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불법단체일때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교육제도에 대한 불만때문에, 관리자에 대한 불평으로, 편안한 학교생활을 위한 것도 아닌 전교조가 주장하는 교육이 좋았습니다. 그랬기에 퇴근 후에 사무실에 모여서 우리 교육에 대한 여러가지 주제로 토의하고 토론하는 것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여러가지 활동들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비합법단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참교육을 위한 열정으로 이겨내는 조합원들의 모습은 힘든 산행 후에 맛보는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같아서 힘든 학교생활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습니다. 전교조는 온갖 외형적인 어려움과 내부적인 갈등을 겪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교조 역사의 전환기가 될 수 밖에 없는 진보교육감의 시대가 만개했습니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환호와 우려의 목소리가 섞여나옵니다. 심하게는 직선제를 폐지하고 대통령이 지명하자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힘있는 아이가 놀이에서 질 것 같으면 놀이 규칙을 바꾸는 것과 같은 형국입니다.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하여 다음 선거에서 국민이라는 공정한 심판의 판정을 받는 지혜롭고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포기하는 듯하여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도 우려스럽습니다. 직선제의 교육감 선거제도가 우려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선거의 전개과정이 정치인을 뽑는 것 같아 우려스럽고, 정치와 관계가 없는 데도 선거결과에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또한 우려스럽고, 교육이 정권창출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가장 우려스럽습니다.
그래서 진보교육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교육감이 바뀌면 항상 새로운 인사가 단행됩니다. 하지만 도덕성과 업무추진에 결함이 있는 분들만 과감하게 후퇴시키고 능력있고 존경받는 분들을 발탁하여 보복성이나 편가르기 같은 인사를 극복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선거때마다 되풀이되는 공무원의 불법적인 선거운동과 줄서기 관행을 철폐하여 공무원을 지켜주고 국민에게 환영받는 인사가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공감하는 교육정책을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기 전에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 공감하지 못하는 전시 정책이나 인기 영합적인 교육정책의 폐지가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새로운 교육정책도 기존의 교육정책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학생, 학부모. 선생님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청회를 비롯한 다양한 의견 수렴으로 학생, 학무모, 선생님들이 공감하고 환영하는 교육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랍니다.
신념에 대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여 선의의 경쟁관계가 형성되도록 해야 합니다.
진보교육감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은 진보교육에 대한 지나친 탄압도 그 원인이 됩니다. 보수와 진보는 신념의 문제라서 부정하고 탄압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지지하는 정당의 잘못에 관대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따라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여 무시하고 부정하기보다 수용하고 지원하여 진보의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는 선의의 경쟁구도를 만들어 교육의 발전과 성장을 이루어야 합니다.
전교조도 참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비슷한 신념을 가진 선생님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입니다. 그리고 전교조가 진보교육감을 탄생시키는데 혁혁한 공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불편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전교조와 다른 신념을 가진 분들이 그러했듯이 전교조도 오만과 독선으로 빠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보교육감을 환영하는 단계를 벗어나 전교조와 동일시하거나 옥상옥이 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한 언론매체의 논평에서도 전교조의 새로운 전성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을 지적하였고, 전교조 전위원장도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을 위하여 지금보다 더 뼈를 깍는 고통이 있어야 한다고 충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증가할 조합원들의 질적인 성장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과 시행,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의 상쾌한 바람이 되는 전교조가 된다면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것입니다.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교육감이 되면 좋겠습니다.
교원성과금, 학교폭력예방에 관한 가산점 부여, 아무 가치도 없는 성과위주의 학교평가 등과 같은 소모적인 경쟁교육정책에 의한 갈등, 행정업무와 교무업무의 기준이 없어서 생기는 갈등과 이를 어설프게 해결하는 관리자 때문에 생기는 갈등, 토요방과후 프로그램의 학생 강제 동원에 따른 갈등, 학교폭력 발생에 의한 학교와 학무모의 갈등, 갈등을 조장하는 교육부의 교육정책을 여과없이 시행해서 생기는 갈등 등으로 학교는 지칠대로 지쳐있습니다.
학교가 힘들어졌다고 하는 것은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와 관련된 일들이 증가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는 교육부와 도교육청의 비교육적인 교육정책들 때문입니다. 이런 갈등조장 교육정책들의 과감한 폐지를 건의하고 어쩔수 없이 시행해야 된다면 최소한의 시행으로 학교의 갈등을 최소화시켜야 합니다.
장학관 장학사들의 역할은 학교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특정학교와 특정인을 배려하거나 지침에 어긋나는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는 정책시행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학교를 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장학관 장학사들이 있습니다. 이런 편협된 사고로 갈등을 조장하는 장학관 장학사들을 과감하게 후퇴시키고 유연한 사고와 도덕성에 바탕을 둔 덕망있는 분들을 기용하여 학교를 지원하도록 해야 합니다.
정책을 직접 추진하는 장학관 장학사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교육감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부도덕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장학관 장학사들이 발견되는 즉시 후퇴시키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진보교육감의 시대가 열린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러나 이전의 실패한 교육감들의 길을 따라 걷는다면 진보교육은 영원히 사리질 지 모르는 중요한 기로에 처해 있기도 합니다.
신념이 다른 단체를 수용하고 지원하는 특별한 노력으로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공정한 인사로 신임을 얻는다면 진보교육이 국민들의 가슴에 희망의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답답한 우리교육에 희망을 불어넣는 상쾌한 진보의 바람을 기대합니다. 20년 전의 그 희망의 바람을 다시 맞이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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