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10

2023년 8월 9일

어떤 재능으로, 실제로 그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잘난 체하는 이와 실제로 그런 재능을 담담하게 드러내는 이의 구별은 이득을 따지지 않는 꾸준함이다. 그리고 잘난 체하는 이가 잘난 체하려는 재능을 꾸준히 드러내다 보면 잘나게 될 수도 있다. 잘난 체하려는 이가 재능 있는 사람에게 '잘난 척하는 짓이다.'로 현혹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런 사람은 그 잘난 체로 인기를 조금 얻으면 제가 세상에서 가장 잘난 놈이라며 세상을 어지럽힌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정말 골치 아프다. SNS에서 잘났다고 뽐내고 실제에선 SNS의 잘남으로 학교 구성원들과 말 한마디 섞지 못하면서 SNS로 자기 잘남을 애먼 학교구성원들의 험담으로 만회하려는 이들을 경멸한다. 그들이 교원 노조와 교원단체 전, 현직 간..

2022년 9월 6일

새벽에 일어나 창밖의 뒷산을 내다보니 대나무와 소나무가 거친 바람으로 출렁였다. 살짝 창문을 열다가 훅 치고 들어온 바람에 깜짝 놀랐다. 뉴스를 보니 우리 지역이 태풍의 영향권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출근길의 도로에는 밤새 바람에 시달렸던 나뭇잎들이 예초기의 날카로운 칼날에 베어진 듯 널려있었고, 설익은 연두를 머금은 살구색 은행열매가 뭉터기로 떨어져 자동차 바퀴에 뭉개져서는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쓰러진 몇 그루의 나무는 벌써 정리되어 차량 통행에는 지장이 없었다. 원격수업을 위한 교사의 재택근무 영향인지 도로는 한산했다. 학교에 도착하니 찢어진 잎들로 어지럽혀진 통행료를 주무관님이 짊어진 바람을 일으키는 기계로 밀어내고 있었다. 밤새 비상근무한 부장 교사와 교장 선생님, 원로교사가 벌써 학교의 상황을 ..

2022년 9월 2일

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에 들어서 하루 내내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바빴다. 도 교육청에서 공문으로 다음 주 등교 형태를 정해 주어서 그에 맞게 준비하고 대비했다. 5학년의 학교 밖 체험학습이 예정되었었는데 아쉽게 되었고, 나도 벼르고 벼르던 일이 힌남노로 무산되어서 정말 아쉽다. 모두 무탈하기를. 오후에 교육지원청의 청렴 컨설팅이 있었다. 청렴 컨설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기에 청렴 정책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지만, 청렴 정책 방향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만을 흘리면서 고생한다고만 했다. 아쉬움이란? 업자와 계약자가 일을 잘하고 못한 정도가 아닌 학교에서 얼마만큼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가가 청렴도 평가다. 그런 청렴도 평가 결과를 언론에 등급으로 보도하여 경쟁을 심화시키니 청렴 정책 행사와 행정업무가 계속 늘..

2022년 8월 1일

여름방학 중에는 일기를 좀 멀리하겠다는 다짐했는데, 며칠도 못 가서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일기를 쓴다는 게 교육자로서 부끄럽고, 그동안 내가 가졌던 교육부의 위상이 무너져 허탈하다. 만 5세 어린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교육의 본질인 인간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여러 연구를 한 결과라도 그것을 시행해야 하는 학교 현장과 그것을 지원하는 교육청과의 사전 협의,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 등의 설득 노력이 없었다면 민주 정부의 교육부가 아니다. 하물며 만 5세 어린이의 초등학교 입학 시행 이유가 의무교육 조기 편입에 따른 학부모의 교육비 경감과 1년 조기 사회 진입이라고, 그마저 교육청과의 사전 협의와 국민 공감대 형성 절차가 없었다면 교육부가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스스로 부정했거니와 민주 정부의 교육부가..

2021년 9월 16일

태풍 ‘찬투’의 진로가 많이 바뀌어서 다행이다. 요즘 자주 이게 일기 거리가 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교감의 일상에서 세상을 보는 생각으로 옮겨왔는데,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뀔 때마다 위선의 수치를 떨치기 힘들다. 한 인간의 성장 과정이라는 변명으로 위안 삼지만 지저분해진 글을 쓴 후의 마음은 영 마땅찮다. 소설 가제 ‘로봇학교’ 의 초고를 탈고했다. 꼼꼼한 퇴고로 완성도를 높일 것이다.

2021년 8월 24일

가을장마와 결합한 태풍으로 밤새 비가 많이 내렸다. 걱정되어 일찍 출근해서 살폈더니 다행히 학교의 피해는 없다. 대체공휴일 확대 추진으로 2학기 교육과정 심의를 위한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렸다. 학교 교목 변경을 위해 학교 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느티나무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오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로 최종 변경했다. 9월에 있는 개교기념일을 맞이하여 교목 변경에 따른 계기 교육을 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대비하자는 주장과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삶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후든 함께든 모든 국민이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하여 생명의 위협을 현저히 낮춘 후여야 하고, 검증된 치료제가 상용화되어야 한다. 교육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세속인으로서 코로나19 이후든 함께든 코로나19가 가져온..

2020년 8월 27일

태풍의 영향으로 출근길의 벚나무 잎이 도로 가장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달린 잎색도 노랑이 많은 걸 보니 가을이 오고 있는 듯했다. 우리 학교는 태풍의 피해가 없었다. 운동장 잔디밭과 가장자리, 화단에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쓰레기와 잎들이 흐트러진 것이 전부였다. 실내도 문단속을 잘한 덕분으로 비바람의 흔적은 없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폭염이 꺾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2020년 8월 26일

학부모가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을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나누는 그 이야기가 개인과 집단의 이기인지 공익인지의 구분이 필요하고, 개인과 집단의 이기이면 그 이기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가 있는지 공공선은 파괴되지 않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학교와 관련된 이야기면 먼저 학교와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본인의 가치관과 앎의 정도에 의한 대략적인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서 정상적인 학교의 행위를 문제 삼거나 요구하면 학교는 정상적인 행위를 잘하고 있다는 내용과 요구에 대한 법률적인 해석 등을 포함한 답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행정력이 낭비되고 피로하다. 학생을 교육하는 학교가 그런 요구로 피로해지면 그 피해가 어디로 갈까? 상대가 누구든지 자신의 관점으로 다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