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언설

행복한 학교는 자존감이 만듭니다.

멋지다! 김샘! 2015. 5. 24. 09:27

 신규 선생님 두분이 학교생활에 대해서 조언을 듣고 싶다고 만남을 청했습니다. 먼저 조언을 구해온 것이 너무 기분이 좋았고, 학교 구성원들이 행복한 학교 문화를 만드는데 조그마한 바람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구성원들과 대화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형식을 내세우지 않는 다양한 대화방식으로 행복한 학교 문화 만들기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과는 다르게 여러가지 사정이 생겨서 미루다가 힘들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신규 선생님들이 하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선생님들끼리 교실에서 만나지 마라'

 '모르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선생님들끼리 이야기 하지 말고, 나에게 물어보라'

 '몰라서 물어보면 그것도 모르면서 선생하느냐?'

 '한달에 한번 술을 같이 먹자'

 '학부모와 술먹는 자리에 동석시키기'

 '술값 내는 것으로 학부모와 실랑이 벌이기'

 '운동장 패인 곳 삽으로 메우게 하기'

 '업무는 집에 가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 등

 한 관리자가 신규 선생님들에게 시키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 신규선생님은 임용고사를 다시 볼 생각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선배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괜히 나서서 찍히기 싫다.', '다른 학교에서도 다 그렇게 한다.', '너희들 같이 일 못하는 신규 선생님들 처음 봤다.' 등으로 구석으로 더 몰아 세운답니다. 이 이야기가 신규 선생님들만의 주장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니 더 충격적인 이야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인권과 법적인 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어서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선생님이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를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엄친아'처럼 근거없이 비교당하는 것에 마음에 상처를 너무 받는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모든 학교생활인지를 물었습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되는지도 함께 물었습니다.

 그 관리자에 대한 대처는 참고 견디기 보다 예의를 갖춘 품의있는 태도로 냉정하게 요구하고 당당하게 주장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절대로 목소리를 높이거나 욕설을 하거나 위압감을 주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다고 고쳐질 관리자가 아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그 관리자와 생각이 다름을 분명히 밝히는데 만족하라고 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끼리 자주 모여서 의견을 공유하고, 동료 선생님의 용기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고,  맛있는 음식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함께하며 악한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스트레스를 선한 사람들을 통해 치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활동을 남이 먼저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살이 떨리는 일이겠지만 작은 것부터 실천하여 다른 동료와 용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무리하며 다른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 두가지 조건은 열정과 전문성인데 선생님에게는 아이들에 대한 열정과 가르치는 것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여 선생님으로서의 동력을 잃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헤어지고 집으로 오는 길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몇일 뒤 스승의 날에 친한 친구와 동네 막걸리 집에서 자축을 했습니다.

 친구가 마음이 좀 상해 있었습니다. 업무에 대한 불만과 후배 선생님과 교감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학년 초에 경력에 맞지 않은 업무를 준 것에 다소 불만이 있었지만 꿋꿋이 처리해 나가고 있었는데, 이번 일은 선생님 전체에 해당되는 일이라서 선생님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처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무를 하는 후배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이것을 묵살하고, 심지어 담당자의 의견도 묻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추진하더랍니다. 그래서 교감에게 따졌는데, 처음에는 왜 자기가 따지는지도 알지 못하더랍니다. 결국 퇴근 무렵에 교감이 사과하여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이 일을 겪으면서 후배 선생님의 '반말 같은 말투와 건성으로 듣고 무시하는 말투', '담당자를 무시하는 교감 선생님의 일방적인 업무 처리', '경력에 맞지 않는 업무 배정' 등에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원로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나면서 왜 꼭 승진하라고 이야기하는지를 알겠더랍니다.

 물론 학교의 업무에는 경중이 없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경중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력이 높은 선생님들의 지혜가 필요한 업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과 판단을 해야 할 때 많은 경험으로 얻은 지혜로운 선생님의 의견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한 분야에 전문가적인 자질을 가진 경력이 많은 선생님의 조언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관리자와 후배 선생님은 이런 분들의 의견을 듣지 않습니다. 심지어 의견을 제시해도 무시하거나 덜 전문적인 학교 외부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업무와 가르치는 일도 하기 싫은 존재로 예단하여 참여와 소통의 경로도 차단해 버립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예우라고 착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력이 높은 선생님은 상처를 받습니다.

