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12

2022년 12월 19일

본인을 객관화 대상화하는 말하기와 글쓰기가 일상이 되었다. 본인 기분이 좋아도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본인 기분 나빠도 기분이 나쁜 것 같다. 본인이 잘못해도 잘못한 것 같다.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후회한다고 생각한다, 도와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추워서 벌벌 떨면서 추운 것 같아요. 본인이 뭔가를 빠뜨리고도 빠뜨린 것 같아요. 본인 감각을, 본인 경험을, 본인 생각을, 본인 느낌을 말하고 쓰기가 그렇게나 두려운가? 그런 본인을 인정하기 싫은 것인가? 왜? 못나 보일까 봐? 심연에 빠지지 않으려 나를 숨길수록 심연의 구렁텅이로 미끄러진다. 나를 온전하게 드러내는 게 나를 위하는 시작이다. 원하는 수업 마음껏 하라고 항상 강조했다. 동료 교사와 연대하여 원하..

2022년 3월 11일

새로운 사람들과 늘 같은 일상을 시작할 때 새로운 사람들에게 진부하거나 열정적인 기대보다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을 기대한다. 그저 그런 일상의 기대가 우연한 한 번의 허용으로 공동체의 평범한 일상이 깨지면 우연한 한 번이 반복될까 봐 의심한다. 우연한 한 번의 허용은 인정(人情)이었지만 의심은 인정의 빈틈을 노린 그 사람의 전부를 백안시한다. 첫 시작이 중요한 이유다. 예고 없는 노모(老母)의 잔소리는 이성을 끄집어낼 여유가 없어 짜증으로 응수하고 맥락 없이 툭 던지는 아내의 말이 엉뚱한 생각으로 가득 찼던 즐거운 마음을 깨뜨리면 볼멘소리로 응전하고 철없는 아이의 등쌀과 뒤치다꺼리는 심장의 따뜻한 액체의 피를 얼굴에서 급속하게 굳히는 고체의 마술로 응대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존경, 존중, 사랑이 늘 ..

2021년 10월 5일

그냥 하는 생각. 나 심심할까 봐서 교무실에 굳이 안 와도 돼. 교감 일하느라, 요새는 의무적으로 이수하라는 연수가 왜 이리 많은지, 교감 일하고 남는 시간 알뜰하게 사용하느라 바빠. 물론 교감 일도 시즌이 있고, 난데없이 들이닥칠 때도 있어서 규칙적이지 않아. 그래서 바쁠 때는 교무실에 사람들이 와서 말을 걸어도 달갑지 않고, 한가할 때는 교무실 옆 골마루를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해. 하지만 굳이 사람을 불러 모아서 내 심심함을 달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 나도 엉뚱한 생각도 좀 하고 멍도 때리고 싶어. 나는 출퇴근 시간에 교무실에 와서 인사 안 한다고 불만을 가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복무 시간을 준수하라는 이야기는 수시로 해. 수업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교사에겐 눈치를 줘...

2021년 6월 23일

보기 좋은 화려한 수업보다 학생들의 머릿속이 화려하게 연결되는 수업을 좋아한다. 수업의 결과가 학생의 머릿속에 축척 되지 않은 수업은 놀이일 뿐이다. 즐겁게 노는 태도로 배움이 일어났다고 착각하지 마라. 즐거운 놀이와 재미있는 배움은 다르다. 놀이가 목적이라면 그냥 함께 놀고, 배움이 목적이라면 재미있게 가르쳐라. 놀면서 배우는 학생 별로 없고, 놀리면서 가르치는 신묘한 재주를 가진 교사 별로 없다. 그런 학생, 교사가 대부분이면 학력이 무슨 걱정거리가 되겠나. 화려한 모순된 주장으로 현혹하며 억지 부리지 말고, 인정할 건 인정하여 단순하게 접근하여 학력 격차 줄이자. 교사와 학생이 똑바로 눈 마주치며 가르치는 방법이 최고다. 다른 주장은 보기 좋은 떡일 뿐이다. 맛없는. 사진 찍으면 잘 나오는 수업을 ..

2021년 3월 17일

'내가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특이한 사람인가? 그것도 아니면 내 사고가 이상한가?'를 생각하며 일기를 쓴다. 나는 교사가 행정업무를 하는 것에 절대 공감할 수 없다. 나는 경남교육청과 일부 교원들에게 '교사의 행정업무'의 정의를 묻는다. 나는 대통령이 국토 수호의 의무가 있다 하여 직접 총 들고 싸우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나는 교장이 학생을 교육한다 하여 그 의미를 수업의 의미로 해석하지 않는다. 나는 교장이나 교감이 수업을 하는 것은 환영한다. 나는 교감이나 교장이 위원장이라 하여 위원회의 실무를 다해야 한다는 주장을 당당하게 거부한다. 나는 교원도 현시대의 대한민국 국민의 일부이지, 교원이라 하여 특별한 지성, 도덕성, 윤리의식을 가졌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나는 교사는 태어날 때부터 특별..

삶과 앎, 그리고 지식

가르쳐야 할 내용이 정해지면 주변 사물을 학습자료화 한다. 그런 수업은 교사인 나에게는 큰 만족을 학생들에게는 다른 수업보다는 만족감을 준다. 그런 수업을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살아가는 주변의 환경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실의 실험기구, 시약, 관찰이나 관측기구, 도서실의 있는 책들을 훤히 알고 있다. 긴급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탑재된 웹사이트 훤히 알고 있고 아이디와 비번도 잊지 않고 있다. 웬만한 체육기구 잘 다룰 수 있고 어설프지만 시범도 보인다. 학교를 옮기면 처음 하는 일이 학교 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어느 구석진 곳에 어떤 동식물이 자라고 있는지, 심지어 어디에 쓰레기가 가장 많은지를 파악한다. 더 여유가 생기면 학교 밖을 살피며 만나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

교육 언설 202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