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더십

나의 옆반 선생님이 참 자랑스럽다.

멋지다! 김샘! 2019. 5. 20. 09:43

1. 담임 배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학교인사위원회에서 담임 배정이 다 끝난 이후에 어떤 선생님이 한 말이다. 그것도 자신의 담임 배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년의 담임 배정에 문제가 있음을 제기했다. 학교 사정과 어떤 특별한 아이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새로 전입한 선생님에게 그 아이의 담임을 맡긴 것이다. 선생님과 아이가 동시에 불행해지는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지금 그렇게 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어차피 그 아이를 맡을 선생님이 있는가?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담임 배정을 다시 해야 된다는 등의 뾰족한 바늘들이 피부를 찔렀지만 해결보다는 문제 있음을 지적하고 싶었단다.
교무실에서 인사위원들과 해당 선생님들이 이 문제로 퇴근 시간을 넘기면서 옥신각신 했지만 예상한 대로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잘못한 담임 배정이 발표되었다고 한다.


새로 전입한 선생님이 감동했단다. 정년을 일 년 앞두고 있지만 이런 학교는 처음 봤단다. 이런 선생님은 처음 봤단다. 지금까지 어떤 학교의 어떤 이도 동료 교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협의하는 상황을 처음 겪었단다. 옥신각신하는 동안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그 감동의 상황을 끝까지 지켜봤단다.

학교 분위기가 바뀌었단다.
선생님이 선생님을 돕기 시작했고 학교의 교육활동에 너나없이 참여하는 분위기로 변화고 있단다.
관리자도 선생님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단다.

2. 저는 힘들어요!
행복학교 컨설팅을 시작하며 자신의 현재 마음 상태로 그림 속의 인물을 선택하라고 했단다.
모든 선생님들이 웃고 즐기고 어깨동무하는 인물을 선택할 때 이 선생님은 매달린 인물을 선택했단다. 선택한 이유를 묻는 컨설턴트에게 속내를 털어냈단다. 이 선생님의 속내로 컨설팅이 시작되고 마무리되었단다.
다음 날 부장회의가 소집되어 다소 불필요한 컨설팅을 비롯한 업무를 줄이기로 했단다.

교감이 되기 전에 일 년 동안 근무한 학교의 동학년 옆반 선생님이 들려준 본인의 이야기다.
평범한 옆반 선생님이었다.
부당한 학교문화, 교육활동, 교육정책에 대해서 일 년 동안 꾸밈없이 토의하고 토론했다. 주장과 반론은 과감했지만 감정 상하는 일은 없었다. 학교의 부당한 문화와 교육활동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무람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른 신상의 불이익도 없었다.
학년이 마무리될 즈음에 관리자가 행복학교 신청을 하자는 의견을 제기했고 행복학교 신청을 위한 컨설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학교의 모든 상황이 행복학교 정신과는 너무나 멀어서 단호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오로지 행복학교 지원금만 염두하고 신청하는 것에 분개했다. 그리고 교감으로 승진되어  떠났다. 교장 선생님은 정년 퇴임을 했다.
다시 일 년이 지난 뒤에 그 학교가 행복학교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옆반 선생님을 만나서 그동안의 사정을 들었는데 변화된 것이 없었다. 왜 행복학교를 신청했는지 물어니, 그만큼 학교의 변화를 원하는 바람이 강했다고 했다. 선생님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선배 교사로서의 역할, 옆반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그 옆반 선생님이 학기초에 요동치는 심장을 억제하고 단박에 학교의 분위기를 쇄신했다.
평범한 옆반 선생님이었다.
타 시도에서 전입해서 이것저것 눈치 볼 것도 많은 선생님이었다.

부당한 학교문화에 분개하며 학교문화를 바꾸자고 주장하면서, 부당한 관리자를 조롱하면서 정작 행동은 어떠한가?
학교문화는 평범한 선생님의 학교의 평범한 상황-부당하고 불편한 상황인데 학교는 변화지 않는다고 포기하며 침묵하는 상황-을 예사롭게 넘기지 않는 작은 몸부림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옆반 선생님이 힘을 보탤  변화가 시작된다.
구조적으로 제도적으로 주어지는 학교 변화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에 의해 얼마든지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교사의 연대에 의한 학교의 변화는 뿌리 깊은 문화로 정착된다. 진정한 학교혁신이다. 주장한다고 문제제기한다고 신상의 불이익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치를 높이는 성장의 기회가 된다. 지레짐작으로 막연한 두려움으로 공허한 입속의 메아리로 남기지 말자.
단, 품위는 유지하자.

나의 옆반 선생님이  자랑스럽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내수업을간섭하지마라 / 김상백 
#착하게사는지혜 / 김상백 저


'학교 리더십' 카테고리의 다른 글

敬者緣을 希望하며  (0) 2020.01.26
나는 이런 교장이 되고 싶다.  (0) 2019.09.02
부족했다.  (0) 2019.04.08
반대파와 성장통  (0) 2018.10.21
아쉽습니다.  (0) 2018.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