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모범공무원 표창을 받았습니다.
저를 잘 아는 장학사와 교감선생님이 적극 추천하여 받게 되었습니다. 신청을 한 후 한참동안 결과가 없어서 큰 기대도 하지 않았고, 받게 되면 앞으로 선생으로 살아가는데 얼마 만큼의 짐이 될지를 생각하니 후회도 좀 되면서 이왕 신청했으니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2014년 12월 31일에 결과가 공문으로 학교로 전달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축하 문자와 톡도 오고, 모르는 분에게서 축하 메일도 왔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즘은 공문이 해당되는 기관에만 발송되기 때문에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친구와 운동을 같이 하면서 은근히 자랑을 했습니다. 축하의 말과 함께 3년간 5만원씩 모범공무원 수당이 지급된다는 전혀 몰랐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모범공무원 표창을 받고 나면 학교 구성원들에게 한턱 내는데,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순간 머리가 좀 찌끈했습니다.
다시 몇일 뒤 아버지 제사가 있었습니다.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모범공무원 표창을 받은 것을 이야기하면서 수당도 있는데 그냥 밥 먹고 허비하기에는 표창의 내용과도 어울리지 않고, 모범공무원에 대한 포상을 '돈'으로 받는 것도 유쾌하지는 않다고 했더니 동생이 '나'를 위해서도 기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생각을 해 보겠다고만 하고 가족들이 다 돌아간 뒤 아내의 생각을 물으니 기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시원하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다음 날, 어디에 기부를 할까 이리저리 생각을 하다가 매월 유명한 봉사단체에 기부하는 것보다 교육, 문화적으로 소외된 우리 지역에 기부하는 것이 선생으로서 더 가치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합천군 교육발전 위원회에 미리 받게 될 수당 전액을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후련했습니다.
군청 담당자분께서 군청에 들어와서 군수님도 만나고 차도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자고 했지만 정중하고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다른 분이 보도자료에 필요하다고 사진을 요청하길래, '저는 사람이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얼굴이 알려지는 것은 불편하니 사진없이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거절했습니다.
친한 친구들 모임(지우회)이 있어서 좀 자랑을 했습니다. 축하와 함께 힘든 결심했다고 치켜 세우면서 한잔 사라고 하길래 한잔 사기 싫어서 기부했다는 농담을 하며 웃고 즐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진주교육대학교교육방송국(JBS) 동문회에 가서도 똑같은 이야기로 즐겁게 놀았습니다. 두 모임이 아닌 다른 어느 곳에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두 모임만이 제 개인적인 성향과 교육적 가치관을 잘 알아주고 이해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몇 사람은 기부하지 않은 다른 사람을 걱정하며 신중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식의 뼈가 있는 농담을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웃고 넘겼습니다. 진짜 기부한 이유를 밝히면 그 사람에게 무안을 줄까봐 그냥 농담으로 넘겼지만 그 뼈가 목에 걸려 몹시 불편했습니다.
다음날 군청에서 사진이 없으면 보도자료를 낼 수가 없으니 사진을 꼭 보내주면 좋겠다고 해서 학교에서 찍은 사진을 보냈더니, 몇군데 지방신문에 보도가 되어서 다시 이곳저곳에서 축하와 함께 뼈 있는 농담이 불편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신문은 교장선생님을 통하여 공적을 자세히 기록해 달라고 하길래 군청 보도자료만으도 충분하며, 신문에 보도되는 것도 원치 않고, 꼭 필요하면 기자가 직접 '나'에게 전화를 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원래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부를 하고 이름 석자가 신문 지면에 있는 것만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만족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돈'을 중심에 두는 보도에 '진짜 이유가'가 묻힐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신문보도도 '돈'을 기부해서 귀감이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보도자료를 남발하는 학교를 포함한 공공기관 덕택에 '갑'의 위치에 있는 지방신문의 안일함과 거만함에 동조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도덕시간에 아이들이 선생님은 기부를 해봤어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몇년 전부터 매월 조금씩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일도 선생으로서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대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두 아들에게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가족밴드에 신문기사를 올렸더니 '대단해요!'라고 아들이 답했습니다. 기뻤습니다. 지금도 기쁩니다.
개학해서 아이들에게 자랑할 것을 생각하니 선생으로서 너무 행복합니다.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한 투자였습니다.
그 투자 덕분에 행복합니다.
그리고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기부했지, '남'에게 칭찬받기 위해서, '남'을 불편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뼈있는 농담'에게 조용히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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