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가 시작되었는데 악기 가방 둘러메고 당당하게 교실을 들어오는 학생이 있습니다.
관악부와 합창부원입니다.
4교시가 마치기도 전에 급식소로 내달리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사물놀이 부원과 스포츠클럽 부원들입니다.
학교규칙에는 관악부, 합창부, 사물 놀이부, 스포츠클럽 부원에게 특별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관악부와 합창부는 학교를 대표하여 경연 대회에 나간다는 권력으로 모두를 위한 강당을 독점하여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방해합니다.
관악부원과 합창부원은 학교를 대표하여 경연 대회에 나간다는 권력으로 1교시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합니다.
사물 놀이부와 스포츠클럽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연습을 해야 한다는 권력으로 점심 급식이 항상 제일 빠릅니다.
관악부, 합창부, 사물 놀이부, 스포츠클럽을 지도하는 교사는 항상 바쁩니다.
자기 반의 학생들은 후순위입니다. 후순위가 아니더라도 상대적인 피해를 피할 수 없습니다.
특별한 권력을 가진 아이들을 지도한다고 당연히 가르쳐야 할 아이들을 귀찮아합니다.
특별한 권력을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학교의 다른 업무에서 많이 제외됩니다.
학교는 모든 학생들을 위한 교육비를 특별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비로 제법 지출합니다.
특별한 아이들을 위해 지출된 경비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도 과소비로 지적받고, 무조건 돈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관악부와 합창부가 학교의 전통이라서 어쩔 수 없을 수 있습니다.
관리자의 정책적인 판단으로 사물 놀이부와 스포츠클럽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관악부, 합창부, 사물 놀이부, 스포츠클럽 부원이라고 다른 학생들보다 특별한 권력을 누릴 순 없습니다. 모두가 사용하는 강당 사용을 적정화해야 합니다. 더 좋은 것은 별도의 연습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리자가 있지 않습니까? 관리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여기저기 다녀야 합니다. 여기저기 다니지도 않고 불평등한 특권의식만 생산하는 교육활동을 강조하는 것은 학교의 관리자가 할 역할은 아닙니다. 여기저기 다녀도 안되면 관악부, 합창부, 사물 놀이부, 스포츠클럽의 성격을 경연 대회의 목적이 아니라 학생들의 꿈과 끼를 발산하는 활동으로 제한시켜야 합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관악부, 합창부, 사물 놀이부, 스포츠클럽 부원들에게만 1교시와 4교시 자유 이용권, 점심 급식 우선 배식권 발급할 수 없습니다. 여느 학생들과 꼭같이 학교 규칙 준수해야 합니다. 정말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특별한 혜택을 받아야 될 경우라면 이에 맞는 미안함과 고마움, 보답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당연함에 물들어서 특권에 맞는 인성이 갖추어지지 않는 학생들의 미래를 우리는 이미 겪었습니다. 특권의 당연함에 물든 학생들이 최순실과 그 일당들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특별한 대우를 받는 저급한 학교 문화에 반기를 들어야 합니다. 교사는 특별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존재가 아닙니다. 교사 자격증에 특별한 학생만을 가르치라고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학생들을 가르칠 그 재능 일반 학생들에게도 필요합니다. 러시아의 예를 들겠습니다. 영재성이 있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를 많이 배출하는 이유는 영재학생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재학생들을 가르치는 재능을 융통성 있게 일반학생들에게 적용하였더니 숨어 있는 영재학생들이 발굴되었고, 일반학생들의 성장도 놀라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재교육 교사 연수는 영재학생들만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일반학생들에게 적용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합니다.
교사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특별한 재능이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특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사용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사용을 승인하는 관리자에게 일침을 가해야 합니다.
학교는 자연적인 불평등과 돈과 권력으로 불평등화 되어가는 사회를 평등한 사회로 진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진화를 촉진하기보다 퇴행을 촉진하는 일련의 교육활동들로 특권이 당연함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 당연함이 우리나라를 퇴행시켰습니다.
함께 멈춥시다.
특권을 생산하는 교육활동, 함께 멈춥시다.
특별한 재능이 특별한 권한이 된 학교문화, 함께 멈춥시다.
특별한 재능에 맞는 인성보다 특권의 당연함을 길러 준 비정상적인 교육활동, 함께 멈춥시다.
1등 하는 학교, 빛나는 학교를 위한 교육활동보다 학생들의 가슴에 원칙과 정의를 새기는 교육활동, 함께 합시다.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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