서 홍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을 보도자료로 토해내고 있다. 홍보를 맡고 있는 교사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균형성과평가제도(BSC)에 의한 결과가 다음해의 학교교육과정 수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의 비전을 성취하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평가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다른 평가 역시 양적인 결과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실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생활하는 교사는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어느 관리자와의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어떻게 무엇으로 수업을 열심히 하는 선생님을 알 수 있냐?'는 것이다. 학생에 대한 교사의 정성적인 평가를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창의성 교육을 할 수 없듯이 지나치게 정량적인 평가에만 몰입된 평가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 이러니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귀찮은 업무일 뿐이다. 근무평정을 높게 받아야 할 교사는 질적인 부분보다는 양적인 산출물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미래 지향적이어야 할 평가가 오히려 학교의 성장을 더 방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다. 교사의 업무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필요한 행정적인 지원활동이다. 학교의 현실과 맞지 않는 많은 평가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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