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태어나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무척 놀랐다.
어느 정신빠진 교육관료의 정신나간 소리라고 자조하며 해프닝으로 끝나기를 바랬다.
그러나 너의 씨앗은 순식간에 학교에 뿌려졌다.
너의 존재에 무지했던, 너의 존재를 무시했던, 너의 존재를 거부했던 첫해는
네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더니
따뜻한 희망의 햇살과 찬 겨울의 바람이 뒤섞여 시작한 3월에
너는 불신과 경쟁의 씨앗을 우리들의 텃밭에 뿌렸다.
하지만 잡초들의 거센 도전과 청산가리와 같은 고독성 탄압에 양심의 저항력을 길러온 텃밭에서
너는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러나 너를 낳은 분들의 인센티브와 무조건 수용이라는 초긍정의 비료를 맞은 대량생산의 넓은 평야에서
너는 피아노줄같이 가늘면서 강인한 생명의 뿌리를 내렸다.
너의 뿌리가 넓고 넓은 평야로 퍼져 나갈때 너를 키우기 위해 수시로 살포되는 고독성의 농약으로
너의 존재를 느낄 기운이 없었다. 아니 저항할 힘을 잃었다.
찬란한 햇살이 대지를 살 찌울 때 너도 억센 조선잔디를 비집고 올라온 클로버처럼 작은 꽃을 피웠다.
순백을 사랑한 나는 너의 예쁜 작은 꽃으로 왕관과 목걸이 팔찌를 만들며 치장할 준비를 하였다.
언니가 동생에게 예쁜 장신구를 선물 하듯 너도 내리사랑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너의 꽃으로 내 몸을 치장하는 사이에 사방에서 너의 뿌리에서 하얀꽃들이 올라왔다.
그 하얀꽃들은 또 다른 나의 몸들을 치장하기 시작하였다.
너의 꽃으로 치장한 수많은 도플갱어들이 서로 잘났다고 자랑질을 하려한다.
똑같은 꽃이여서 보통의 자랑질로는 이길 수 없다.
몰래 몰래 너의 꽃을 모아야 한다. 때로는 조선잔디를 죽이고 너를 키워야 한다.
조선잔디가 죽어간다.
죽은 자리에 어김없이 너의 꽃이 활짝 피었다.
그러나 악취가 난다.
경쟁과 불신의 악취가 난다.
그 악취를 맡으며 자란 내 몸에서도 악취가 난다.
아니 내가 악취가 되었다.
이제 악취의 거름으로 핀 하얀꽃이 생명줄에 붙으려고 한다.
달콤한 향기는 아니어도 구린내를 피하며 만든 생명줄에 악취의 혼을 얹으려 한다.
하지만 거부를 못하겠다.
하얀꽃만이 나의 생명줄을 연장시킬 유일한 것이기에 거부를 못하겠다.
소원이 있다.
하얀꽃들이 만발할 때 천둥번개가 쳐서 악취가 나는 하얀꽃들을 다 태우면 좋겠다.
그리고 꽃피는 봄이 오면 향기로운 알록달록한 꽃이 온 천지를 뒤덮으면 좋겠다.
나의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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