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나라 초·중·고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우리 교육을 평가하는 유명인들이 싫다. 어제저녁에 즐겨 듣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한참 유명세를 달리는 이가 나와서는 수도권 유명 대학교의 학생들이 AI를 악용한 평가 부정행위의 대책을 말하면서, 현재 초·중·고에서 외우는 지식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AI가 가장 잘하는 것이다. 그래서 초·중·고의 암기 위주의 지식교육을 AI가 하지 못하는 감성과 도덕 교육, 창의성 교육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단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나?
그런데도 왜 초·중·고에서는 암기 중심의 지식교육을 해야만 하는가?
대학입시이다.
대학입시가 전체가 지식교육에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불공정하다며 수시보다는 정시 비율을 높일수록 지식교육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시는 일제고사라서 효율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객관식 문제가 주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일기에서 대학입시는 차치하고, 우리나라 초·중·고의 현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 초·중·고는 암기 중심의 지식교육이 아니라, 암기 중심의 지식 축적 노동을 학생에게 지루하게 강요하고 있다. 지식교육이라 함은 청소년에게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공통 교양을 길러 주는 교육이다. 그래서 암기의 노고가 지식교육이 되려면 곱씹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그럴 수 없고, 그럴 필요가 없다. 곱씹은 산출물을 요구하는 대학 입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을 주장하는 대책이나 제도가 오히려 초·중·고의 지식 축적 교육을 강화하여 시민으로서의 인간과 민주주의의 퇴행을 조장하는 꼴이다.
AI가 발달할수록, 올바른 AI교육은 지식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암기가 지식교육의 기초노력이다. 지금 초·중·고는 그동안 열린 교육, 창의성과 다양성 교육, 혁신교육 등의 유행 교육의 이데올로기를 강조한 나머지 지식교육을 등한시하고 있다. 유행 교육의 이데올로기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식교육이 필수였는데도, 지식교육을 유행 교육의 대척점에 있는 '악'으로 규정했다. 사회의 발전과 발달, 문명의 전환기에서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토론하여 변화를 제대로 응시하여 적응하고 진보하는 인간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유행 교육은 지식교육을 악마화에만 집착하며 퇴행했다. 그 유행 교육이 제대로만 되었다면 지금 새삼스럽게 AI교육을 강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 초중고의 문제는 학생 개인의 역량, 지역, 부모의 재력과 과한 노력으로 지식 축적이 불공정하게 이뤄져서 공부의 출발점에서 지식 축적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지식 축적이 되어야 지식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지식을 축적하려는 행위를 유발하는 동기도 부족한 사회이니 정말 학교는 난감하다. 여기에 이 난감한 현실을 타계하려고 각개전투를 벌이는 교원을 저격하는 교육활동 침해와 악질 민원이 더해졌다.
초·중·고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공적 기능을 상실했고, 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더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칠 수 없어서 학생들의 학원 시간이라도 맞춰주어야 하는 꼴이 되었다. 초·중·고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초·중·고의 지식교육을 탓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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