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더십

敬者緣을 希望하며

멋지다! 김샘! 2020. 1. 26. 13:00

음력을 선호한다. 그래서 음력 1월 1일을  설날로 맞이한다. 그리고 설날이 남긴 온갖 추억을 되새기며 삶의 정도를 바라본다. 아내는 반대할지 몰라도 지금의 돈에 만족한다. 이 정도면 먹고사는데 지장 없고 지금보다 적으면 돈을 갖기 위한 걱정으로 소소한 삶을 파괴하며 쫓을 것 같아서 싫고 그럴 리가 없겠지만 더 많아지면 엉뚱한 욕심들이 소소한 삶을 파괴할 것 같아서 싫다.
짜증 내며 모시고 있지만 어머니가 그래도 건강하고 - 물론 안내가 나보다 훨씬 고생한다. 두 아들 내 마음 같지는 않지만 잘 자라고 있고, 아내는 늘 동반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이 행복하다. 약간 불행해진다 해도 이겨낼 면역력이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설 일주일 전부터 심한 감기몸살에 걸렸었다. 아파도 좀처럼 표현을 하지 않고 병원도 잘 가지 않아서 아픈 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일주일 전 모임에서도 아파 죽겠는데 얼굴 좋다고 진정으로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아서 몸이 안 좋다고 했더니 엄살 부리지 말란다. 설 이틀을 남긴 모임의 음식이 잘못되었는지 작은 설날 새벽부터 몸에서 물만 나오고 열도 나고 배도 아프고 머리가 굉장히 무거웠다. 대대로 해오던 집안 청소를 하지 못하고 내내 누워있었는데 여러 가지로 바쁜 아내에게 정말 미안했다.
설날에 아무렇지 않게 겨우 일어나 차례를 지내고 양쪽 산소에 성묘를 다녀왔더니 감기몸살은 멀어졌고 그렇게 많이 나오던 몸의 물도 잦아들었다. 저녁에 잠시 아내와 강변 산책을 하고 텔레비전 영화를 같이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 가족의 명절 전통은 영화를 가족과 함께 보는 것인데 큰 아들이 군대에 있어서 설 전날에 하지 못하고 특별 휴가를 나오는 월요일에 함께 보기로 했다.

잠을 자려는데 갑자기 잠이 오지 않았다. 자연적으로 생각이 이런저런 곳으로 옮겨 다니기 시작했다. 통제가 되지 않아서 어디까지 흘러가는지 내버려 두었더니 학교생활에 다다랐다. 언젠가는 정리가 되어야 할 것 같아서 이참에 뼈대를 세우기로 했다.
교감 이 년을 하고 제대로 된 교감이라고 내세우기는 힘들겠지만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 평범하지 않은 삶을 교감 일기로 고스란히 남겼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새 학년 맞이 워크숍에서 내가 가진 생각을 꾸미지 않고 차분히 전달할 것이다. 그동안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생활하다 보면 알겠지라는 소신이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잘 몰라서 여러 가지 오해를 낳았다. 그래서 올해는 나의 교감관, 학교생활, 수업, 학교문화 등에 대한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담백하게 미리 이야기할 것이다. 관점의 차이일 수 있어서 언짢아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의치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다른 이들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다. 남에게 인정이나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반대면 기분이 나쁜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인정이나 칭찬은 진정성이 깔려 있어야 한다. 적당하게 구슬려서 사익을 추구하는 인정이나 칭찬에 함박웃음 짓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이기고 지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대화를 할 때 내가 가지 패를 전부 공개한다. 그러고 나면 잃을 것이 없어서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데 상대방의 대화 기술과 의도를 훤히 알 수도 있다. 간혹 악의로 가득 차서 이기려는 대화법을 줄기차게 시도하는 분들이 있는데-아니 거의 다 그렇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꾹꾹 눌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예전에 책 몇 권 읽고 그것도 자기 개발서 몇 권 읽고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얼마나 까불었던가? 내가 그랬는데 남들이 그렇게 하지 마란 법이 어디 있는가? 요즘 그렇게 까불었던 분들 만나면 괜히 미안해지고 같은 자리에 앉게 되면 그때를 소환하여 웃으며 정중하게 사과한다.

