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마라!'
세월호의 안내방송에 따라 아이들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우왕좌왕하거나 당황하지 말고 안내방송에 따라 침착하게 대처하라고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책상 밑이나 건물의 기둥으로 피신해 머리를 보호하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세월호의 아이들은 사물함 속에 몸을 접은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만약에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과 무능력이 없었다면 안전교육을 잘 받은 세월호의 아이들에게 지금과 같은 참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 한국방송에서 어느 신문을 인용했습니다. 그 신문의 내용은 학교의 안전교육 시간은 자습시간으로 운영되며,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도 학교 안전교육의 부재라는 것입니다. 무엇을 근거로 취재를 했는지 밝히지도 않았으며 이것을 인용한 한국방송도 그 근거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찾습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원인을 정확하게 찾지 못하면 처방도 정확하게 하지 못합니다. 학생들과 관련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직접적인 원인을 찾기보다 학교에서 그 문제를 찾아 대책을 마련하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학생 사고가 일어날때 마다 학교는 관련 공문작성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예방교육울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반영한 내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라는 것이 일반적이 대책입니다.
정보통신윤리교육 연 7시간 이상, 친구사랑관련교육 연 4시간 이상, 가정폭력 예방교육 연 1회 이상, 학교폭력예방교육 연 10시간 이상, 흡연음주약물오남용예방교육 연 2회 이상, 성폭력예방 및 성교육 연 15시간 이상, 보건교육 연 17시간 이상, 자살예방 지도 연 2시간 이상, 학교안전교육 연 8회 이상, 통일교육 연 2회 이상, 독도교육 연 10시간 이상, 다문화교육 자율, 식품안전 및 영양식생활 교육 월 2회 이상 그동안의 대책이었습니다. 물론 시도별 차이는 있습니다.
이러한 대책의 부작용도 있습니다. 연간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대책들이 쏟아질때 마다 교과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그리고 관련 교과에서 충분히 가르치고 있는 내용들이고 행사활동이나 현장체험학습을 할때마다 사전 안전교육을 실시함에도 제시한 대책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학생들과 관련된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그릇된 성장중심의 불편한 우리사회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유해환경, 스마트폰을 비롯한 최첨단 정보기기들의 유해 콘텐츠 등에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사회구조는 성장중심의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입니다. 학교교육만으로 예방하기는 역부족입니다. 어른들의 의식이 바뀌어 사회가 변해야 해결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많은 국민들의 머리에서 적당히 잊혀지기를 바랬다가 어른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채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수학여행과 안전교육이 참사의 원인이 아닙니다. 돈을 위해 생명까지도 경시하는 어른들의 욕심과 잘못된 선택이 참사의 원인입니다.
학교의 안전교육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위한 방안에 불과합니다. 우리사회가 안전사고의 안전지대라면 학교에서 배운 안전교육도 필요없습니다. 어른들이 사고내면 학생들에게 현명하게 대처하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어른들이 원인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어른들이 사고치지 못하도록 근복적인 해결책이 제시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예상했던대로 안전교육 실시 현황을 보고하라는 공문이 학교에 왔습니다. 안전교육에 여객선, 비행기 탑승 시 행동요령이 빠져있었다고, 시간이 부족했다며 호들갑을 떨겠지요? 그래서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의 부실한 안전교육이 사고의 한 원인이라고 하겠지요?
만약 이번에도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슬며시 넘어간다면 학교의 안전교육은 '사고가 발생하면 안내방송을 절대 믿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여 위기를 모면하라'고 가르쳐야 될것입니다.
세월호의 참사로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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