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5년 3월 8일

멋지다! 김샘! 2025. 3. 8. 13:41

오늘 하루는 책을 읽지 않고 수선화가 피었다는 곳을 찾아 아내와 가볍게 걸은 후에 저녁에는 집 가까운 중국집에서 해물짬뽕에 연태고량주를 한잔한 후에 영화 한 편 보고 잘 계획이다 아내는 수시로 변하는 내 마음을 믿지 못하는지 부엌에서 깨를 볶다가도 청소하는 나에게 갈 거냐고 눈짓하고 어머니 목욕을 시키다가도 커피를 내리는 나 보고 마음이 변하지 않았는지 눈짓한다 커피를 마시며 요즘 꽂혀 있는 OTT를 보는데 자꾸 책을 읽지 않았다는 초조함으로 불안하여 이럴 바에야 책을 그냥 읽자고 하다가도 오늘은 안 보기로 했으니 그냥 불안해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나란 존재의 의미 인간 존재의 의미를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대단한 철학자가 된 듯하다는 착각에서 빠져나오려고 피식 웃는다 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들으려는 주변 사람에게만 내 앎과 깨달음을 털어놓았었는데 이제는 내 앎과 깨달음을 좀 억지로라도 들려주고 싶은 자만이 꿈틀거린다 자기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서 학교를 바꾸자는 자들에게 시원하게 학교가 네 놀이터냐고 묻고 싶고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성장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선후배들에겐 도대체 너는 그동안 뭐 했느냐고 주정하고 싶다 수업을 좀 더 잘하자고 하고 싶다가도 나도 그런 소린 듣기 싫었고 그런 잔소리 없어도 나름대로 수업 잘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학교장에게 교사로서 근무평점 잘 받아야 교감으로 승진하고 교육장에게 교감으로서 근무평점 잘 받아야 교장 할 수 있어서 교사로서 교감으로서 역할 다하다가도 저런 인간이 내 미래를 좌지우지한다는 생각에 빠지게 하는 인간을 만나면 치를 떠는 분노로 불면의 밤을 보낸 새벽엔 스마트폰의 통화 목록을 확인하며 안도한다 친구에게 술 한잔하자고 하고 싶다가도 술 마시는 것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어서 스마트폰 내려놓으며 속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를 가만히 생각한다 어쩌다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도 친하지가 않아서 대뜸 전화해서 만나자고도 못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없는데도 순간순간 불쑥불쑥 솟구치는 불안의 원인을 찾으려 애쓴다 그런 내가 더 불안할 때도 있고 그러다가 책이나 읽는 게 내겐 제일 큰 효능감이라며 베끼던 시집을 펼치며 만년필을 쥔다 지루하면 교직생활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지루한 책을 펼치며 뻑뻑한 눈을 굴린다 시간이 지나 하품이 밀려오면 책을 덮고 집 주변을 산책하며 오늘 참 잘 보냈다는 흐뭇해한다 오늘은 그렇게 하지 않고 아내와 수선화 보고 저녁에 해물짬뽕에 연태고량주 한잔하고 영화도 볼 것이다 양말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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