이렇게 시작했으니 마저 정리해야겠다.
인간으로서 미움받더라도 교감으로서 꿋꿋이 할 일 할 것이다. 교직원들 믿을 것이고 웬만한 결정권 존중할 것이다. 다소 욕심 낼 것이 있어도 참고 참을 것이고 조언을 구하면 반갑게 덧붙일 것이다. 하지만 법령, 지침, 규정, 매뉴얼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특히 도덕성,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역행하는 학교 문화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명징한 모습 보일 것이다. 교감으로서 거부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할 것이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교감이 교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다만 삶에 대한 정체성, 정치를 대하는 생각들은 존중하겠지만 본인이 져야 되는 책임도 알려줄 것이다.
현재 하는 교감 업무보다 많은 업무 요구하면 이유를 설명하며 거절할 것이다. 대신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하면서 시간이 되면 힘든 교직원들 도울 것이다. 그리고 교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정중하게 물어오면 그동안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진솔하게 대답해 줄 것이다. 교직원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죄스러워하는 교감되지 않을 것이다. 교감이 어떤 일을 하는지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그래도 끝이 없으면 조용히 당신이-극존칭- 교감되어서 바꾸라고 할 것이다. 너 나은 학교를 열망하는 교사가 그런 요구를 하기 때문에 교감되면 그렇지 않은 교사보다 더 나은 학교가 될 것이다.
교사들끼리 기계적으로 수업 시수 나누어서 남는 시간을 수업하라고 요구하면 기분 나쁘게 거절할 것이다. 작년에도 분명하게 이야기했지만 내가 의도하는 수업을 하고 싶지 적당하게 인기 얻으려고 흔히 도와주는 수업하지 않을 것이고 특히 학년마다 과목마다 중요도에 따라 시수가 다른 것이 당연한데 몇 시간 수업이 하기 싫어서 억지로 갈라붙이고 떠넘기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얼마나 주장과 모순되는 교사의 삶인가? 내가 하고 싶은 수업 협의해서 보장되면 어떤 탓도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교사들에게는 수업 열심히 하는 교감이 있다는 것이 마냥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결은 요청하면 언제든지 참여할 것이다. 작은 학교의 꿀맛인 전담시간이 빼앗긴다면 하루가 정말 피곤함을 안다.
경력이 많은 교사 존중할 것이다. 모두 다 공감한다면 업무, 학년, 수업 시수 교장 선생님과 협의하여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나이가 들면 체력이 고갈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인간이다. 교사라고 해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대신 그분들은 많은 지혜를 가지고 있다. 그 지혜들이 공유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유 불문하고 승진을 하지 않겠다거나 거부하는 교사들에게 부탁한다. 교감이나 교장을 대하는 것만큼 경력이 높은 평교사들 인정하고 존중하시라.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여 지혜를 받아들이시라. 교감, 교장이 못마땅하여 승진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당신들의 미래인 그분들을 존경하지 않는가? 왜 그분들에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철인이 되기를 요구하시는가? 그런 이중적인 태도 때문에 뒤늦게 승진에 목매어 학교를 불행하게 하지 않는가? 경력이 높은 분들에게도 부탁드린다.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한계를 가지고 무조건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화가 나면 교감이나 교장에게 풀어주시면 교육계의 선배고 전문가로서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이다.

올해는 신념이 다른 친구의 일을 도와야 하는데 잘하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제대로 돕겠다는 마음뿐이다. 간혹 나와 생각이 다른 저 사람을 내가 왜 돕는지 이해를 못하는 분들이 내가 변절(?)했거나 코가 단단히 꿰인 것으로 착각하는데, 이런저런 변명보단 그 친구도 나와 같이 우리 교육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한데 방법이 다를 뿐이며 오랫동안 서로 돕고 지낸 친구라서 돕는 것뿐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사상 충분히 존중하고 있으며 서로 선을 넘지 않고 각자의 영역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받고 있다. 걱정은 기쁘지만 본인만의 생각으로 편집하여 호도하지 않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할 수 없지만.

누군가의 걱정도 수용하여 비평보다 학교 미담을 많이 공유하는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센 글에 감히 '좋아요'나 댓글을 남기지 못하지만 일상에서 격려와 조심스러운 조언을 아끼지 않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네 글을 읽고 있다."는 책임감을 일깨워주신 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이자 대학시절의 미술과 선배님이고 사석에서는 형님이라고 부르는 분! 고맙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려는데 청소가 시작되어서 함께 하고 아내의 숙원사업인 LED 등에 갇힌 날파리들의 사체를 치우고 나니 땀이 삐질삐질한다.
빠뜨린 글에 대한 첨가 갈망도 있지만 무시한다.

글을 좀 더 간결하게 써야겠다.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데 나아지지 않는다.

읽고 쓰는 공부가 많이 부족하다. 
잘 채우는 庚子年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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