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 대학 동기 시모 상이 있어서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여러 대학 동기와 후배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상을 참 좁게 산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동기가 있었다. 자신의 좁은 식견이 마치 세상을 꿰뚫는 통찰 인양 으스댔다. 그렇게 살 수 있는데 남에게 영향력을 주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문제다. 나 자신에게도 가끔 발견하는 못된 심보 중의 하나가 타인의 좋은 의견을 선뜻 수용하지 않고 교묘하게 무시하는 것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맞이할 때 생기는 순간적인 불쾌감을 극복하는 수용 감성 훈련에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저녁에 반가운 후배를 만나게 되어 있었다. 이번 주 내내 설레었다.
꾸준히 생각하고 있던 관념이 불쑥 튀어나왔다.
교사를 수년에서 수십 년을 하는데 수업에 대한 철학을 대학 교수의 말이나 타인의 이론에만 기대야만 하는가?
자기 연구로 수업에 대한 철학과 방법을 정립하고 확신할 수 없는가?
자기 연구가 개똥철학을 바탕에 두지 않고 세밀한 논리적 근거로 제시할 수 없는가?
대학 교수의 말이나 타인의 이론을 소비하는 것이 만족한 교사의 삶이라는 늪에 빠져있지 않은가?
수십 년을 아이들을 가르치며 고민한 결과가 새파란 대학교수의 말 한마디, 그것도 외국 연구자의 말을 인용한 말에 고꾸라져야 되는가?
15초 수업 소감을 위해 먼 길을 왔다는 교수의 행위가 정당한가?
왜 우리는 그런 분들에게 교수님! 교수님! 하며 연신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가?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교사에서 연구하는 능동적인 삶으로 창조자인 교사가 되면 좋겠다.
그 교수님이 그랬다는 말보다 우리 학교 그 선생님이 그랬다는 말을 신뢰하는 학교를 상상한다.
그분들의 연구가 가치롭듯 내 실천의 연구도 가치롭다. 학교에서는 그분들을 능가한다고 자신한다.
연구하는 지적인 평등한 인간으로 당당하게 맞서기로 했다.
당당하게 맞서서 부족함이 드러나면 채우면 되고...
공문 담당자를 두고 행정실장의 의논이 있었다. 어떤 선생님에게 맞는 것 같아서 그 선생님에게 알리고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다. 잠시 뒤 그 선생님이 작년에도 똑같은 논란이 있어서 의논을 했는데 학사와 관련성이 가장 많아서 교무 선생님이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행정실장에게 교무 선생님을 담당자로 지정하라고 했다. 논란거리가 있을 때 다투지 않고 협의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는 우리 학교의 의사결정 방법이 참 좋다.
올해부터 안전책임관이 교감에서 교장으로 바뀌었다.
저작권 교육연수, 교직원 감염병 대응 모의훈련을 했다.
다음 주 월, 화는 연수 출장이고 금은 재량휴업일이다. 수요일만 출근한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
#내수업을간섭하지마라 / 김상백 저
#착하게사는지혜 / 김상백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