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더십

당신의 용감함이 필요합니다.

멋지다! 김샘! 2013. 3. 21. 11:25

 회식자리가 있었습니다. 관리자가 교사에게 직접적인 폭언을 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살아온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폭언과 욕설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심지어 법에도 없는, 본인만의 해석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다른 사람을 모함하는 단계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맞대응을 했습니다. 들리도록 '에이 ?발'하는 소리를 했습니다. 버럭 화를 내면서 '어떻게 나에게 욕을 할 수 있냐?'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욕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이해를 해야되고, 다른 사람이 욕하는 것은 왜 이해를 하지 못합니까?' 라고 따졌더니, 본인은 절대 욕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또 '평소에 하는 이야기와 회식자리에서 하는 이야기가 왜 다르냐고?' 따졌습니다. 이정도 되니까 주변의 동료들이 말렸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시간이 지난뒤에 다시 회식 자리에 갔습니다. 그 분은 다행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동료들의 반응에 더 화가 났습니다. 그렇게 폭언과 욕설을 듣고도, 협박적인 언행을 당하고도 도리어 나에게 내일 사과하라고 합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사과해야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잘못한 것은 없지만 그 분과 싸운 것이 잘못이라고 사과하라고 합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사과를 해야되는지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앞으로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동료가 '일을 지혜롭게 해결해야지 왜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냐?'고 나무랍니다. 그래서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앞으로 그 분과 회식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 것이고, 같이 하더라도 그 분이 그런 언행을 하기전에 마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라면 동의하지 못하고, 나의 언행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면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에 나에게 '사과를 해라, 지혜롭지 못하다.'라는 당신들의 생각을 강요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이런 행동들이 그 분과 같은 관리자를 만들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내용은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들 가지고 계신 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마다 관리자라는 권위에 눌려서, 그 분의 보복이 두려워서, 당장 내일 얼굴을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서, 용기가 없어서 참았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그 분 때문에 교무회의, 협의회, 워크샵 등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말한마디 안하고 빨리 마치기만을 긴장하며 고대했을 것입니다.

 그 분은 이야기합니다. 선생님들이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해야 학교의 변화가 생기니까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심지어 선생님들의 이런 소극적인 모습때문에 교육이 변화지 않는다는 비난하기까지 합니다. 졸지에 잘못한 것 없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또 돌아서서 그분을 비난하고 욕합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후배들이 '용감한 행동'을 하면 참아라고 합니다. 우리도 다 그렇게 했는데 부질없는 짓이라고 합니다. 과연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용감한 행동을 했을까요? 오히려 용감한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후배들이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매사에 관리자와 대립각을 세우며 싸워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관리자의 부당한 언행과 지시사항이 반교육적이고 반인간적이라면 최소한의 거부 의사는 표현하자는 것입니다. 공무원 윤리강령과 공무원법에도 상사의 부당한 지시사항은 거부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동조햇을 경우에는 법적인 처벌도 받습니다.

 나서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의 동료가 부당함을 표현하면 최소한의 동의 표현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첫번째 행복은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 행복한 인생을 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의 행복은 지금보다 더 나은 학교문화를 후배 선생님들에게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가슴이 콩닥거리고 요동치는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우리들의 작은 행동이 바람직한 학교문화를 정착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용감함이 필요한 학교입니다. 당신의 용감함을 보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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