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관리자로 승진하신 분이 겪은 이야기입니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전직원 워크샵을 갔다고 합니다. 1일차 워크샵을 마치고 회식을 하러 갔는데 교직원들이 관리자를 모시는(?)데 소홀했나봅니다. 어느 순간 관리자가 숙소로 먼저 들어가고 없더랍니다. 그래서 피곤해서 숙소에 들어간 줄 알고 노래방까지 갔다가 숙소를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음날 관리자가 숙소에서 나오지 않더라고 합니다. 어제 저녁 회식의 서운함을 드러내며 누워서 아침식사를 거부하더랍니다. 왜 기분이 언짢은지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였다고 합니다. 연구부장은 2일차 일정을 진행해야 하는데 난감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교무부장이 전교직원을 데리고 교장숙소에 가서 무릎을 꿇고 빌자고 했답니다. 대부분의 교직원은 황당하면서도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지금 관리자가 되신 이 분은 이것은 아니다 싶어 혼자 거부했다고 합니다.
다른 교직원들은 아무 이유도 모르고 용서를 받은 후에 다음일정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교무부장선생님이 관리자를 잘 모신 것일까요?
관리자가 포함된 회식자리에 가면 그 분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관리자 수저를 비롯해 온갖 반찬을 관리자 앞에 갖다 놓으면서 다른 사람을 언짢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까지 자기만의 룰(?)을 지키도록 분위기를 조장합니다. 대부분의 관리자는 이런 상황을 불편해 합니다. 과연 이 분은 관리자를 잘 모시는 것일까요?
관리자가 새로운 학교에 부임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교감선생님과 교무부장이 학교의 현황과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설명하며 각 기관에 인사를 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거부했습니다. 본인 스타일대로 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교무부장이 각 기관을 방문하여 관리자가 바뀌었다고 안내하라고 합니다. 고민 끝에 교무부장은 다시 관리자에게 학교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인사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몇일 뒤에 무사히 인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관리자의 뜻을 거역하고 인사를 하게 한 것은 잘못 모신 것일까요?
요즘 학교 관리자를 CEO란 의미로 자리매김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관리자의 연수 주제에 직접적으로 'CEO'표현을 넣기도 하고, 주제에 표현이 안되어 있더라도 내용상 CEO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학교 관리자가 진정으로 CEO 개념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옛날의 관리자를 상상하면서 입에 발린 소리처럼 CEO의 철학을 갖기를 원하는지... ...
그리고 CEO의 의미라면 '모신다'는 용어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시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웃어른이나 존경하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받들다.'입니다. 또, 'CEO(chief executive officer )'의 뜻은 경영 최고 책임자란 뜻입니다. MS의 빌게이츠, 삼성전자의 윤종용부회장, LG전자의 김쌍수부회장 등과 같은 분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오너와는 명백히 구별됩니다.
경영을 잘못하면 주주에 의해서 그 자리에서 물리나는 자리가 CEO입니다. 그리고 CEO는 고객이 아닙니다. 그런데 학교 관리자는 다릅니다. CEO라는 철학을 갖기를 원하지만 실상은 오너의 개념을 갖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학교의 문화가 바뀌지 않는것 같습니다. 승진을 하기위해 필요한 근무평점은 관리자가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주어진 업무 열심히 하더라도 관리자가 근무평점 주지 않으면 승진하기 힘듭니다. CEO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들 잘 가르치고 주어진 업무 열심히 한 교사가 근무평점 잘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교사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사들도 학교 관리자를 CEO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변화면 좋겠습니다. CEO라는 의미의 관리자라 생각한다면 사전적인 의미의 존경받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CEO와 같은 관리자가 되고 싶은 교사라면 현재의 관리자 잘 모시면 좋겠습니다.
'학교 리더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관리자 되지 않겠습니다. (0) | 2013.03.16 |
---|---|
모난 돌이 됩시다. (0) | 2013.03.16 |
잘 모셔야(?) 합니다.Ⅰ (0) | 2013.02.24 |
많은 선생님이 학교에 있습니다. (0) | 2013.02.16 |
너 때문에 피곤하면, 나 때문에 즐거워야 한다. (0) | 2013.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