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2~3년의 초임시절에 PC통신 천리안에 선생님동호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PC통신은 지금의 스마트폰 이상의 신선하고 획기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창조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오프라인의 인간관계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많은 선생님들의 해방구였습니다.
저도 학교의 여러가지 불합리한 점과 관리자의 터무니없는 횡포를 주저없이 말하여 선생님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선생님이 댓글로 '투덜이'이라고 비판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비판을 가하는 '투덜이'가 아니라 학교의 잘못된 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하는 '실천가'라고 항변을 했더니, '투덜이'와 '실천가'가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지금 자세한 기억은 할 수 없지만 실천가는 무조건 비판하고 불평만 하는 단계를 넘어서,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다수에게 불이익을 주는 학교 문화를 개선하고자 솔선수범하는 것이라고 답변을 한 것 같습니다.
만약에 '돌직구의 위력은 컨트롤이다.'라는 문장을 빨리 접했더라면 좀 더 효과적으로 답변을 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얼마전에 후배들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기다가 그 자리에 없던 한 후배의 무용담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후배는 자신의 몸이 피곤하거나 수업이 하기 싫으면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잠을 자거나 그냥 재미있게 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학교의 관리자는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물었더니, 그 후배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서 '똥이 겁이나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묵인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의 짐작과는 다르게 그 후배의 그런 태도가 아주 훌륭한 일을 한 영웅들의 무용담처럼 전파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경력이 얼마되지 않은 선생님들이라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충고를 했습니다.
자신의 편리를 위해서 억지 부리고 경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당참일까?
무조건적으로 관리자의 조언이나 충고에 격앙되게 반응하여 관리자를 난처하게 하는 것이 패기일까?
아이들이 좋아하고 아이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열정일까?
어떤 조직이나 사회에도 불합리한 문화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불합리한 문화에 대한 개념 정의가 옳아야 합니다. 흔히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불합리하다고 판단하거나, 조직이나 사회의 발전이 아닌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불합리하다라고 정의한다면, 오히려 자신이 불합리한 문화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내가 싫은 것을 거부하기 위해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즉흥적이고 무계획적으로 억지부리고 격앙되게 반응하는 것은 열정과 패기가 아닌 무개념의 무대포일 뿐입니다.
돌직구의 위력이 빛나려면 컨트롤이 되어야 하듯이 자신의 행동이 패기와 열정으로 인정받으려면 다수에게 불이익을 주는 생활양식, 변화를 방해하는 오해와 모함, 습관화된 냉소주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보신주의에 일침을 가하는 용기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열정적이고 패기있는 교육운동가와 실천가가 모두 될 필요은 없습니다. 그러나 컨트롤이 정확한 돌직구를 장착한 선생님에게 냉소와 조롱보다, 용기와 격려로 착한문화가 생산되도록 노력하는 선생님은 되어야 합니다. 최소한 컨트롤이 안된 돌직구를 가진 선생님을 묵인하거나 치켜세우는 학교문화를 생산하는 선생님은 되지 말아야 합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트의 '돌직구의 위력은 컨트롤입니다'라는 지인의 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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