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0년 3월 12일

멋지다! 김샘! 2020. 3. 12. 20:48

매일 업무 메일이 쏟아진다.
참고하라는, 공문을 반복하는, 잘못된 공문을 수정한다는, 보고 누락된 것을 알려주는, 여기에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공문보다 업무 메일이 도착했다고 알려주는 표식을 보면 더 긴장되기도 한다. 오늘도 이런 긴장과 나의 불찰로 담당 선생님에게 메일을 잘못 전달하기도 했다.
공문을 줄이라 했더니 업무 메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편리를 위해를 도교육청에서 지역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에게, 지역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학교 업무 담당 교사를 모르는 교감에게 보낸다. 교감은 업무 담당교사에게 전달한다. 내 경우는 업무 메일을 담당 교사에게 전달하는 것이 불편해서 웬만하면 내가 해결하거나 아니면 담당 교직원에게 물어서 처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얼굴 철판 깔고 무조건 담당 교직원에게 전달한 후 알린다.

쏟아지는 업무 메일을 줄여야 한다.
공문 총량제 이제 포기하시라. 업무 메일보다 공문이 훨씬 수월하다. 어차피 업무 메일로 온 것 보고나 제출하려면 관리자 결재 득해야 한다. 당신들은 공문 줄였는지 모르지만 학교는 절차만 복잡해져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교육 부실로 이어진다. 교사를 학생들 가까이에 더 오래 두려는 정책이 이제는 변질되었다. 과감하게 포기하시라. 다른 정책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단념할 것은 그렇게 하시라. 게임에서 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앞당기는 용기다.
직위와 직급에 어울리는 역량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교감이나 교장이 보이는 곳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욕을 많이 듣는다. 원래 상급자가 욕을 많이 듣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욕을 제일 많이 듣는 사람이 대통령이 아닌가? 하지만 욕을 안 들어도 되고 들으면 안 되는데 듣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
직위나 직급이 올라갈수록 업무의 폭이 넓고 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런 업무를 하기 위해 그 지위에 가지 않았나? 그러면 더 깊고 넓게 생각하여 업무를 처리해야 되지 않느냐?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달리 해석되는 공문, 자꾸 변경되어 먼저 제출하거나 보고하면 손해 보는 공문, 애매한 공문을 문의하면 공문대로 하라는 무능력한 답변, 공문 생산자에게 문의하면 중간 전달자에게 물어보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이 황당하지만 중간 전달자에게 물어보면 확인해서 알려주겠다는 비능률의 행정이 자꾸 늘어나는 이유가 뭘까?
교감 장학사보다 잘하는 교사 장학사를 선발하고 보니 젯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에 동의하진 않았지만 요즘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폭넓게 멀리 내다보는 사유(思惟) 능력, 듣거나 읽고 요점을 포착하는 능력, 전달하려는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글쓰기가 더 필요하다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 그렇다.

병 주고 약 주는 끝맺음이지만 다들 고생하신다. 하지만 좀 더 고생하여 업무 메일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보시라.


#교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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