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 13

2025년 6월 9일

현장중심 행정이란? 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료가 그럴싸한 의전으로 기관장과 우호적인 참석자들과 차 마시며 웃고 즐기며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는 게 아니다.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그 자리에 끼지도 못하고 의전 준비한다고 행정력만 낭비할 뿐이다. 간혹 실무자가 끼여도 뻔한 답을 요구하는 질문자의 배역을 할 뿐이다. 현장중심 행정이라 함은? 현장의 실무자와 격의 없이 진솔한 대화를 자주 하고, 그 대화의 내용을 전문가와 전문연구기관에서 검증하여 정책으로 연결하는 행정이다. 현장중심 행정한다며 의도된 사진과 영상을 찍어서 sns에 공유하는 정치인과 고위 관료 옆에, 누가 어떤 인상과 복장으로 어떤 도안의 현수막을 배경으로 무슨 음식을 차린 탁자 앞에 있는지를 살펴보면 현장중심 행정의 진위를 알 수 있다. ..

2025년 3월 10일

초심을 잃었는가 보다 공문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아무래도 초심을 관리하던 체계가 무너졌는가 보다.  바삐 공문을 처리하는 사이사이에 말 걸어오는 교직원의 겸손한 목소리, 행정 전화, 민원 전화, 당연하듯이 일어나는 학교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사소하지만 진땀 나게 하는 일들에 짜증은 났지만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고 감내해야 되어서 딱딱하게만 응대했다.  관료제에서는 최상부 기관의 구미에 맞도록 모든 행정체계와 인력이 작동한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하루 만에 해결해야 하는 예고된 공문을 접하고는 시키면 시키대로 하는 게 능력이 되어버려서 '위에서 시키니까' '위에서 공문이 늦게 와서'라는 말이 일방적인 행정을 방어하는 만능 키가 되어 버린 현실에 화가 났다.  아니, 아닌 것은 아니라는 말도 하면서 시키..

2020년 6월 8일

아내와 함께 출퇴근을 하는데 아내가 내려준 곳에서 학교까지 오려면 동네의 작은 언덕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언덕을 넘는 재미가 제법 있는데 요즘은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새까맣게 익었다. 어릴 적 동네에도 듬성듬성 뽕나무가 있었지만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오디의 단맛을 맛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 시골은 오디를 따 먹는 이들이 아무도 없어서 길바닥을 새까맣게 물들이고 단내를 풍긴다. 단내 나는 오디를 몇 개 따먹으면 어릴 적의 온갖 장면이 머리를 스치고 통제되지 않는 미소가 절로 번진다. 오디를 먹기 위한 새들의 지저귐도 평온한 음악이다. 공문에 밝히지 않은 내용을 경험에 의한 지혜로 결정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규정은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이런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어서 교육청 ..

2020년 5월 19일

책이 그나마 나를 이 정도로 성장하게 했다. 빨리 읽고 많이 읽는 것보다 제대로 읽고 바르게 이해하는 독서가 중요하다. 단어, 접속사, 보조사를 대수롭게 여기면 안 된다. 요즘 많이 느끼지만 공문을 읽고 바르게 해석하는 독서가 제일 힘들다. 오늘도 내가 이해한 공문 내용과 상치되는 내용을 알려온 장학사와 통화를 했는데, 그 장학사의 배경 지식으로는 바른 표현이지만 나의 배경 지식은 그와 일치하지 않는다. 학교의 어떤 이에게 해석을 부탁했더니 나의 해석과 같았다. 공문에 의해 시행해야 될 절차와 순서대로 공문 내용을 구성하면 좋겠다. 예를 들면 '가' 다음에 '나'를 해야 할 내용을 알릴 경우 공문 구성도 '가'의 내용을 순서대로 설명하고 '나'를 설명하면 좋겠다. 아니면 순서를 도식화한 후에 도식 순서대..

무지, 업무 능력, 관료주의

출장은 학교장이 명할 수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어떠한 권력자도 학교장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출장에 해당되는 조항도 있고 어겼을 경우 책임도 진다. 도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이 필요한 교원이 있다. 해당 교원, 학교장의 동의하에 출장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해당 교원에게만 출장 오라 알리고 해당 공문은 뒤에 보내준다고 했단다. 학교장은 해당 교원에게 난데없이 출장을 가야 한다는 거부할 수 없는 말을 듣는다. 해당 교원이 무슨 죄가 있겠냐는 마음으로 출장을 승인하지만 분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유사한 일이 이전에도 있었다. 담당 장학사에게 업무메일로 정중하게 항의하고 시정 요청을 했다. 담당 장학사는 어떤 답을 하지 않고 교육지원청 과장이 학교장에게 사과성 전화를 했다. 오늘 또 해당 교원을 출장 조치하..

교육 언설 202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