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민주주의 8

2024년 3월 22일

오후에 학교교육과정 설명회를 했다. 예상했던 대로 학부모는 적었다. 정성껏 준비한 교직원들과 일 년에 한 번 학부모들 앞에서 어색하게 인사하는 선생님들은 적게 와서 아쉬웠고 적게 와서 덜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어떤 학교는 학교교육과정설명회를 온라인으로, 어떤 학교는 학급에서 분산하여, 어떤 학교는 4월에 수업공개와 함께, 어떤 학교는 저녁에 천차만별이다. 학교 형편에 따라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다. 별 소용도 없는 학교교육과정 설명회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에 공감하지만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연수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별도의 학부모 연수회를 해야 한다. 학교교육과정 설명회에도 오지 않는 학부모들이 학부모 연수회에 올 일은 더더욱 없지 않은가. 학부모를 탓..

2024년 3월 14일

2024학년도에 우리 지역 유치원과 초등 교감단의 단장을 한다. 웬만하면 강의를 하지 않듯이 어지간하지 않으면 대표를 하지 않으려 애쓴다. 호기심과 의문점을 책으로 탐구하며 홀로 사유하는 게 편해서 그렇기도 하고, 맥락 없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과 벽과 같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견디기 힘들어서 더 그렇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할 때는 상대방을 얼른 인정해 버린다. 이번에는 내가 단장을 하겠다고 공개선언하고 선출할 때 자진하여 희망했었다. 정의로운 교장 자격연수 대상자 선정에 일조하여 교감들끼리 쓸데없는 경쟁을 유발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고, 단위 학교로 파편화되어 오롯이 교감 혼자 감내해야 하는 교감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분노가 표출되어야 자비가 들어서는데, 분노는 무조건..

2024년 1월 19일

9. 평등( 平等) 평등( 平等), 권리, 의무, 자격 등이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음.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음에 주목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차별 없이에 더 의미를 둬야 한다. 결과로써의 상태가 아닌,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결과의 상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까지 살펴서 고르고 한결같아야 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와 비슷하고, 자기를 잘 따르고, 능력 있고, 외관이 좋은 사람에게 끌린다. 자기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에겐 경계와 심리적 저자세를 오가며 특별하게 대한다. 사람인 교원은 이런 본능으로 학부모의 권력과 부, 성향을 의식하며, 학생의 재능과 외관으로 평등하게 대하려는 의식이 흔들린다. 교원이 학생을 평등하게 대하려는 의식의 교정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문화 속에는 아직까지 국적..

2023년 12월 26일

3. 지혜( 智慧) 지혜(智慧),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 교원은 교육자로서의 도리에 맞는 근본 목적을 깨닫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언행일치의 능력이 필요하다. 교육자로서의 도리를 넓게 해석하지 않고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마땅한 태도로, 언행일치의 능력은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과 교육자로서의 신념을 행동으로 나타냄을 의미한다. 교원의 지혜는 교원의 정의를 성찰로 얻는다. 교원이 교육전문가로 불리는 근거이다. 교육전문가는 학생을 가르치는 전문성, 국가공무원으로서 누리는 복지와 복무의 올바른 사용이다. 그리고 국가공무원으로서 누리는 복지와 복무는 학생을 가르치는 전문성보다 우선하지 않는다. 모순되게도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 국가공무원의 복무를 위반할 수도 없다. ..

2023년 11월 2일

교감마다 생각하는 교감의 역할은 다르다. 교감이 이런 일 저런 일을 해야 해, 와 같은 양적이 다름은 적으나 내용을 따져보면 만만찮고, 그것을 교감이 하면 과연 교육과 학교의 진보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학생지도와 인솔, 공무원인 교직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교감인 자기가 한다며 자랑삼아 떠벌리거나 이에 동조하는 교사가 교감은 그렇게 해야 한다며 주장한다. 물론 학교가 처한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해야만 할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어쩔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단발로 그렇게 해야 한다. 법령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마치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교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행정 업무-정기적이고 반복적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 안에 ..

2023년 1월 3일

학교 민주주의를 행정문서로 남겨 두는 게 더 힘들다. 담임이든 업무든 협의하여 결정하고 학교장이 그것을 존중하여 그대로 시행했으면 어느 학교보다 민주적이지 않은가? 아쉽게도, 각종 회의록을 작성하여 학교장 결재를 득해야 비로소 학교 민주주의가 증명된다. 부당하게도, 권위주의로 결정하고도 이 모든 행정 서류를 갖춰만 두면 학교 민주주의가 증명된다. 2023학년에는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을 행정문서로 증명하라고 하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학교마다 사정이 다 다르다. 학교에 따라 교원이 하는 걸 다른 직종이, 다른 직종이 하는 걸 교원이 하는 경우가 있다. 일방으로 권위주의로 그렇게 했다면 분명히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교직원이 협의하여 그게 더 효율적이고 교육적이어서 그런 결정했는데, 잘못이라며 ..

2022년 12월 28일

2022학년도 마무리와 2023학년도 교육과정과 학년과 업무, 예산 수립으로 바쁘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교사 때부터 주장했고 교감이 되어서 나름대로 실천하는 게 있다. 직접 그 일을 할 사람, 해야 할 사람이 주도하여 협의하고 결정하여 실천하자는 것이다. 전교직원이 해야 할 일이면 전교직원이 주도하고, 교원이면 해야 할 일이면 교원이 주도하고, 교사가 해야 할 일이면 교사가 주도하고, 행정직원이 해야 할 일이면 행정직원이 주도하고, 교육공무직원이 해야 할 일이면 교육공무직 주도로 협의하여 결정하고 시행하자는 것이다. 교감이나 교장은 그런 결정이 교육본질에 맞는지, 퇴행이 아닌 진보를 지향하는지, 시대와 화합하는지, 법령과 지침 매뉴얼에 어긋남이 없는지를 살펴서 지원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