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소규모학교에 근무하는 김선생님은 2월이면 걱정이 많습니다. 설문지를 통하여 아이들이 원하는 강좌를 파악했지만 강사를 채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차선책으로 아이들이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사를 채용하는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운영해야 하는 방과후학교 특성상 또 다른 강사를 구하지 못하면 프로그램 운영에 차질이 생깁니다. 부득이하게 선생님들이 내부강사로 방과후학교에 참여하게 됩니다. 부득이한 표현을 빌렸지만 강사수당 인상을 비롯한 처우개선으로 인접지역의 강사를 채용하려는 학교의 의지 부족과, 내부강사의 채용을 금지함과 동시에 지금의 스포츠강사 제도처럼 방과후전담강사(가칭)를 채용하여 순회하게 하는 등의 다각적인 면을 검토한 도교육청 차원의 제도 마련이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쉽고 어려운 것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신학기의 시작 3월에 선생님들끼리 모여 협의회와 연수를 많이 해야 하는데, 방과후학교의 내부강사로 활동하는 선생님들이 있기때문에 전체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나마 이루어져도 아침활동 시간, 우유급식 시간, 점심시간 등의 짜투리 시간에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도 부족하고 집중도도 떨어져 토의와 토론에 의한 결정은 기대하기 어렵고 전달과 지시가 대부분입니다. 혹여라도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여 협의회가 길어지며 교과시간의 감축으로 이어집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학생안전 지도가 최우선이어서 협의회로 인해 수업시간이 늦게 시작되는 학교문화 거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선생님들의 협의회와 연수, 동료장학시간도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
내부강사를 맡고 있는 선생님들도 정규 교과시간보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부담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정규 교과 지도를 위한 연구보다 방과후학교를 위한 연구에 더 신경을 쓰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심하게 표현한다면 돈이 덜 되는 사교육 시장에 선생님들이 진출한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시골 학교의 방과후학교 강사 문제가 학교 전체의 질적저하를 가져 오고 있습니다.
정책제안을 하기 위하여 도교육청 홈페이지를 검색했습니다. 검색을 하다가 학교업무경감에 대해 제안한 것이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학교업무 경감을 위해 운영되는 학교행정업무전담팀에게 승진가산점을 부여하자는 제안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을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학교업무 경감을 추진하는데, 학교행정업무전담팀에게 승진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승진을 하려면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보다 업무를 많이하면 된다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현명하신 분들의 바른 선택으로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답변대로 이루어진다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열정적이고 전문성이 있는 선생님보다 형식적인 성과와 업무에 중심을 둔 선생님들이 관리자가 될 것은 뻔합니다.
더불어 승진제도와 승진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승진만을 목적으로 하여 선생님의 도리를 다하지 않는 것과 이를 묵인하거나 심지어 장려하는 잘못된 인습, 지위가 능력이라고 생각하여 열정과 전문성, 경험과 지혜를 갖춘 평교사가 정당하게 대우하지 받지 못하는 문화가 잘못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다운 선생님이 승진하는 것을 가로막고 잘못된 학교문화를 답습하는 업무중심의 가산점 제도에 반대합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을 돌려주자는 정책이 오히려 열정과 전문성을 갖춘 선생님을 아이들과 분리하는 정책이 될 것입니다.
교원성과금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교원의 전문성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내부갈등만 부추켜 학교의 성장과 발전, 선생님들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정책이 되었습니다.
학교폭력예방과 해결에 기여한 선생님들에게 주어지는 가산점 역시 그렇습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하여 노력하지 않는 선생님이 어디 있습니까?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지 않는 선생님들이 어디 있습니까?
가산점을 받기 위하여 불필요한 곳에 낭비되는 열정을 아이들에게 투입하면 학교폭력을 더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제도의 모순을 '가산점을 받으려면 정도가 약한(?) 학교폭력이 발생해야 된다.'는 자조적인 농담이 잘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새로운 제도와 정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새로운 것에 의하여 더 큰 방해물이 생긴다면 결코 바른 제도와 정책이 아닐 것입니다. 우선 '급한 불부터 꺼자.'는 논리가 아닌 불을 꺼기 위해 쏟아 부은 물에 의해 새로운 희망이 싹트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더불어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걸림돌을 제거하는 노력이 우선되면 좋겠습니다.
더 큰 적(敵)의 탄생을 경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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