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된 후에 많이 들은 이야기 중에 하나가 '술꾼이 일꾼이다.'와 '직원체육이 잘되는 학교는 모든 것이 잘된다.'이다. '술꾼이 일꾼이다.'라는 말은 학교의 회식 자리에 잘 참여하여 여러사람과 술을 잘 마시는 교사가 학교업무도 잘한다는 의미이고, '직원체육이 잘 되는 학교는 모든 것이 잘된다.'의 의미는 대한민국 모든 학교는 대부분 매주 수요일 수업종료 후에 직원체육연수를 실시하는데 주 종목이 배구이다. 이 직원체육연수 시간이 잘 운영되는 학교는 분위기가 좋아서 학교가 원활하게 잘 운영된다는 것이다.
'술꾼이 일꾼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회식자리에서 여러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생지도 방법, 업무 능력 등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학교회식에 강제성이 없고 자유스럽게 참석하라는 교장선생님과 근무했는데 학교회식에 참석하지 못하면 교장, 교감 눈치를 본다고 본인이 더 불편하다. 이 불편함만으로도 충분한 벌인데, 회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나무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오히려 서로 감정적인 대립각을 세워 분위기를 좋게하기 위한 회식이 오히려 학교에 독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 회식에 참석하는 구성원의 비율이 날로 증가하는 것이었다. 오고가는 대화도 학교발전을 위한 건의사항, 학생지도, 발전적인 의견 제시 등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회식이 부담이 없고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장으로 바뀌니 자연스럽게 학교분위기도 좋아지고 학교도 많은 발전을 하게 되었다.
또 다른 교장선생님은 직원체육연수 시간에 모든 구성원들이 참가하라고 했다. 출장을 제외한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더 힘든 것은 승부욕이 강하여 본인의 팀이 지는 것을 참지 못하였다. 참가한 구성원들은 스트레스 받는 직원체육연수를 빨리 마치고 싶어서 항상 교장선생님 팀이 이기도록 하였다. 기분이 좋은 교장은 저녁자리와 2차까지 끌고 다녔다. 외형적으로 아주 잘 운영되는 학교지만 내부적으로는 썩고 있는 것이다. 즐거워야 할 직원체육 연수가 짜증스러우니 학교생활이 즐겁겠는가? 교사들이 즐겁지 아니한데 학생들 또한 즐겁겠는가?
두 교장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운동시간과 음식이라는 영양분을 똑같이 제공하지만 한분은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중심적인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학교 운영은 소속감이나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지 못한다. 아니나 다르까 많은 교사가 다음해에 학교를 옮겼다.
교육발전에 필요한 영양분이 겉치레와 눈에 보이는 외형에만 제공되고, 교사와 학생의 자부심을 키우는데 인색하다면 영양분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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