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더십/신규교사 멘토링

잠자는 아이를 깨우자Ⅰ

멋지다! 김샘! 2013. 1. 5. 08:18

 수업시간이나 기타 학교생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학교폭력이나 왕따하고도 관련성이 없다. 모둠학습이나 역할분담 등에 자기가 맡은 일을 전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진전될 기미가 없고 오히려 배신감만 쌓인다. 

 한번 쯤 겪어 봤을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른 선생님에게 이야기해 봐도 특별한 묘안이 없다. 간혹 무서운 선생님 앞에서는 마지 못해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무서운 척을 해야 되겠다고 하지만 아이는 이미 알고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이들에게서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이 많았다면 여기서는 선생님에게서 그 원인을 찾을 것이다. 선생님을 나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된 생각과 선택의 관점에서 이해하면 좋겠다.   

 먼저 의욕이 없는 아이를 어떻게 발견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해 보자. 이전 학년도 선생님에게서 들어서 알게 되었는지, 본인이 아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는지를 생각해 보자. 만약에 이전 학년도 선생님을 통해 알았다면 이 아이와 다른 아이의 행동을 세심하게 비교하여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다른 아이와 똑 같은 행동을 하지만 선입견에 의해 이 아이에게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한가지 기준이 정해지면 그 기준에 의해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기때문에 다른 아이들도 쉽게 표현하는 단순한 거부 반응을 이 아이에게만 유독 심각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 형성된 선생님의 그 기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변화의 시작을 아이의 무기력한 행동에는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고 의욕적인 행동에만 의도적으로 칭찬해 보자. 아이를 칭찬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교사의 잘못 형성된 기준도 서서히 바뀔 것이다. 아울러 학생생활기록부나 기록하거나 다음 학년도 선생님에게 학생의 정보를 제공할 경우에는 자신만의 기준에서 형성된 정보가 아닌지를 냉철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학생을 지도할 때 흔히 하는 실수가 결과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것이다. 아이가 의욕이 없는 것은 선생님의 잘못 형성된 기준이거나 정말로 의욕이 없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업시간에 아이가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고 다른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면 안된다.

 6학년 담임을 할때 한 아이를 만났다. 책만 열심히 읽고 내용에 대해서는 기록도 말도 하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발표도 전혀 하지 않았고 억지로 시키는 것까지 거부했다. 모둠학습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청소시간에만 유일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데 이것마저 자기가 맡은 일이 끝나면 다른 아이들이나 담임에게 말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성적은 평균이거나 평균에서 약간 모자랐는데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 아이와의 대화가 우연하게 이루어졌다. 그것도 내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 화가 나서 말이다.

 점심시간에 책을 읽고 있는 그 아이에게 '너 책을 읽고 나면 내용을 기억하니?'하고 무시하듯 물었다. 엄청 자존심이 상했는지 '선생님!, 제가 내용도 모르고 책을 읽는 줄 아세요?'하는 것이다. 순간 '멍'했지만 '그러면 왜 읽은 내용에 대해서 물어보면 말을 하지 않았어!'하고 되물으니 책상에서 공책 한권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의 제목과 내용 느낌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아이가 의욕이 없다고 다른 것도 못할 것이라는 내 잘못된 기준이 아이에게 아주 큰 상처를 준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에 나의 잘못을 반성하고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좀 과할 정도로 아이가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읽은 책의 내용을 수업에 활용하는 방법도 지도하고, 의도적으로 아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질문하여 발표하게 했다. 그리고 교내외 독후감 쓰기대회에 참여를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그 아이가 나를 용서했기를 바라는 마음의 응어리로 남아 있다.  

 

 선생님은 완벽하지 않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실수를 한다. 무기력하거나 의욕이 없는 아이를 지도할때도 잘못된 정보에 의한 선입견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지, 무기력하거나 의욕이 없다고 아이의 다른 생활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를 잘 판단하여 지도해야 한다.

 더불어 그 잘못된 정보를 생산하는 선생님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거듭 모든 선생님이 이런 실수를 한다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