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5년 5월 20일

멋지다! 김샘! 2025. 5. 20. 12:43

  트로트를 좋아하지 싫어하지도 않는다. 텔레비전의 다양한 트로트 오디션이나 서바이벌 게임에 흥미는 없지만 그걸 배척하지도 않는다. 나는 트로트를 즐기진 않지만 남이 즐기는 걸 굳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에 트로트가 어린이들 층으로 파고드는 것을 우려한다. 트로트 가사는 농익은 삶의 감정이다. 삶을 어느 정도 산 어른이면 그 농익은 삶의 감정을 짐작할 순 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 어떻게 그런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단지 트로트 가수의 음색과 표정과 몸짓,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비롯한 주위 어른들이 부르는 것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다. 실제로 트로트를 실감 나게 잘 부르는 아이에게 가사의 의미를 물어보면 모른다. 어린아이가 가사와 곡조에 따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것을 부른 가수와 사람들을 실감 나게 따라 하는 게 신기할 뿐이다.
  이 신기한 현상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되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트로트 경연대회가 횡행하고 있다. 트로트 신동이라 불리는 일부 어린이들이 인기를 누리면서 너도나도 이 현상에 동참하고 있다.

  어린이의 감정 왜곡을 걱정해야 한다. 감정은 사회화의 결과이다. 사회화는 또래집단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래집단의 관계 형성으로 다양한 감정을 체화하며 공감한다. 그리고 직접 경험으로 다양한 감정을 체화할 수 없어서 또래집단의 문화 콘텐츠로 간접경험하며 공감력을 높인다. 어린이에겐 동요와 동화, 우화, 그림책, 자유놀이 등이 대표적인 또래문화 콘텐츠이다.
  확신할 순 없지만 우울한 어린이와 청소년이 날로 증가하는 건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이 나날이 또래집단에서 벗어나 파편화되어 공감력과 공감력에 의한 자존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서이다. 성장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박수받기 위해 감정을 화려하게 표현하는 감정 왜곡을 부추기는 사회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우울하게 한다.

  강변을 걷다가 지역 음악단체 주최 노래자랑을 잠시 보았는데 내가 본 참가자 모두가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었다. 부모로 추정되는 이들은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느라 여념 없고. 그냥 지나치기엔 그 장면이 너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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