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학교로 출근하는 느낌이었다.
기꺼이 출근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컴퓨터를 바로 켜서 공문을 확인했는데 생각만큼 공문이 없었다.
기획회의에서 학생 안전, 위생, 생활지도 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일대일로 협의가 필요한 안건은 기획회의에서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듣고 있는 내내 피곤했고, 내가 저 소리를 왜 듣고 있는지, 들어야 되는지….
행정실장이 방송실 공사와 관련하여 업자가 교장 선생님을 방문하니 함께 좋은 의견을 나누자고 했다.
나의 뜻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 뻔하여 거부했다.
한때 교육방송 전문가였고 아직까지 그렇게 기억하는 분들도 많다.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공문을 공람시키고 공람 내용을 메신저로 알렸다.
학생 임장 지도, 시대가 요구하는 학생 지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극복하자는 이야기를 담았다.
학생들의 군것질, 쓰레기 안 버리고 줍기, 막대나 돌 던지지 않기, 등교한 학생은 교사가 독단적으로 가정으로 보내지 않기, 학교 공사장 부근 접근 금지, 손발 씻기를 비롯한 위생지도, 계절에 맞는 옷 입기 등을 꾸준히 하자고 안내했다.
학생 놀이 시간에 여러 선생님들이 협의 요청을 했다.
선생님들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면 될 사안도 있었다.
선생님들 잘못이 아니고 특정인이 사소한 것도 협의하라고 강요하니 그렇게 하는 것인데 나는 반대다.
선생님들이 하는 교육활동은 실행자 스스로 결정하여 실행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물론 협의가 필요한 사항은 당연히 협의를 해야 한다.
협의를 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서 협의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교사가 성장한다.
학교장이 기획회의에서 어떤 담당 교사를 장학 지도할 것을 요구하여 담당 교사에게 지도 내용을 알렸더니 학교장이 알고 있는 내용과 달랐다.
어떤 교사의 잘못이 아니었고 교사는 원만하게 대처한 것이었다.
멋쩍어서 내가 교장 선생님이 말한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잘못 이해하지 않았고 교장 선생님이 내용을 사실대로 파악하지 않고 잘못 전달한 것이다.
전교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 후보 선생님이 학교를 방문했다.
내가 방문을 요청한 것이었다.
조합원이 될 수 없지만 격려하고 싶었고 변하지 않는 열정이 부럽다고 했다.
도울 수 있을 때까지 도울 것이다.
오후에는 교사 전보 프로그램 연수가 있어서 출장이었다.
일하기 위한 출장이어서 달갑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출퇴근 방법이 화려하다.
예전과 다른 것은 힘들다는 마음보다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둘째 용하가 어제 급하게 서울로 갔다.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1차 합격을 하고 논술 면접을 준비하는데 지방 일반고 학교에서 준비할 수가 없어서 사교육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담임 선생님과 학교에 대한 원망보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고 방법을 알려주니 고마웠다.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 아닌가 부정한다고 부정되지 않는 현실.
큰 아들이 서울에서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둘째에게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결과를 미리 생각하여 주눅 들지 말고 후회 없이 당당하게 준비하라고 했다.
출근길에 마음에 꽂히는 한 문장이 있었다.
‘날씨가 흐리든 맑든 할 일이 있고, 거기에 보람을 느끼면 마음이 즐거울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백낙청 회화록 6권 백낙청
#교감일기
#니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
#착하게사는 지혜 / 김상백 저
#내수업을간섭하지마라 / 김상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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