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옮기고 난 후 업무분장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방역, 수질 관리, 공기 질 관리가 선생님 업무로 되어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의 시설 관리는 마땅히 행정실에서 할 일이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그렇게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학기 중에 업무를 변경해야 되는 어려움을 감안하여 학년말에 실시하는 워크숍에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 선생님이 5학급일 때에는 행정실에서 했는데, 6학년이 되면서 선생님의 숫자가 늘어나 행정실을 돕는 차원에서 선생님의 업무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교감선생님이 업무분장은 교장선생님의 권한이니 건의하겠다고 했습니다.
행정실과 교무실의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의도가 아닙니다.
학교에 근무하는 분들은 모두 맡은 역할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존중받아야 합니다. 지위에 따라 인격적인 계급이 나누어지고 차별받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했을 때입니다. 관리자의 역할, 선생님의 역할, 행정실의 역할, 교무행정사를 비롯한 기간제 계약직의 역할이 다릅니다. 그리고 상호 간의 역할에는 전문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준중 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교장은 일의 양보다는 전문성을 살펴서 업무를 분장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업무가 한쪽으로 쏠린다면 학교 구성원들의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합니다. 시간 외 수당 지급을 비롯한 보상도 이루어져 합니다. 이 부분에서 관리자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어제 도교육청에서 각 학교 방과후학교 담당 선생님과 행정실 직원을 대상으로 2016학년도 방과후학교 계획 전달이 있었습니다.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강사 계약과 수당 지급을 위한 행정업무는 교사가 하지 말아야 된다는 도교육청의 공문이 각 학교로 발송되어 접수가 되었고, 선생님들의 방과후학교 관련 행정업무 경감을 위한 T/F팀의 결과가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방과후학교 운영을 위한 행정절차와 보고가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2015학년도와 바뀐 부분과 안전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조했습니다. 보고 횟수와 몇 개의 절차가 간소화된 것을 강조하며 업무 경감에 힘썼다는 정도였으며 방과후 관련 교직원들의 표창이 늘어났음에 만족하라는 뉘앙스였습니다.
학교 업무분장은 학교장의 권한입니다. 그래서 도교육청에서 교사가 하지 말아야 될 업무에 관한 공문이 와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간혹 부드러운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면 '그럼 누가 한단 말이냐?'입니다. 모순이죠? 업무분장이 학교장의 고유 권한이니 간섭하지 말라고 하면서 마땅히 리더십을 발휘하여 학교 구성원의 전문성을 살리는 업무분장에는 소극적이거나 그 권한을 포기합니다. 심지어 아이들을 가르치기 싫은 선생으로 호도합니다.
아마 도교육청에서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학교장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 해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일관성은 있어야 합니다. 어떤 공문은 교사가 하지 말아야 될 업무라고 하고, 실제 담당자는 당연히 선생님이 해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에게는 희망고문이고 관리자에게는 학교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인 것입니다. 그래서 방과후학교 도교육청 담당자는 솔직해야 됩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현명한 방법을 모색하는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행정실에서는 처음부터 방과후학교 행정업무가 선생님들이 했으니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관리하거나 지도하기 위한 것이 아닌 행정업무가 왜 처음부터 선생님들이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불만과 팽창하는 방과후학교 때문에 선생님 본연의 임무가 등한시되어 선생님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운영 중에 안전사고가 발생되면 학교 업무 담당 선생님이 책임져야 한다는 근거 없는 협박성 지시-돌봄 전담사와 방과후학교 강사 서약서와 계약서에 활동 중에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비롯한 모든 일에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에 의한 심한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을 것입니다. 이러한 불평을 듣는 것이 두려워서 지시와 전달만 하고 서둘러 연수회를 마치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다른 공문의 내용-교사가 학지 말아야 될 방과후학교 업무 공문-을 2016학년도 방과후학교 운영 계획에 포함시켜서 안내해야 했습니다. 이어서 현실적으로 학교에 강제하지 못하는 점도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공론의 장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방과후학교 운영을 할 수 있는 시도를 권고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수사례에 대해서는 일반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어야 했습니다. 관리자라고 모두 같지 않습니다. 리더십을 잘 발휘하여 학교의 어려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능력을 믿고 우수사례에 대한 보상을 마련하는 것이 학교 업무를 양적으로 바라보고 표창을 남발하는 것보다 나은 전문성에 대한 올바른 보상일 것입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 주어진 역할이 있습니다. 이 역할에 맞는 역량이 전문성입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전문성이 최대한 발휘되면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할 것입니다. 지금이 그렇지 못하다면 회피하고 감출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나의 역할을 냉정하게 생각해야 될 때입니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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