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였다.
옳은 일인지? 아니면 혼자만의 객기인지?
지금도 계속 망설여진다.
연수원을 탓할 마음도 없다.
당장 뜯어고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옳다고 우기고픈 생각도 없다.
하지만 변화는 시작돼야 했고 시작돼야 한다.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받을 때 전체 종례에서 건의를 했었다.
왜 1급 정교사 자격연수에서 교통법규에 관한 시험을 봐야 하는지?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시험도 아니고, 상식적인 교통법규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운전면허 시험에 나오는 교통법규를 외우는 시험을 치러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연수원의 횡포였다. 교양과목으로 교통법규가 편성된 것은 이해했다. 그러나 교육학을 비롯한 전공과목만 공부해도 벅찬데 시험에 교양과목을 포함시킨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큰 맘먹고 전체 연수생이 모임자리에서 교양과목은 시험에서 제외시킬 것을 건의했었다. 이미 출제했으니 시험 잘 보라는 것이 친절한 답변이었다.
17년이 지났다.
교감 자격연수를 받았다.
기대를 했다. 설렜다.
학교현장의 여러 문제를 진지하게 접근하고 싶었다.
교감 책무를 다하기 위한 현장중심 전문성을 기대했다.
대실망으로 시작되었다.
첫날부터 퇴직 교육장(교장)이 지도위원으로 있는 수련원에 1박 2일 동안 입소되었다. 퇴계 이황의 사상에 대해서 깊게 배우는 것도 아니고, 행적을 찾아서 이리 끌고 저리 끌고 다녔다. 모든 연수생들이 불만이었다. 더위에 지쳤다. 수련원장을 비롯한 지도위원들은 고생은 되어도 남는 것이 있을 것이란다. 그랬다. 사상보다 섬김과 배려의 리더십을 실천한 이황을 본받아 실천하라는 공허함만 남았다.
연수성적 이야기다. 점수를 깎기 위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연수성적보다 연수생끼리의 정보 공유와 질 높은 강의를 통해 좋은 교감이 되기 위한 기회로 삼으라고도 한다.
모든 강의 과목에서 시험 문제가 출제된단다.
1정 정교사 자격연수가 떠올랐다.
강사에게 시험문제 물어봐도 대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협력을 바탕으로 한 융합을 강조하는 교육과정과 똑같다.
이 모순된 구조는 연수가 끝날 때까지 강요되었다.
분임토의도 성적을 위한 실적물이 우선되었다.
가산점이 주어지는 반장, 총무, 분임장, 발표자는 능력과 관계없이 고경력자 우선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능력이 충분해도 가산점 때문에 저 경력자는 양보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야만 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임과 반도 있었다.
서술식 평가, 개인보고서 평가는 정해진 틀에 수기로 채워야 했다. 표절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표절을 찾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고경력의 연수생들은 빨리 발령을 받기 위한 초조한 마음에 강사에게 시험문제에 대해서 어김없이 물어본다. 부끄러웠다. 교직과 관련 없는 강사들의 눈에 어떻게 보였을까? 왜 이런 구조를 만들었을까? 좋은 교감이 돼라고 강조하면서 이런 구조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 왜 스스로 교직의 명예를 실추시킬까?
1정 정교사 자격연수와 교감 자격연수 평가는 상대평가여야 한다는 것이 법령으로 정해져 있는지 장학사 친구에게 물었다. 찾아보지 않아서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란다. 만약 절대평가도 가능하다면 현재의 상대평가는 버려야 한다. 승진가산점에 의해서 얼마든지 발령 순위 정할 수 있다. 현행처럼 상대평가를 고집하면 연수생 관리는 쉬울 것이다. 그러나 자격을 갖추는 연수목에는 많이 미달될 것이다.
연수 형태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오리엔테이션과 발표, 최신 교육 동향, 법령 및 사례, 리더십, 상담활동, 실습이 필요한 업무-예를 들면 호봉 획정- 등은 집합연수가 좋을 것이고, 단순 정보 및 개인 보고서, 서술형 평가 등은 원격연수가 좋을 것이다. 특히 온라인으로 파일을 제출받아 표절을 검증하는 절차는 꼭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서술형 평가를 강조하면서 교감이 서술형 평가를 회피하거나 능력이 부족하여 표절에 가까운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수치다.
현장 갈등 해결을 위한 실제적인 분임활동이 되어야 한다. 액션러닝-거듭 강조하지만 액션러닝은 좋다. 하지만 성적 중심의 현 연수 구조에서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으로 형식적인 분임토의를 하지만 실천력이 부족하다. 집합 연수 시작 몇 개월 전에 분임원과 대주제를 공개한 후 분임별로 온·오프라인 의사소통, 워크숍, 세미나를 실시하여 실제적인 갈등이나 고충을 해결한 후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교육의 모순을 그대로 옮겨 놓은 그릇된 연수 구조 개선되어야 한다.
좋은 교감 돼라고 얼마나 강조하는가?
좋은 교감이 저절로 되는가?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가?
교감 자격연수 구조적 모순에 주목하자. 그리고 개선하자.
마무리하며 상대평가를 고집할 것이면 시험지와 정답을 공개하자. 지필시험을 보는 순간 ( )에 조사와 부사를 정답으로 출제한 어느 교육학 교수가 생각났다. 문제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검증하고 쪽 좀 팔면 좋겠다. 이런 수준으로 취급당하고 교감 자격을 받는다는 것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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