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4년 2월 26일

멋지다! 김샘! 2024. 2. 26. 12:56

  올 겨울방학은 이상하게도 예상하지 못한 교감 업무들이 생긴다. 오늘도 그런 일이 생겼고 마무리해야 할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며칠째 불쑥불쑥 솟구친 상념을 털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기 쓴다. 

  교실에서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학생 성장이 아닌 자신의 만족을 위해 열정을 쏟은 교원들이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권위적인 교육행정 계급이 되어서 저지르는 학생들의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엄밀히 따져 학생들에게 적용조차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그 하위 계급이 그것이 옳다며 옹호하는 사이, 학생들은 수업의 잠으로 그것을 거부한다. 아니면, 잠자지 않는 교실을 만들겠다며 재미만 있는 수업을 고수하여 학원의 필요성을 깨우쳐 주었다.
  현실 사회를 살아가는 현실 학생과 학부모의 고행을 관념적인 교육으로 고쳐보겠다는 이상적인 교육신념, 그것이 이상적인 것조차도 모르는 학교의 아류들이 학교 환경을 이상화했고 일회성의 이상화한 교육활동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맥락 없이 적용했다.
  에너지, 물, 목재 과다 사용의 반 생태적인 학교 구조물과 진득하게 교실에 앉아 문제를 해결하는 공부 방법이 무슨 죄악이라도 되는 양 학교 바깥을 돌며 재미만을 추구하는 공부 방법을 낳았다. 수학이 체험으로, 코딩이 오락으로, 미래 교육이 AI로 될 것이라는 우상을 만들고 있다.
  수업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우상.
  수업한 교사에게 소감을 물으면 하나같이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고, 수업을 마친 학생에게 수업에 대해서 물어보면 '재미있었어요!' '재미없었어요!'라고 답한다.
  삶에 필요한 배움을 포함한 광의의 공부는 힘들다. 당연히 학교 공부도 힘들다. 삶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쌓는 공부에 비하면 학교 공부는 수월한 편이다. 그러하지만 학교 공부는 삶을 헤쳐나가는 공부의 바탕이어서 무시하면 안 된다. 전설처럼, 학교 공부는 사회생활(출세, 경제적 이득)과 별개라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사회를 둘러보라 흔히 출세했다는 사람이 학교 공부를 덜 한 사람인지? 경제 성장이 가팔라서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가 생겨서 노동력이 한참 부족할 때는 인맥에 의해 학교 공부가 관계없이 학력과 학벌로 그런 경우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 시절에도 학교 공부를 잘한 사람이 더 출세했다.
  미래 교육이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미래 교육이라 치자 그냥 현재 교육을 기준으로 하자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노동력은 로봇이 할 수 없는 비논리적이며 복잡한 관계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이다. 창의적인 사람을 재미있는 일회성 게임으로 재미만 추구하는 수업으로 양성할 수 있나?
  공부는 재미없어서 하기 싫은 게 당연하다. 간혹 진지하게 재미있다는 학생은 별종이다. 자녀와 학생의 윤택한 삶을 위해서 공부하도록 강조해야 한다. 다만 자녀와 학생에 따라 조정과 조절이 필요할 뿐이다. '수포자신드롬'이 수학 공부 포기를 정당화하고 미래 교육 운운하면서 창의성 교육을 한다며 재미만을 추구하는 신드롬에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
  작년에 6학년 수학여행을 함께하며 박물관, 과학관, 기념관 등이 모두 게임 체험으로 바뀐 것을 보며 개탄했다. 이런 형태로의 변화가 효과가 있으려면 사전에 공부한 내용을 게임으로 확인하거나 수십 번 수백 번의 게임을 통해서 유추하고 추론하여 지식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은 그런가? 우리는 학생들이 재미있었다는 말에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변명만을 찾으며 자기모순만을 드러내며 부끄러워할 줄 조차 모른다. 입시 위주의 지나친 경쟁교육을 혁신학교로 극복하겠다며 장담하고선 이제 와서 혁신학교 일반화와 확산의 걸림돌이 입시교육 때문이라고 버젓이 공식적인 문서로 드러낸다. 나는 혁신교육 신봉자고 누구보다 먼저 공부했고 현실의 학교에서 실천하려 애썼다. 그러나 혁신교육 하겠다며 몰려 다지지 않으며 현실 학교에 정착하도록 비판자의 관점을 고수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혁신학교의 철학으로 우리 교육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혁신학교를 비판적으로 평가하여 수시로 수정·보완하여 적용하기를 바라지 무조건 혁신학교를 찬양하는 보고서와 평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혁신도시의 혁신학교에 전학은 수도권 학생이 있다. 주말에는 수도권의 사교육에 의존한다. 이런 학생이 흔히 말하는 명문대학에 진학했다. 그 혁신학교에서 이런 현상을 자랑하며 그 학생과 학부모는 입시 접근 방식이 다르다며, 간혹 수준이 다르다고 떠벌린다. 이게 혁신학교에서 할 말인가? 결국 혁신학교의 무용론을 자초하는 게 아닌가? 

  결과가 금방 드러나지 않는 교육보다 보육으로 학교를 정치화한다. 정치적 야욕이 있는 교육기술자에겐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갑갑했을 것이다. 저출생 현상에 편승하여 초등학교를 보육기관으로 규정하는 정책이 달콤했을 것이다. 부당함을 제기하면 저출생 현상 앞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저출생의 원인 중의 하나가 공교육을 의지할 수 없는 사교육 부담이다. 보육으로 공교육을 부실화할 게 아니라 교원이 본연의 책무를 다하고 학교가 제기능을 다할 수 있는 정책이 저출생에 맞는 교육정책이다.

  약속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지원 요청한 자료는 아직 오지 않는다. 화를 내야 할까? 참은 김에 더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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