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더십

아쉽습니다.

멋지다! 김샘! 2018. 9. 28. 14:26

교감으로서 교감에게 아쉽습니다.

상식과 맞지 않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국회의원의 입을 빌려서 부교장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많은 교사들이 교감을 부교장으로 명칭을 바꾸면 친근감 있게 서로를 이해하자고 할까요?
행정실 직원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고분고분할까요?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사와 교감 사이에 있는 투명하지만 견고한 벽을 허무는 작업이 우선이지 않을까요?
투명하고 견고한 벽을 먼저 깨려는 움직임이 우선이지 그나마 투명한 그 벽을 붉게 산화되는 철문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아쉽습니다.

학교장의 지참, 조퇴, 병가 등을 상부기관장의 결재를 득하도록 하는 것에 절대적으로 반대합니다.
반면에 교사들의 연가 사유 기입 생략에 반대하는 것에도 절대적으로 반대합니다.
교사들의 연가 사유를 교감이 알아야 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오히려 이유를 기록하게 한 현재까지의 예규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지 않았을까요?
관리자에게는 관대하고 교사들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교감들의 본능적인 마음들이 투명하지만 견고한 벽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아쉽습니다.

특별한 문서를 만들지 않아도 아무 탈이 생기지 않는데 굳이 정형화된 양식의 문서를 만들어서 시행해야 될까요? 더 나아가 잘하는 것이라고 자랑해야 되는 일일까요?
교감 업무 많다고 불평하는 현실을 거짓이라고 증명하는 것처럼 보여서 아쉽습니다.

학교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일일이 조직적으로 대꾸해야 될까요?
국민 청원게시판에 교원의 일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를 내세워 교원들의 41조 연수를 없애달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응할 필요가 있을까요?
설마 교육부의 관료가 그 정도의 소양이 없겠습니까?
엉뚱한 주장들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면서 정작 주위의 어려움 호소에는 굳은살이 박인 듯하여 아쉽습니다.

교감으로서 교사에게 아쉽습니다.

교감이 되어 놀란 일 중에 하나가 교사들이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뒤에 알았지만 잘 듣는 태도일 뿐 실제로는 잘 안 듣고 있었습니다. 교감되기 직전까지 내 생각을 주위 동료에게 이야기하면 잘 듣지도 않았는데 하루 사이에 변한 현상이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교감의 말에 귀 기울이는 만큼 동료들의 말에 더 귀 기울여 주십시오. 잘 듣는 태도보다 진정으로 듣고 의견을 나누십시오. 교사가 교사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데 누가 진정으로 듣겠습니까?
명예퇴직을 준비하는 높은 경력의 교사들의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학교 문화라고 합니다. 구조상으로 교감이 되는 교사보다 못 되는 교사가 더 많고, 아이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자랑스럽게 평교사의 길로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의 정당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학교 문화라면 학교의 올바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추석을 앞두고 학년별로 끼리끼리 관리자에게 명절 인사를 나누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제기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응수할까 하려다가 숨 고르기를 한 후 정리하는 것이 낫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갑자기 학년 단위로 추석 인사를 하러 와서 벌떡 일어나 추석 풍성하게 보내시라고 했습니다. 어색했습니다.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론 미리 추석 인사하러 오지 말라고 할 것을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것 또한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 명절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명절 인사받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안 하고는 교사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진심으로 인사를 하고 싶은 분이 있는데 학교에서는 하면 안 된다고 정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요?
잘못된 학교 문화의 많은 분이 관리자들에 의해 양산된 것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학교 문화의 모든 것이 관리자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나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아닐까요?
나쁜 학교 문화를 바꾸는 일은 나의 작은 움직임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교감이 교감에게, 교감이 교사에게 아쉬웠던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교감과 교사 사이에 있는 견고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을 더 견고히 하는 일보다 그 벽을 깨뜨리는 작은 일들을 함께 실천합시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
#물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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