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를 하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고등학교 학생회장을 대상으로 리더십연수를 하는데 진행요원으로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하나는 초등학교 선생이라 고등학생이 대상인 것이었고, 또 하나는 웬만하면 교육청 관련 일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교육청과 사사로이 얽히는 것이 용감한 선생을 하는데 방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답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힘들면 다른 선생님을 알아봐야 한다는 힘빠진 친구의 이야기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몇일 뒤에 진행요원을 대상으로 하는 협의회가 있었는데, 시작 전에 친구가 따로 리더십 연수 전체 진행을 책임지고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서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진행요원 중 다른 한 분이 이 연수에 굉장한 애착심을 드러내며 과거에 본인이 해 본 경험이 있음을 강조하며 협의회를 주도하였습니다. 현실을 무시하고 형식에 치우친 이벤트적인 요소가 있어서 반대의견을 적절히 제시하며 목적에 맞는 연수회 준비를 강조했습니다.
협의가 끝난 후 친구에게 고등학교 선생이고 경험도 있고 애착심이 많은 분이 총진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의견과 열심히 돕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더니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몇일이 지난 뒤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총진행을 맡아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리둥절하여 경험과 애착이 있는 분의 이야기를 했더니 사정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총진행을 맡겨 되면서 연수를 위한 사전 준비, 현재까지 준비사항, 진행절차, 연수장소 사전 점검 등에 대하여 체크를 하였습니다. 특히 연수장소가 걱정이 되어서 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마이크 시설을 비롯한 여러가지가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원만한 진행이 이루어지도록 시설을 보충하겠다는 약속이 이루어져서 안심을 하였습니다.
연수를 몇일 앞두고 최종 점검을 위한 준비위원 협의회가 있었습니다.
점검과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상적인 의견과 과거의 경험담을 앞세운 '본인 내세우기', 다른 참여자의 관심과 능력 알기는 외면한 체, 자신이 판단한 자기의 전문적인 능력을 기준으로 가르치려는 태도는 리더십을 진행하는 요원으로서 부적절했습니다.
그래서 이 연수의 가장 큰 목적은 연수를 마친 고등학교 학생회장들이 경남고등학생회장단을 구성하고 나아가 고등학생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건강하고 건전한 역량을 기르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성장이 이루지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역시나 교육청에서 예산을 확보하여 어떤 과제를 학생회장단에 던져주고 해결해 보도록 하면 된다는 식상한 의견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법을 선택하여 실행할 때 진정성 있는 참여가 이루어지고 이것이 지속성의 원천인데, 어른들이 인심 쓰듯 던져주는 정책은 학생들의 자발성을 발현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만다는 반론을 제기하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 주축이 된 준비위원들의 마음을 대충 알았습니다. 고등학생회장들의 리더십 역량 강화가 목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본인들만의 전문성을 뽐내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문성이라는 내세우는 것이 분임토의를 위한 토론법이고, 과거의 경험담 자랑이었는데 토론법 모르는 선생이 어디 있으며, 자랑거리 없는 선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친구가 총진행을 내게 맡긴 이유를 알것 같았습니다.
등록부터 퇴소까지 꼼꼼한 시나리오를 작성했습니다. 수시로 친구와 연락하며 발생 가능한 사안에 대해 토의하며 해결책을 강구하였습니다.
연수회 당일 연수장소에 도착하니 교육청 직원과 친구의 등록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을 보면서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평소 남들이 힘들어 하고 어려워하며 회피하는 일을 걱정보다는 부드러운 말투와 체계적인 접근법으로 해결하는 친구를 또 한번 닮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준비위원들과 교육청 직원들의 협력으로 등록 준비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입소식 말미에 생활수칙을 이야기하며 상식적인 수준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하자와 리더로서의 최고 덕목인 솔선수범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사용도 협의회에서 논의된 대로 학생회장들의 자율에 맡겼더니 박수와 환호가 터졌습니다. 물론 이런 자율을 악의적으로 이용하지 말자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학생회장들 역시 우렁찬 대답으로 약속을 했습니다.
이어진 리더십 강사의 연수는 환상적이었습니다. 학생회장 모두에게 꿈에 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과 실천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강의를 하는 분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전문성과 열정을 가진 분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학생자치회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학생회장들이 많이 공감하는 내용들 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학교가 어느 누구만의 잘못이고, 어느 누구의 의지가 없어서, 어느 부류를 대변하기 위해서 그렇다는 것은 막연한 대립관계를 형성시킬 수 있다는 취지에서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의 수준으로 다른 분야를 폄하하는 것은 학생인권을 강조하는 강사로서의 자질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습니다. 학생 인권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 학생자치회에 대한 우수 사례를 소개하여 학생회장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자발적인 참여 의지를 고취시키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달콤한 말로 학생들의 민감한 뇌세포를 미혹시키는 선동가보다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는 운동가가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습니다.
