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더십/신규교사 멘토링

절대로 포기하지 맙시다!

멋지다! 김샘! 2014. 12. 5. 15:57

 우리반에는 모든 숙제와 준비물, 가정통신문 전달 등을 하지 않는 아이가 있습니다. 과제물을 검사하는 날이면 이 아이를 나무라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늘 있는 일이라 무감각으로 받아들인지 오래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야단칠 것이 있으면 오전보다는 오후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 아이에게는 예외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점을 오전에 꼬집어 준 후 학교에서 수정토록 하여, 자기가 해야 될 일을 자기 힘으로 마무리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독서발표회 원고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니 버티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대신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잘못된 습관을 고쳐줄 단단한 마음으로 정해진 기간까지 원고를 제출하지 않았기에 아예 대회에 참여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함이나  실망감은 찾을 수 없었고, 자기는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뒷통수를 한대 얻어 맞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은 것 같아 큰 실망은 하지 않았습니다.

 2학기에 실시하는 1인 1탐구발표대회에는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자신이 직접 탐구한 것을 발표시키기로 다짐하고 장기계획으로 지도를 시작했습니다. 시작 전에 작년에는 어떻게 참여했는지 물어보니 역시 선생님이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네가 직접 탐구한 보고서로 탐구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이 대신 작성해 주거나, 발표에서 제외시키는 일이 없을 것이니 작년과 같은 상황을 기대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대신 끝까지 지도하여 발표시키겠다고 일방적인 약속을 한 후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로 현재의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었더니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아이의 상태를 사실적으로 이야기 해 주지 않은 선생님들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가볍게 표현하기에 선생님들에 따라 지도관점이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렸습니다.

 

 여름방학전부터 치밀한 계획으로 시작했지만 정말 힘든 지도시간이었습니다. 몇번이나 '포기할까? 이것 하나 지도한다고 아이가 달라질까? 괜히 내 고집때문에 아이 고생시키는 것 아닐까? '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가 아니면 삐뚤어져 굳어버린 생각을 영원히 고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내용이나 수준보다 아이가 직접 모든 활동을 하도록 했습니다.

 보고서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프레젼테이션을 준비도 스스로 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발표 시나리오도 스스로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확인하고 수정하는 지도를 되풀이 했습니다.

 발표회 당일 아침에 최종 점검을 하니 어처구니가 없게도 어제까지 정리하고 준비한 것은 없고, 엉뚱한 것으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깜빡했다고 합니다. 부글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발표회가 끝난 후 다른 선생님들이 00이가 어떻게 발표 준비를 했는지 신기함 그 자체라고 말하기에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좀 달라질 것입니다.'라고 짧게 말하면서 '어제까지 준비한 것만 발표했어도...'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지금 많이 달라졌습니다. 가끔이지만 알림장에 메모하여 안내장을 비롯한 설문지 제법 잘 챙겨오고, 원래 안해도 되는 아이에서 해야 되는 아이로 생각하는 듯한 말과 행동을 합니다.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시간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힘들어서, 업무가 많아서, 잘 보이기 위해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하여,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아이들이 직접 해야 할 일들이 선생님들의 손으로 행해집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탐구욕, 능동적 의지는 포기되고 결국에는 스스로를 무능한 존재로 여깁니다. 아이들은 환경에 따라서 수준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원초적인 학습욕을 빼앗기는 원인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선생님의 전문성은 흔히 말하는 산출물의 결과에 쏟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바른 성장에 쏟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에 따라 처한 상황이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그 상황에 따라 효율적으로 지도하는 방법을 습득하기 위하여 연구와 연수활동을 하며, 관리자를 비롯한 선배 선생님들의 지혜를 빌리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작은 포기가 아이의 마음에 쌓이면 바른 성장이 포기됩니다. 아이의 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것들에 대한 과감한 포기로 아이의 바른 성장을 이끕시다. 왜 선생님인지를 생각하면 방해목록이 작성될 것입니다. 과감하게 정리합시다.

 그리고 선생님의 참된 전문성을 살리는 연구와 연수활동, 관리자를 비롯한 선배 선생님들의 지혜를 빌려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전문성을 기릅시다.

 

 절대로 포기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