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4년 3월 4일

멋지다! 김샘! 2024. 3. 4. 19:01

  아내가 학습연구년 일 년을 마치고 집과 가까운 학교로 옮겨 근무한다. 내 출근길에 있는 학교라서 다시 함께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교사 자질이 충분하면서도 교사 자질이 없다며 학생을 가르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아내다. 하루이틀이 아닌 결혼할 때부터 학생을 가르치는 게 정말 부담스럽고, 특히 학부모와 동료 교원을 상대로 공개 수업을 하는 게 제일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런데 노래와 판소리 공연을 할 때에는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학생 가르치는 게 부담스러워서 퇴근하면 늘 다음 날 가르칠 수업 준비를 한다고 컴퓨터를 독차지했다. 개학을 앞둔 요 며칠간도 컴퓨터를 점령하고 있기에 내가 사용할 노트북을 주문했다. 그렇지 않아도 퇴근 후에 운동한 후 지금보다 더 꾸준히 글 쓸 결심을 하며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노트북을 담아놓고 살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좋은 핑계를 제공했다.

  함께 출근하는 차 안에서 한숨을 자꾸 쉬길래 천천히 하라며 위로했는데, 문득 지금까지 함께 근무한 동료 교원에겐 이런 위로를 했는지, 나름대로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려고 동료에 대한 위로가 빠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밀려왔다.
  나보다 경력이 높은 교원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동료에겐 호칭과 말을 편하게 하는 편인지만 공적인 부분에선 엄격했다. 간혹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동료가 신경 써이기는 했지만 그런 동료를 의식하는 게 더 이상할 것 같아서 행실을 바꾸지 않았다. 때로는 그런 눈초리를 보내는 교원과 공적인 일을 함께 하며 공과 사를 구별하는 내 행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늘 아침의 생각은 그런 공과 사의 문제가 아닌 학교 교육력의 잣대와 교원 신뢰에 차별을 둔 것이 아니냐는 큰 울림과 깨달음이었다.

  운동장이 질어서 입학식에 참여하는 1학년 학부모에게 학교 밖에 자동차를 세워두고-우리 학교 주변에 마을 주차장을 비롯하여 주차할 공간이 제법 많아서 입학식장인 강당으로 오시라고 문자로 미리 안내했다. 교직원 차를 다른 곳에 주차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근무 중에 자동차를 이동하는 것도 번거롭지만 한 시간이 채 걸리지도 않는 입학식을 위하여 교직원의 불편을 유발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입학식에서 유치원 교사와 1학년 담임만 소개하고 나머지 교직원은 가볍게 손을 흔들게 하고 1학년 학부모에겐 큰 박수를 부탁했다. 우리의 물리적, 심리적 불편을 감수하며 우리가 만든 관례는 우리를 존중하는 합리와 이성으로 바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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