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 교감으로서 업무를 보면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은 내려놓고 있다.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먼저 고개 숙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쩌겠는가 교감의 일인데, 괜히 자존심 세워봤자 일만 커지고 욕은 욕대로 되바가지로 먹는다.
예산의 바른 사용과 물품과 비품 구입 시 교감 전결이더라도 교장 선생님과 상의하도록 안내했다. 상의하는 것이 힘들면 나에게 알려주면 대신 상의하겠다고도 했다. 안내는 했지만 내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전결 규정은 그 정도의 책임은 지고 결정해도 좋다는 의미다. 그래서 어떤 부장이나 교감들은 책임지기 싫어서 전결 규정을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반면 전결이지만 교장 선생님과 상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예의를 강조하는 유교적인 조직 문화다.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문화를 입으로는 강조하면서 막상 실행되면 서운한 감정이 혼재하는 작금의 상황이다. 서운함을 덜어내는 감정 조절이 조직 문화 개선의 시작이다. 서운함을 표현한 것이 아니다. 결코 서운하지 않다.
2021학년도 신입생 입학에 대한 안내와 예비 소집 안내 공문이 왔다. 예비 소집은 대면을 적극 권장하고 평일은 학부모가 퇴근 후에도 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연장하고 주말도 가능하면 가능하도록 하라는 했다. 학부모의 편의를 제공하면 학교도 신입생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은 점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학부모와 학교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보다 학부모가 자녀의 양육을 위해서는 당연하고 당당하게 노동에서 제외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공무원과 공공부문에 국한되어 있는 육아시간과 자녀 돌봄을 전 사업장으로 의무적으로 확대하고 노동 감축에 따른 보전은 해당 업체가 국가에 신청하도록 해야 한다.
어떤 국회의원이 기본소득을 강조하면 자녀가 출생하면 바로 2,000만을 지급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는데 나는 반대한다. 대신 대학교까지 자녀가 원할 경우 무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정책을 주장한다. 부모 통장에 현금을 입금하는 정책은 자칫하면 바른 양육보다 돈을 위해 아이를 낳은 후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이를 많이 낳도록 하는 정책보다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사회 구조와 환경 개선, 아이의 바른 양육을 위한 부모의 결정과 행동을 존중하는 사회 풍토 조성이 더 필요하다.
다들 예산 걱정을 많이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생각해야 될 것이 있다. 코로나 19와 세계적인 경기 침체-자본주의 특징으로 호황은 짧고 불황은 길어지고 있으며 그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의 극복을 위해 한국판 뉴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정책으로 우리나라의 경기는 좋아질지 모르겠지만 고용 창출에 의한 가계 소득 증대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완전 교용에 의한 가계소득 증진을 통한 소비 촉진으로 경제를 살리려는 케인즈식 경제 이론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동화 기계조차 자동화로 생산되는 현실에서 2차 산업혁명 시대의 고용효과는 없을 것이다. 한국판 뉴딜, 디지털 뉴딜, 스마트 뉴딜에 투자한 자본가들만 부를 더 축적할 것이다.
자동화된 기계를 관리하는 비숙련 노동자, 자본의 흐름과 관리를 위한 회계 직종, 공장과 회사를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 AI가 할 수 없는 감정 관리, 조직 인사 관리, 자동화된 기계를 관리하는 전문 기술자와 유지를 위해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 정도가 필요할 것이다. 초기 공장 건설에 필요한 기술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 물론 연구개발자와 영업을 위한 기본 인력도 해당된다. 이미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과 인력을 연결하면 고용은 더 줄어든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이 새롭게 창출된다 하더라도 숫자가 얼마 안 되며 일자리 품질도 기대 이하 거나 고도의 전문성과 창의력을 필요로 하여 일반인들의 고용은 어렵다.
투자한 자본가들의 이윤에서 세금을 많이 걷어서 공공 부문에 투자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 시간을 감축하여 일자리 나누되 임금의 손실을 줄이는 기업가의 희생-이윤을 덜 챙기는-과 국가의 합리적인 보전이 필요하고 전체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는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걷어서 국민 안보와 복지를 증대시키는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바르게 양육하는 사회적 비용은 자본을 우선하는 다른 정책에 비하면 그렇게 크지 않다. 자본만을 최우선 하는 뇌구조에 사람 살기 좋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을 조금만 비집어 넣으면 금방 정책으로 추진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국위를 선양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여당 국회의원이 병역 면제나 대체 복무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방탄소년단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돈만 많이 벌면 병역도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발상이 현재 대한민국 정책 입안자들의 생각이다. 이런 천박한 생각이 아이들의 바른 양육을 위한 정책보다 아이가 부모의 노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분리하여 부모의 소득에 의한 세금을 꼬박꼬박 걷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부모와 분리된 아이가 어떻게 바르게 성장할 수 있겠는가? 이를 알고 있는 어떤 이들이 아이를 낳으려 하겠는가?
코로나 19 사태로 국민 안보와 복지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자본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국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함을 코로나 19가 일깨워주는 역설이다.
우리 지역에 교육부의 복무 점검중이라는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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