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 8

2023년 11월 7일

어제 교감 자율장학협의회를 정말 오래간만에 했다. 거창할 것도 없이 각 학교의 정보를 공유하며 교감으로서의 지혜를 쌓는 일이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폄훼당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공무원으로서의 의무 준수 태도가 임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공무원 체계는 관료제이다. 상관과 상부 기관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따라야 한다. 물론 정당하지 않은 지시는 따르면 안 되고 그렇게 했을 경우는 책임을 모면하기 힘들다. 상관이 시켜서 그렇게 했다는 참작은 되지만 책임 모면의 근거는 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업무를 하고 안 하고를 공무원 본인이 판단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게 정상화되어 간다. 마땅히 해야 될 업무를 상관이 지시하면 그것이 편하면 하고, 하기 싫거나 어려우면 그 일이 잘..

2023년 7월 31일

서이초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을 꼭 밝혀서 죄를 물어야 한다. 교육활동 시간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교권침해 행위로 간주할 수 없다며 죄는 있으되 처벌할 수 없다로 수사를 종결하면 안 된다. 스토킹처벌법 등 어떤 법을 적용해서라도 그 죄를 엄히 물어서 법령 적용 다툼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명한 선례를 남겨야 한다. 죽음에 이르도록 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법 적용 난해함을 들어 죄지은 사람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곤, 불행한 일을 방지하겠다며 내놓은 정책이 학교와 교원을 더 괴롭힐까 걱정이다. 죽음으로 이념과 신념 싸움하는 정치인, 죽음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교원 단체와 노조, 죽음으로 학교의 모든 문제는 교감과 교장에게 있다는 환원주의자들, 교사의 역량 부족을 탓하며 같은 편이 되기를 거부하는 교감과 ..

2022년 2월 25일

유달리 길게 느낀 2021학년도 1월과 2월의 긴 터널을 벗어난다. 개인사의 터널을 털어놓으면, 큰집 족보 정리에서 우리 집은 빼라고 단호하게 말했고, 큰아들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친구들과 이사를 잘했고, 어머니와 아내는 ‘그래도 가서 도와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성화였지만 나는 그것도 대학 생활의 낭만이니 그냥 두라고 했다. 또 아들이 군대를 제대한 후부터는 독립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다. 둘째 아들은 9월에 전역하는데 휴가를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가오는 3월 말에 휴가 계획이 있다고는 하는 데 지켜볼 일이다. 개인 휴대전화가 있어서 걱정할 일도 없다. 아내는 이번에도 학교를 옮기지 못해 제법 먼 거리를 나와 같이 다녀야 하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야 한다. ..

2021년 9월 13일

어제저녁부터 오늘 출근하기 싫었다.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간간이 평온한 마음을 예리하게 찌르고는 불안을 주입한다. 빠뜨린 중요한 보고 공문이 있나? 학교 방문객이 있나? 회의가 있나? 출장이 있나? 마침내, 알 수 없는 불안한 일이 생길 것만 같다. 통제되지 않는 감정은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야 하는데 굳이 붙들어 매는 심보는 무엇일까? 클래식 음악에 주파수를 맞추고 분홍색 걸레로 책상과 주변을 깨끗하게 닦았다. 열린 창문 사이의 바람골에서 원두커피를 분쇄하며 맡는 향이 흐린 날씨를 운치 있게 만든다. 여과지 속의 커피 가루가 물방울에 부딪히면 향으로 피어나고 눈을 감는다. 똑똑 떨어지며 둥글게 말린 영롱한 커피 방울이 수면을 몇 번 구르다 잠긴다. 커피가 구르는 모양으로 하루를 점친다. 좋은 점괘다..

2020년 11월 30일

1. 바닥공사로 교무실을 컴퓨터실로 이사했다. 지난주에 이사 준비를 착실히 했는데도 대충 이사를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었다. 학교 공사를 하는 중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공사 계약내용을 먼저 살펴보고, 그 공사의 책임자에게 말하거나 행정실장에게 말하면 빨리 해결된다. 인부에게 아무리 말해봐야 감정만 상한다. 2. 교사 전보 시에 옮기고 싶은 학교의 관리자 말을 신뢰하지 마라고 했다. 오라고 한 관리자가 언제 학교를 옮길지도 모르고, 요즘은 업무도 민주적인 방식으로 분장하고 설령 관리자의 독선에 의해 원하는 업무를 배정받는다 하더라도 다른 교원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분명히 밑지는 거래고, 내 능력을 관리자가 인정해주는 것이 좋아서 학교를 옮기더라도 그 관리자가 정확하게 원하는 나의 능력이 무엇이고..

2020년 5월 6일

지금 계절이 정말 싫다. 소나무 숲과 붙어 있는 잠자리는 퇴근 후면 노랑 콩고물이 뿌려져 있다. 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하고 나면 온몸이 땀범벅이다. 유독 땀이 많은 체질이라 정말 싫다. 빨리 지나가라. 5월 4일 저녁에 도교육에 등교일에 대한 급한 문자가 왔었다. 즉시 학부모에게 안내하라고 해서 교육공동체 밴드에 안내했더니, 5월 6일-오늘- 교육감 기자회견으로 등교 안내를 할 테니 없던 일로 한다고 했다. 꾹 참고 밴드에 이런 과정을 안내하고 우리 학교 등교 개학일은 교육감 기자회견 후에 안내하겠다고 했다. 오늘 학부모에게 즉시 안내하라는 도교육청의 문자와 같은 내용의 공문이 접수되었다. 교육부 보도자료는 60명 이하 초등학교는 시도교육감이 판단하여 13일부터 일제 등교가 가능하다고 했다. 도교육청은 ..

2020년 4월 13일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사회 문제들이 생긴다. 이런 문제를 미리 예견하지 못하는 정부를 탓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엽적으로 머무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정부를 탓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치고 힘든 국민들을 보듬고, 생계를 걱정해야 되는 국민들의 생존권을 지켜주기 위한 지원 대책은 좀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 지원 절차와 방법이 여러 번 바뀌고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인 것은 확실하나 조금만 신중하게 생각하고 집단지성이나 전문가, 선 경험자의 지혜를 빌리면 행정 실수로 인한 짜증은 피할 수 있다. 기관과 기관끼리 창의적인 행정 협업으로 국민을 지원하는 것은 정말 좋다. 하지만 지원을 위한 행정 협업은 집행 절차도 협업이 되어야 한다. 지원을 위한 기관의 담당자들끼리 소통이 부족하여 쓸데없이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