분임토의가 시작되었습니다.
학생회장들이라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뭔가를 기대했습니다. 식상하지 않은 그 나이 또래의 신선함을 기대했습니다. 한편으로 기성세대에게 일침을 가하는 당돌함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큰 기대였을 뿐이었습니다.
제일 아쉬웠던 것은 정해진 시간에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문제해결 능력인데, 생각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리는 안되고, 발표를 위해 형식을 지나치게 꾸미고 싶은 욕심에 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분임을 지도하는 일부 진행 선생님도 학생들 탓만 하고 조력자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짜증이 났습니다. 토의 토론에 전문성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 선생님 조차도 시간 조정에 실패하고 문제해결 능력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있는 것에 짜증을 넘어 선 단계가 되었습니다.
분임토의가 자정까지도 끝나지 않았지만 분임토의실을 정리하고 숙소로 이동하도록 했습니다. 친구와 숙소에서 잠시 쉬고 있는 교육감과의 대화를 분비하고 계신 선생님께서 여러가지 시설 준비와 진행방법 의자배치에 대해서 의논하자고 하셨습니다. 꼼꼼하게 준비하는 선생님을 보면서 최선을 다해 지원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의문이 생겨서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냈습니다. 그리고 자리 배치가 다소 권위적일지라도 학생회장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무대위에 교육감 자리를 배치하고, 학생회장들에게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실제 진행을 소통 위주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진행을 준비하는 선생님은 모험이 아니고 가능할 것 같다는 논리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래서 내일 일찍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분임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기대한 것보다 잘되었습니다. 중간중간에 오디오 시스템이 말(?)을 안들어서 매끄럽지 못했지만 분임토의 결과에 만족하고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학생회장들의 패기가 좋았습니다. 어제 저녁 레크레이션에 보았던 다양한 끼와 재능, 분임토의 발표에서 느껴지는 패기를 학교에서 발산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공상을 잠시 했습니다.
교육감과의 대화를 위해 자리 배치를 했습니다. 안정위주로 진행하자는 의견을 낸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의자배치를 비롯한 대화 공간이 새롭게 탄생되었습니다. 진행 선생님의 새로운 시도와 안목이 놀라웠습니다. 꼼꼼히 계획하고 수시로 의논하여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선생님에게 존경과 더불어 깨우침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교육감과의 대화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연수 일정은 끝이 났지만 정리와 반성을 위해서 준비위원들의 협의회가 있었습니다. 고생했다는 형식적인 인사와 더불어 간단한 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말만하고 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분이 또 남탓을 합니다. 준비에 전혀 도움을 주지도 않았고 도움도 되지 않았으며 본인의 준비를 다 한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또 다른 토의와 토론에 전문성이 있다는 분은 바쁘다고 일찍 귀가까지 한 상태였습니다.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자칭 전문가인 것처럼 행동하는 가짜 전문가들의 얼굴 두꺼움을 보았습니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가짜 전문가들을 보았습니다.
지원하는 역할을 묵묵히 하는 것이 약하게 보였는지 조심성이 없길래 리더십 강사 자격증을 이야기 하니 슬그머니 말꼬리를 흐리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간사한 가짜 전문가를 보았습니다.
학생들을 위하고 동료를 위하고 교육을 위한다는 말만 앞세워서 사리사욕을 챙기는 가짜 전문가를 보았습니다.
언론매체마다 가짜 전문가들이 판치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검증되지 않고 임의로 편집된 괴팍스러운 정보로 대중을 현혹합니다. 가짜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조사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전문직 지위나 인기를 등에 업고 더 높은 인기나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하여 전문가 형세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지만 가짜 전문가는 돈과 인기를 챙깁니다.
교육에도 가짜 전문가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가짜 전문가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선동을 일삼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슬그머니 피하는 가짜 전문가들을 멀리해야 합니다.
검증하지 못하는 과거를 내세우며 타인의 잘됨을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가짜 전문가들을 측은함으로 일관해야 합니다.
교육의 발전과 성장보다 개인의 욕심에 눈이 먼 가짜 전문가들을 외면해야 합니다.
가짜 교육 전문가인 당신이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이기를 위해서 대중을 현혹하기 보다 곁에 있는 학생들과 동료에게 능력을 먼저 인정받기 바랍니다.
그리고 진짜 교육 전문가는 가짜 교육 전문가들에게 현혹되지 않고 묵묵히 내일의 수업을 준비하는 보통의 선생님입니다.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집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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