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 친구가 첫 발령을 받아서 떡케이크와 무알콜 샴페인을 보내 주었다. 당연히 축하받으며 나눠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주 고맙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는 보내 준 것은 집으로 가져간 모양이었다. 그의 엄마가 황당하여 아내에게 전화해선 요즘 아이들은 정말 희한하다며 그런 것까지 모두 배워줘야 하는 거냐고 했다. 그도 그런 행동이 약간 부끄럽고 교직원들의 눈에 비친 자기 모습을 상상하곤 걱정을 한 모양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그에게 전화해서 월요일 출근하거든 교감 선생님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면 그냥 씩 웃으며 너의 그런 모습을 귀여워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한 후배가 교감 첫 발령을 받아서 똑같은 방법으로 축하했더니 모두의 예상대로 그것들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며 고맙다고 했다.
단순한 우스갯거리로 넘길 수 있지만 사실은 그런 것까지 쉽게 말하지 못하는 학교의 현 세태를 반영이다. 가르쳐주려니 꼰대소리 듣기 십상이고, 그냥 놔두면 제대로 일하지 못하는, 지적하면 미리 꼼꼼하게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남 탓하는 현실.
학교는 고경력자의 경험에서 우려 나온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성원, 직종, 경력 간의 소통의 부재, 그것이 MZ 세대의 이해이고 민주적인 학교라고 착각하는 현실에서 교육의 퇴행을 걱정한다. 나는 비판과 비난받더라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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