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더십/신규교사 멘토링

조언이나 충고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의사소통의 수단입니다.

멋지다! 김샘! 2014. 8. 8. 16:41

 경남 진주에서 제일 높은 집현산에 갔습니다. 흐린 날씨였지만 폭우가 아닌 이슬비 정도 내릴것이라는 기사예보를 믿고 큰 걱정없이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시작부터 시작된 가파른 길은 정상까지 이었졌습니다.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물을 마신뒤 장군봉을 경유하는 순환코스 산행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풀이 길어 불편했지만 장군봉까지의 산행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장군봉에서 출발지인 응석사로 돌아오는 안내판이 없었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있었지만 엉터리였고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군봉 근처에서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돌아와서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결론적으로 응석사와는 거리가 아주 먼 길이었습니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슬비가 폭우로 변했습니다.

 응석사와는 거리가 있더라도 일단 아래쪽의 마을로 내려가자고 아내와 협의한 후 임도를 따라 무조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내려 오는 길 역시 아무런 이정표가 없었습니다. 폭우를 맞으며 겨우 마을(임곡마을)로 내려와서 마을 어르신께 현재의 위치와 응석사 가는 길을 여쭈었습니다. 어르신은 당황스러워하시면서 여기서 응석사까지는 걸어서 갈 수 없는 거리이며, 걸어간다고 해도 지금 시각과(오후 6시) 내리는 비를 감안하면 불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국도까지만 가면 응석사까지는 갈수 있겠다는 생각에 국도까지의 거리를 여쭈었더니, 국도까지 가서 택시를 탈 수도 있겠지만 여기는 외진 곳이어서 지나가는 택시도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갑도 없는 상황에서 택시를 탄다는 생각보다, 지나가는 차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친구나 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국도까지 걸어갈테니 휴대폰과 차열쇠가 물어 젖지 않게-배낭안에 두었지만 엄청난 폭우였기에 젖을 염려가 높았습니다.- 비닐봉지 하나만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어르신이 난처한 얼굴로 위생비닐봉지를 건네주시고 난 후, 비닐하우스용 비닐을 가지고 오시면서 자기차 시트에 깔아 놓고 앉으라고 하시면서 응석사까지 태워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미안한 마음과 국도까지만 가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극구 사양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어르신과 어르신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고집 피우지 말고 빨리 차에 타라고 했습니다. 죄송하고 불편한 마음에 아내와 같이 차를 탔는데, 어르신의 이야기를 정말 잘 들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응석사까지의 거리도 거의 반나절 거리였고 내린 비와 내리는 폭우로 인하여 침수된 도로가 곳곳에 있었으며, 응석사에 도착했을 때엔 작은 계곡과 출입계단으로 엄청난 흙탕물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내가 만원을 비상금으로 가져와서 죄송하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부끄럽게 만원을 내밀었습니다. 어르신은 씩 웃으시며 조심하라는 말씀만 남기고 돌아가셨습니다.

 

 잊지못할 추억이 되었다고만 생각하기에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경험이었습니다. 만약에 어르신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떻게든 응석사까지는 갈 수 있었겠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난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까? 그리고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아내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생시켰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잘 할수 있도록 여러가지 조언을 해준 선배님들과 동료들이 고마웠습니다. 만약에 그 분들의 조언이 없었다면 잘못된 선택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을지,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의 고통을 주었을지를 생각하니 고개가 저절로 절레절레 흔들렸습니다.

 

 주변에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 관리자나 선배선생님이 있습니까? 있으면 당신은 정말 행복한 선생님입니다. 그 분들의 조언이나 충고에 진지하게 반응하여 존경받는 선생님과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선생님이 되십시오.

 그런 분이 없다면 아이들을 향한 열정과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신념으로 많은 선생님들이 길을 헤매지 않도록 올바른 이정표를 스스로 세우십시오. 그래서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는 선배선생님이 되십시오.

 조언과 충고가 질타하거나 책임을 따지기 위한 것과는 구별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의사소통의 수단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