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관에서 체육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옆문 너머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과 가까이 가보니 부리가 뾰족한 새가 고개를 사방으로 돌리며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희한하게 울지도 않고 아이들이 손으로 만져도 불안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가까이 있는 나뭇가지에 올려 놓도록 한 후 교실로 돌아오고 있는데 한 아이가 새 이름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대충 '물총새'인 듯 했지만 꾹 참고 스스로 찾아보도록 했습니다.
조금 지난뒤 아이가 도서실에 좀 가겠다고 해서 이유를 물으니 새 이름을 도서실에 있는 책으로 찾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좀 놀랐습니다. 1학기 내내 궁금한 것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보다 도서실에 있는 책을 이용해서 해결하는 것이 좀 번거럽지만 기억에 오래 남고 찾는 재미도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지도했지만 한 번도 실천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난 뒤 아이들이 의기양양하게 교실에 들어오면서 큰소리로 물총새가 확실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동물과 새에 대한 책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왜 책을 읽고 나면 원래 자리에 두어야 하는지도 설명했습니다. 아마 우리 2학년 아이들은 책정리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골학교를 무척 좋아합니다.
시골학교 출신이어서 더 애착이 가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골학교는 도시학교에는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꾸준히 지도할 수 있고, 도시학교에서 일회성으로 끝나는 교육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아이들의 바른 습관으로 형성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서와 프로젝트 학습을 꾸준히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를 강조하는 이유가 시골학교 아이들은 도시학교 아이들에 비해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학교교육이 전부입니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학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기회가 덜 제공되어 같은 또래의 도시 아이들보다 폭넓게 알지 못할 뿐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면 이것 마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달아준다면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그 동력이 독서와 프로젝트학습입니다.
아이들에게 불편한 온갖 독후 표현활동을 뺀 담백한 독서활동을 꾸준히 실천하여 지식을 넓히고, 호기심을 해결하는 프로젝트학습은 공부하는 방법을 습관화 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한된 학생 수, 수준이 다른 학생들, 모든 학년으로 구성된 모둠 구성 등으로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행착오 덕분에 새로운 배움도 생겼습니다. 프로젝트로 교과학습, 인성교육, 독서교육, 진로교육, 리더십 함양을 할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와 프로그램도 구안되었습니다.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작은 변화도 일어납니다. 가르치는 보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될 것이 있습니다.
시골학교에서 실적과 전시효과를 노린 교육활동은 예산 낭비와 함께 아이들에게 뛰어난 성장동력을 달아주지 못합니다.
시골학교는 방과후학교 외부강사를 구하지 못하거나 다른 이유로 인하여 해당학교 선생님들이 내부강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수당이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돈 욕심으로 내부강사를 하는 것은 아니고 학교 실적과 전시효과를 위하여 다양한 강좌 개설에 주안점을 두는 경우와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선생님이 순수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에 의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돈을 위하여 많은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선생님도 간혹 있긴 합니다만 현명하신 관리자분들에 의해 창피만 당할 뿐입니다.
실적과 전시효과를 위하여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기 위한 방과후학교 내부강사를 운영할 경우는 해마다 강좌가 바뀌거나 적은 수업시수로 인하여 실제적인 교육효과를 얻기 힘듭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컴퓨터 강좌, 일주에 두 번하는 영어 강좌로 어떤 효과를 얻겠습니까?
전문성이 있는 선생님이 내부강사를 하는 경우는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런 강좌의 경우는 교구가 대부분 고가입니다. 전문성이 있는 분이 해당학교에 계속 근무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전근을 가고 나면 고가의 교구들이 사장되고 맙니다.
하지만 접근을 달리하면 시골학교는 차별화와 특성화가 가능합니다.
얼마든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단계별 연속지도가 가능합니다. 지금도 특정 시골학교의 경우는 이렇게 실천하여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관리자의 의지가 절대적입니다. 아이들을 희생시키고 학교를 희생시키는 실적과 전시위주의 교육활동으로 권위와 명예를 얻기보다 오랜 교육 경험에 의한 지혜를 발휘하여 아이들의 지속적인 성장에 맞는 학교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관리자가 바뀌더라도 아이들에 의하여, 선생님들에 의하여, 학부모님들에 의하여 시스템이 멈추지 않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새로 부임하는 관리자도 개인의 욕심을 위하여 시스템을 허물기보다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수정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당연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관리자의 성향과 관계없이 학교를 시스템화 시키려면 교육공동체의 끈끈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학부모와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지역공동체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학교교육과정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교육과정이 수립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교육활동에 성실해야 합니다. 선생님은 보모와 다릅니다. 관리하기 위해 아이들을 도서실에 가두는 것은 선생님의 역할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가르치고 배우는 소통의 공간이 도서실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당연히 찾는 곳이 도서실이 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도서실이 스트레스의 공간이 아닌 힐링의 공간이 되도록 선생님이 노력해야 합니다. 독서활동을 비롯한 교과 수업외 활동이 안전하게 시간만 보내기 위해 지켜보는 활동이 아닌 선생님의 능력을 발휘하는 시간과 활동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시골 작은학교가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시골 작은 학교의 매력을 발산시키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교 구성원들의 사적인 욕심과 안녕보다 꾸준히 가르치고 배운다면 성장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화려한 산출물에 집착하지 말고 단순하고 담백한 실천 가능한 교육활동으로 시골학교의 매력을 발산시키면 좋겠습니다.
지금 도서실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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