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간섭

교사와 학연(學緣)

멋지다! 김샘! 2017. 10. 15. 14:16

아이들에게 이야기한 것은 실천하려는 교사입니다.
"오른쪽으로 다녀라" 했으면 오른쪽으로 다닙니다.
"실내화로 운동장에 가지 마라" 했으면 아주 바쁜 일이 아니면 실내화로 운동장을 가로지르지 않습니다.
"휴지 줍자" 했으면 눈에 보이는 휴지는 줍습니다.
"물을 아끼자" 했으면 학교에서만큼은 수도꼭지 단속을 잘합니다.
"바르게 인사하자" 했으면 아이들의 인사에 바른 자세로 답례합니다.
"책을 읽자" 했으면 아이들이 떠들어도 책을 읽습니다.
"잘못했으면 사과하자" 했으면 나의 잘못에 대해 아이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합니다.

잘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학연, 지연, 혈연에 매이지 않는 삶입니다.
학급에서 아이들이 선택할 일이 있을 때 친하다고, 같은 동네에 산다고, 같은 학원에 다닌다고 무조건 뽑으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교사로서 나의 삶은 모순입니다.
집안에 출세한 사람이 없고, 학교와 관련된 이들이 없으니 혈연은 신경 쓸 일이 안 됩니다.
지연도 탈피하는 습관이 되어 아예 염두에 두지 않으니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연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갈등의 연속입니다.
학연에서 자유로워지려니 주변인들이 이해를 못합니다. 오히려 짜증을 부리고 명백한 이유를 강요합니다. 이런 이들에게 무슨 이유인들 통하겠습니까? 그냥 싫다고 합니다. 또 어떤 이는 정말 거짓 없이 학연에서 자유로운 삶이냐고 묻습니다.

자유롭지 못합니다.

교사에게 '학연이 뭘까?'를 꾸준히 생각했습니다.
근래에 방향을 정했습니다.
교사로서의 삶을 사는데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성장을 방해하거나 가정(개인) 사보다 우선하거나 불법을 조장하는 학연의 행위에 동조하지 않겠습니다. 교사로서 가지는 학연에 대한 최소한의 실천 방향입니다.
교육대학교 동문들과 특정한 날에 산에 가지 않겠습니다.
교육대학 동문들과 특정한 날의 배구대회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교육대학 동문들이 특정한 기간에 내미는 명함을 반갑게 받지 않겠습니다.

어떤 이들에겐 조롱거리가 되는 실천입니다.
분명하게 봤습니다. 특정한 날 동문들이 산행을 한다는 알림이 있는 날, 다른 대학교 출신들의 일그러지는 인상을 봤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소모임을 결성하여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광경을 봤습니다. 위화감을 조성하는 학연의 행위입니다.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특정한 날 동문들이 배구대회를 한다는 알림이 있는 날, 배구를 즐기는 다른 대학교 출신 동료들의 "우리는 같은 선생 아니가"하는 불평을 들었습니다. 동반 성장을 방해하는 학연의 행위입니다.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선거기간에 성향과 정책에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이들이 동문을 강조하며 모임과 운동을 압박하며 부끄러움 하는 없는 얼굴로 대하는 것을 보면서 "나를 교육자로 보는가? 저런 이들이 후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운운할 사람들인가?"를 묻노라면 교사로서의 모멸감을 느낍니다. 학연이 주는 모멸감입니다.

동문이 맺어 준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재미있게 놀고 정보도 교환하겠습니다.
동문이 맺어 준 선후배들과 시국과 교육을 논하는 말다툼에 깊이 빠지겠습니다.
하지만 교사의 명예를 지켜주지 못하는 단체로의 변질에는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학교의 성장을 방해하는 나쁜 문화를 양산하는 행위에는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결론지은 교사로서의 학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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