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위해 급식하는 학교는 방학이면 급식을 하지 않는다.
방학에 출근하는 교직원은 방학이 다가오면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크게 고민한다.
어떤 학교는 각자도생, 어떤 학교는 십시일반 가져온 반찬과 도시락으로, 어떤 학교는 늘 출근하는 사람끼리 학교의 마땅한 장소에서 대충 해서 먹는다.
나는 혼자서 그때마다 먹고 싶은 김밥에 라면, 빵과 커피, 평소 먹고 싶었던 편의점 도시락, 고구마, 떡, 주전부리 등으로 해결하는 걸 즐긴다. 그러다가 기분이 내키면 종없이, 어떤 때는 교감의 위신을 세우려고 점심을 산다.
오늘은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었다.
교감이 되어서 처음으로 보온 도시락을 가방에 넣어오는 기분은 초등학교 다닐 때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계란후라이를 밥 위에 얹고 달걀물에 적셔서 구운 본홍 소시지를 반찬통에 담은 책가방을 메고 교문통으로 내달리는 기분 그대로였다.
주변분들이 떡국을 끓였다며 같이 먹자는 걸 극구 만류하고는 아내의 도시락을 흥겹게 먹었다.
같이 먹는 게 부담스러워서 혼자 먹느냐고 하길래, 방학의 점심은 내 방식대로 즐기고 싶다고 진솔하게 말했다.
방학이면 누리는 나의 이런 호사는 급식소 없는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분들에겐 배부른 소리일 게다.
가끔 주변이 어지러워 호사를 누릴 수 없을 때는 급식의 소중함을 느끼고,
방학이 끝나 갈 무렵에는 더 이상 호사가 아니어서 급식소의 식판이 몹시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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