 형식적인 '존칭'을 사용한다고 존중하고 예우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활동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배려하는 것이 아닙니다. 능력과 지혜를 빌리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 이분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입니다.

 

 학교는 두개의 방이 있습니다. 교무실과 행정실입니다. 방은 두개지만 교장실이라는 방 아래에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방 두개에 속한 구성원들을 관리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행정실은 아이들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행정적인 업무를 맡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무실의 선생이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듯, 행정실의 실장과 주무관 역시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행정 업무를 해야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각자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이 다릅니다. 그리고 이 전문성을 서로 존중하고, 필요한 경우 대화로 소통하면 충돌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로 학교가 탄탄해집니다.

 하지만 '자기애'가 학교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기애'는 자기 자신의 행위나 특질에 부당하게 큰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의 성격인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조금 치켜세워주면 금방 행복감에 젖어들지만,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경력이 높아지니 행정실의 업무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저절로 알게 된 것도 많고, 선생이 해야 될 일이 아닌데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잘못과 관리자의 무능력으로 어쩔 수 없이 알게 된 것도 많습니다. 때로는 행정실과의 마찰에 의하여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서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실장과 주무관들에게 먼저 아는 척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간혹 실수를 하더라도 심각한 것이 아니면 따지지도 않습니다. 몰라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고 존중하는 차원입니다. 그리고 행정실에서 당연히 해야 될 일도 부탁하는 형식으로 요구합니다. 이것 역시 서로가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에는 행정실에서도 똑같이 배려와 존중의 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교무실과 행정실이 친근해지고 이로 인해 학교가 행복합니다.

 그런데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잘 대해주면 잘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잘 대해줘도 자기가 기분이 나쁘면 잘 해준 사람들에게도 무차별 공격을 합니다. 자기의 실수를 전혀 인지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자기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 사과할 줄도 모릅니다. 황당합니다. 행정실에서 행정실의 업무를 잘해서 존중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교장실과 동등하다고 착각하여 선생에게 행정업무를 전가시키고 군림하려 합니다. 교장실이 제 역할을 못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사소한 것에도 교무실과 행정실의 갈등이 반복됩니다. 행복한 학교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행복한 학교에 꼭 필요한 자존감이 상실되고 있습니다.

 '자존감'은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입니다. 상황에 따라 변하지 읺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고, 실패와 성공을 객관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능력입니다. 나의 가치에 대한 긍적적인 신념이며 자신에 대한 신뢰입니다. 스스로 자신을 인정할 줄도 알고 용서할 중도 알며 실패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아 발전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투자하는 힘입니다.-교실속의 자존감, 조세핀 김 지음, 비전과 리더십

 자존감이 상실된 자리에 정체성의 부재, 비교당하는 자존심, 갈등을 유발하는 자기애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치유하지 않는다면 날카로움이 서로를 찔러 고통이 영속되는 학교생활이 될 것입니다.

 선생님으로서 정체성을 잃고 있다면 목표가 있는 아이들과의 교육활동으로 자긍심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과 함께 노력하여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작은 자긍심을 맛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자긍심이 업적에 대한 순간의 성취감이지만 차곡차곡 쌓인다면 가르치는 기쁨에서 선생님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도 자존심의 상처를 자주 입게 되면 자존감을 상실하게 됩니다. 의미없는 비교, 무례함, 지위에 의한 간섭, 잘못된 배려에 의한 배제와 무시, 검증되지 않은 선입견에 의한 예단 등에 의해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나는 완벽하지 않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머리속에서 항상 꺼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자기가 실수한 부분,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기분을 나쁘더라도 '나는 완벽하지 않다.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실수한다.'라고 되뇌이고, 지적한 사람에게는 실제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먼저 하면, 지적한 사람이 오히려 더 오해없이 받아줘서 고마워 합니다. 상처를 주는 사람에서 치유하는 사람으로 서서히 변화됨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당신과 똑같이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자존감이 상실된 학교에서 행복을 찾기는 힘듭니다. 자존감을 높이는 노력들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