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발령이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도벽이 무척 심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선생님의 돈을 훔쳤습니다. 그 아이의 선생님은 임신중이라 생활지도 업무를 맡고 있는 저에게 학생의 지도를 요청했습니다. 의욕이 넘치는 초임시절이라 그 아이의 지도를 맡았습니다. 그 당시는 가벼운 체벌은 허용이 되는 시기라, 체벌도 했습니다. 그 날 저녁에 그 아이의 삼촌이 전화가 왔습니다. 다른 반의 담임선생님이 왜 조카를 지도했느냐고 따졌습니다. 생활지도 담당이고 조카반의 담임선생님이 임신중이라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왜 심한 체벌을 했냐고 했습니다. 심한 체벌이 아니었고 통상적인 지도과정에서 이루어진 관례적인 것이다라고 했더니, 체벌로 인해 아이가 코피를 흘리고 열이 나고 상당히 불안해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내일 교장선생님을 만나러 온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그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초임시절이라 교장선생님을 만나러 온다는 삼촌을 만류하고 싶었서, 잘못을 인정하니 삼촌이 학교에 안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엄마의 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내가 학교에 가면 니를 칼로 찔러 죽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전에 교장선생님이 불러서 교장실로 가니, 삼촌이라는 분이 와 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서로 악수하고 화해하라고 하셨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삼촌이 아이가 쓴 글이라고 하면서 A4용지를 던졌습니다. 학습부진아라 두세 문장도 제대로 못써는데 세장 정도를 아주 꼼꼼하게 적었습니다. 내용이 더 충격적입니다. 아이를 의자에 묶어서 이 교실 저 교실 심지어 교무실에 끌고 가서 때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기가 선생님의 돈을 훔쳤다는 내용과 잘못을 인정한다는 내용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가 도벽이 있고, 돈을 훔쳤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자작한 일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 이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이야기를 하고 아이와 저와 삼촌이 함께 만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이쯤에서 마무리하자고 하셔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이 일이 있은 이후로 절대 다른 반의 아이를 지도하지 않습니다. 다른 반의 아이가 잘못하는 것을 보면, 그 담임선생님에게 알려 줄 뿐입니다.
학교 방송국 지도교사를 하고 있을 때입니다. 5학년의 여학생이 너무 힘들게 했습니다. 초등학교 학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것은 예사이며, 방송펑크와 후배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예사로 했습니다. 그래서 1년이 지난뒤에 방송국 운영계획에 방송펑크를 비롯한 방송국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제명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삽입하여 결재를 득했습니다. 그리고 방송국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설명을 하였습니다.
가을 현장학습을 갔다와서 퇴근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교장실로 오라고 했습니다. 갔더니 교장선생님과 두 분의 선생님, 그리고 모르는 남자분이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대뜸 '니가 우리 아이를 잘랐나?'라고 하면서 주먹을 날렸습니다. 피하는 바람에 맞지는 않았지만,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이 '어~어!'하고만 있었습니다. 침착하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현장학습을 갔다오는데 어떤 선생님이 자기 아이의 치마가 너무 짧은 것을 보고, '저게 어떻게 전교회장이 되고, 방송국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그것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했더니, 그 일 때문에 자기 아이를 방송국에서 제명시키겠다고 협박을 하지 않았냐고 했습니다. 순간 어제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아이가 방송을 펑크 낸 것도 모자라, 후배들을 모아놓고 부당한 행동을 하길래,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면 규정에 의거 방송국에서 나가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현장학습은 오늘 갔다 온 것입니다. 이런 설명을 하니 자기 아이가 거짓말을 할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 중간에 뭔가 오해가 있을 것이라고 하니 또다시 화를 내며 주먹을 날리려고 했습니다. 저는 피하면서 만약 맞으면 심각한 교권침해로 고소하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잠시 뒤 아이의 엄마가 찾아와서 남편을 데리고 갔습니다.
알고 보니 그 아이에게 치마가 짧다고 한 선생님은 그 아이가 저학년일 때 담임을 한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지역에 살고 있어 부모님들과 친한 사이였습니다. 현장학습을 다녀 오는 길에 그 아이의 옷을 보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아버지가 노발대발하여 학교로 찾아간다는 소식을 먼저 듣고, 자신을 회피하고 싶어서 그 아버지에게 전화로 엉뚱하게 저의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이후로 아이의 복장 지도 잘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 잘 믿지 않습니다. 좋아하든 방송국 업무에 열정이 식어서 방송국 아이들 지도보다 동영상 자료 제작을 비롯한 자기계발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아빠와 아들이 1박 2일동안 캠프를 하게되었습니다. 입소하는 첫날에 명단을 확인하고 이름표를 나누어 주는데 한 아이가 달려와서 방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거라'라고 했습니다.-경상도에서 이 의미은 원래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흔히 사용됩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아빠가 큰 소리를 치면서 왜 우리 아이를 저리 가라고 하느냐며 따졌습니다. 그래서 명단을 확인하고 이름표를 나누어 주는데 방해가 되어서 그렇다라고 했습니다. 아빠의 대답이 어이가 없습니다. 저리가서 앉으라고 해야지 왜 가라고 했느냐고 따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죄송합니다라고 하면서 그 순간을 넘겼습니다. 2일동안 그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냥 두었습니다. 그리고 부모와 함께하는 유사한 교육활동에서 아이 지도 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통한 교훈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만든다고 합니다. 선생님도 예외가 아니겠죠? 경력이 쌍이면서 지식과 경험을 통한 교훈도 쌍입니다. 그런데 경험을 통해 얻지 말아야 하는 교훈도 많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교권이 추락하면서, 엄밀히 말하면 교권의 추락보다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에서 선생님의 권위가 없어지고 그냥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이를 조장하는 자극적인 언론들, 학교 폭력을 비롯한 청소년의 문제와 교육정책의 실패를 학교와 선생님의 잘못으로 돌리는 교육행정과 이를 맹신하는 다수의 국민들에 의해 선생님은 그냥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정말 경험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겪고 있습니다.
당연히 선생님들도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소극적인 지도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무사안일이고, 철방통이고, 목을 잘라야 한다고 겪한 반을을 쏟아 냅니다. 아이를 지도할 수 있는 손발을 다 묶어두거나 잘라놓고 어떻게 지도하라는 것입니까?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기 위해, 도벽있는 아이를 지도하기 위해, 선생님의 잘못을 덮기 위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지도하기 위해, 학력을 높이기 위해 체벌을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이 발생하면 아이의 말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선생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자녀를 교육하자는 것입니다. 민원을 제기하기 전에 전체교육을 위한 것인지? 자기 아이만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불필요한 경험을 통한 교육의 결과는 결국 아이들의 교육 부재로 이어집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면 어떻게 되겠습니다. 부모님이 선생님을 무시하고, 학교를 무시하고, 교육을 경시한 결과가 어떻게 돌아오겠습니까? 그 피해는 누가 보겠습니까?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으면 지금 냉정하게 아이들 잘 키우고,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당장은 손해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겠지만, 그 손해가 아이의 장래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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