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학교에 왔다. 기르는 나팔꽃이 카이즈카 향나무를 잘 타고 올라가는지 확인했는데 예상보다 느렸다. 이 모습을 지켜본 주무관님이 "교감 선생님 큰 사람 밑에 있으면 떨어지는 것이 좀 있는데, 큰 나무 밑에 있는 작은 나무들은 힘듭니다."라고 한다. 우리 학교 교목은 카이즈카 향나무다. 우리나라 말로 섬향나무라고 한다. 일제가 의도적으로 심은 나무들이다. 교목을 쉽게 바꿀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카이즈카 향나무를 빙빙 타고 올라 많은 꽃을 피운 나팔꽃을 상상하며 카이즈카 향나무 아래에 씨앗을 심었는데 그늘 아니면 토양 때문인지 자람이 시원찮다.
학생들의 교육활동이 없는 날은 교사가 근무하지 않도록 했는데 근무한 교사가 조퇴를 신청했다. 출근할 수 있기 때문에 근무와 조퇴한 이유를 물어보니 선생님들끼리 의논하여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름방학 시작부터 현재까지 영어캠프 때문에 근무한 교사 말고 어느 누구도 근무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핑계들을 늘어놓았다. 근무했다고 탓하는 것이 아니라 할 필요가 없는 근무를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하는 소리라고 했다. 어떤 선생님에게 꼭 필요한 공문을 전화로 알리며 그 선생님의 핑계를 확인했더니 그렇게 의논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학교장의 결재를 득한 후에 교육청에 보고해야 될 내용이 있어서 방학 전에 담당 선생님에게 강조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었다. 보고한 대로 결재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지만 인사에 관계된 내용이라 절차상의 문제를 충분히 지적당할 수 있어서 매뉴얼에 의거-담당 교사가 확인하고 알린 사항임- 7월 말까지 학교장의 결재를 득하라고 강조했었다.
전화로 다그치려다 이왕 늦은 것 한 번 더 차분히 안내하고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서 불이익을 받은 사례를 안내할 것이다.
복무, 방학중 교사 활동, 매뉴얼, 지침, 법령에 의해서 꼭 해야 될 일을 등한 시 하는 것이 못마땅하여 공문을 전화로 전달한 교사에게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어디 속 시원하게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서 속풀이 한다고 했더니 해당되는 교사에게 본인이 전달할 의향이 있다고 해서 교감이 전달하는 것이 옳은 것이니 들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야비하지만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세상에 비밀은 없다 오늘 전화로 한 이야기는 교사들끼리 반드시 공유된다. 이야기를 들은 교사들은 본인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 자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남에게 들어서 기분이 나쁘다고 나를 탓할 것이다. 그러면서 고칠 것이다. 물론 내가 본인들에게 여러 번 이야기한 것은 기억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내가 욕을 듣는 야비한 방법이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고쳐야 한다. 나 또한 개학 후 본인들에게 한 번 더 이야기할 것이다. 둘째는 나의 하소연을 들은 교사는 관행에 의한 잘못된 판단으로 한 행동이 지적을 당하여 요즘 힘든데 교사로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로할 수 있고 성장을 멈추지 말 것을 은연중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혁신학교에 대한 제언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는데 어떤 기자가 기사화시켰다. 인터넷 신문이라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서울교육청 어떤 분이 출력하여 각 부서에 뿌렸다고 한다. 소위 히트를 쳤다며 기자가 알려왔다. 내가 근무하는 경남은 나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데 서울에서 알아주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공허함을 어쩌지 못하겠다.
저녁에 좋아는 친구와 후배들의 모임이 있다. 방학 때면 만나는데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퇴근하기 전에 일기 쓴다.
#교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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