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일기(2026~)

2026년 5월 12일

멋지다! 김샘! 2026. 5. 12. 16:03

교장으로서 내 효능감을 높이는 건 퇴근 후에 동네를 걷다가 마주하는 어르신들께 인사할 때이다. 그분들에게 인사하면 갸웃 뚱하며 못 보던 분이네라고 한다. 초등학교 교장이라고 하면 굽은 허리 두둑! 하는 소리 날 정도로 얼른 펴시며 아이구! 몰라 뵈었다며 부끄러워하신다.

한 번은 이 동네 사람인지 물어서 원래부터 이 동네 사람은 아니고 사택에 산다고 했더니 안사람과 자식도 함께 사냐고 또 물어서 나 혼자 산다 하니 되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왜 그러냐고? 하셔서 직장이 멀리 따로여서 따로 산다니까 그래도 식구가 같이 살아야지? 하시며 되게 안쓰러워하셨다.

또 한 번은 요 위의 절에 사는 중이냐고 물으셔서 초등학교 교장이라고 했더니 냉큼 부끄러워하시며 학생 수가 몇 명이나 되냐? 고 해서 스물네 명이라고 했더니 아따! 그래도 좀 되네!라고 하셨다.

초등학교 교장을 가장 잘 대우하는 건 우리 동네 어르신들이다. 그래서 걷다가 밭일하는 어르신을 볼 때면 일부러 인사하곤 한다. 그러면 누구냐고? 묻곤 초등학교 교장이라면 얼른 이 먼데까지 와서 고상하신다고 하신다.

나는 기분 꿀꿀한 날 우리 동네를 일부러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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