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정말 싫어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학년이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학을 본능적으로 싫어합니다. 물론 다른 교과목에 비해 해결과정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회피하는 것입니다. 그럴때 마다 수학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여러가지 훈계로 설득을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외현적인 보상으로 꼬시기(?)도 하지만 그때뿐이고, 다음번에는 더 큰 보상을 요구합니다. 선생님의 속은 부글부글 끓습니다.
학습을 하고자 하는 동기와 흥미가 수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학생들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그래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기발한 생각과 방법으로 학습동기를 유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학습연구대회나 연구교사 수업을 참관해보면 그 노력에 감탄이 절로 쏟아집니다. 그러나 다수의 학생들은 순간적으로 그 방법에 호기심과 신기함을 표현하지만 학습의욕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수업이 진행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선생님은 물질을 내세워 외현적 보상을 약속하고 수업에 잘 참여하기를 부탁하기도 합니다.
흔히 있는 일이며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며, 해마다 제기되는 비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들려오는 소식은 의하면 교육감의 지시에 의하여 평소 수업을 묵묵히 잘하는 교사에게 승진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T/F팀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해가 가면서도 씁쓸한 것이 수업은 선생님의 기본 능력입니다. 그리고 선생님마다 자신의 소질과 능력에 맞는 효율적인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꾸준하게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을 검증하여 승진가산점을 준다고 하면, 그 검증 과정을 객관화하기 위하여 필요없는 기준을 만들게 되고, 그 기준만을 만족시키면 좋은 수업으로 인증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융통성 있는 다양한 수업보다 틀에 짜여진 딱딱한 수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진로교육과 인성교육이 법적으로 확보된 시간에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교과수업 시간에 학생들과의 많은 대화와 교감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식적으로는 교과수업, 진로교육, 인성교육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합되어 가르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교과학습만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범적이고 도덕적인 사람을 임용시키고 그렇지 못한 현직 선생님에게는 많은 비난이 쏟아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승진가산점을 주기 위한 기준이 마련되면 이 기능이 상실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교폭력에 관한 승진가산점이 도입되어 실시되고 있습니다. 인센티브만 제공하면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질 것이라는 착각을 교육관료들이 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뇌에는 쾌감중추와 이타중추가 있다고 합니다. 물질적인 보상에는 쾌감중추가 발현하고 다른 사람을 돕거나 선행을 하면 이타중추가 발현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두 중추는 동시에 발현될 수 없다고 하지만 충돌하는 경우가 생기면 쾌감중추가 이타중추를 이긴다고 합니다.
교실에서 어려운 수업을 회피하는 아이에게 외현적인 물질적 보상을 하게되면 처음에는 성공적입니다. 그러나 외현적 보상에 길들여진 아이는 더 큰 보상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 보상이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고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흥미를 잃습니다. 지속적이고 더 자극적인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습 자체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돈으로 인센티브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돈이라는 보상이 빠진 정책이 없었고 선생님들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돈이 선생님들의 쾌감중추를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강력한 보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나라에서는 복지예산의 증가로 교육예산을 줄인다고 합니다. 더 쾌감을 주기 위하여 보상을 증가시켜야 되는데 줄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승진가산점입니다. 돈 안들이고 베풀(?) 수 있으며 더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문제는 외현적인 물질적인 보상이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듯이 선생님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인센티브가 학교를 황폐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경쟁으로 갈등을 양산하고, 배려하고 협력해야 할 학교가 서로 반목하고 시기하는 장소로 변질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묵묵히 학교와 교육을 지탱하든 선생님들도 상대적인 박탈감에 이제는 인센티브가 있는 교육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약물 중독자는 약물의 위험성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약물을 끊기 위하여 노력도 합니다. 그러나 쾌감중추가 이타중추를 강하게 누르고 있기 때문에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학교에 주어지는 인센티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쾌감중추에 강하게 작용되어 초기중독의 단계에 빠져있습니다. 헤어나지 못하는 단계에 빠지기 전에 중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쾌감중추를 자극하는 방법보다 아드레날린과 앤돌핀을 분비시키는 방법으로 이타중추를 자극하는 교육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그 방법과 정책을 찾는데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인센티브는 마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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