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언설

삶과 앎, 그리고 지식

멋지다! 김샘! 2020. 5. 11. 12:19

가르쳐야 할 내용이 정해지면 주변 사물을 학습자료화 한다.
그런 수업은 교사인 나에게는 큰 만족을 학생들에게는 다른 수업보다는 만족감을 준다. 그런 수업을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살아가는 주변의 환경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실의 실험기구, 시약, 관찰이나 관측기구, 도서실의 있는 책들을 훤히 알고 있다. 긴급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탑재된 웹사이트 훤히 알고 있고 아이디와 비번도 잊지 않고 있다. 웬만한 체육기구 잘 다룰 수 있고 어설프지만 시범도 보인다. 학교를 옮기면 처음 하는 일이 학교 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어느 구석진 곳에 어떤 동식물이 자라고 있는지, 심지어 어디에 쓰레기가 가장 많은지를 파악한다. 더 여유가 생기면 학교 밖을 살피며 만나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하고 궁금한 것도 물어본다. 이 모든 것들이 교과 재구성의 원천이다.
학생들의 삶이 교과서의 내용으로 피어난다. 그들의 삶의 공간이 세상 어느 곳보다 의미 있음을 일깨워준다. 삶이 앎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앎의 방법이 어린날의 추억이 되어서, 고향을 떠나 있어도 고향을 생각하고 고향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고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돌아갈 마음의 공간이 된다. 진정한 지역 인재가 된다.

삶으로 앎을 자극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의 현재 삶이 목적이 아닌 미래를 위한 앎이 목적이다. 즉, 학생들의 지식을 신장시킬 목적으로 현재의 삶을 이용하여 수업을 재미있게 이끈다. 지식 없는 미래교육은 가짜다. 민주시민, 자기 주도적인 인간, 다 통틀어서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절대적이다. 지식이 배제된 그냥 재미있는 수업은 삶과 앎이 하나 되는 교육이 아닌 그냥 웃고 떠들며 즐겁게 노는 유희일뿐이다.
삶이 앎이 되는 학습방법은 문제 해결 과정으로 그 과정을 학생이 주도하도록 한다. 학생이 교사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앎을 알아가는 과정의 출발이 학생의 호기심이고, 그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법은 학생 스스로 찾고 힘들어하는 학생에게는 교사의 의도적인 발문과 그들의 질문이 중요한 역할이 되도록 한다.
해결 도구는 책, 사람, 인터넷이 주가 될 것이다. 책, 사람, 인터넷 순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한 책을 찾는 방법, 필요한 사람을 만나는 방법, 정보화기기와 스마트기기의 능숙한 사용법도 학생이 찾고 익혀야 한다. 필요한 책을 교사가 찾아주고, 만나야 할 사람을 교사가 지정하고, 산출물을 생산하는 정보화기기의 기능을 배제시킨 터치와 마우스로 검색하는 방법만을 알려주는 교사의 친절은 독이다.
수업방법은 학생들에게 불친절하고 거칠어야 되지만 수업 상황은 교사 머릿속에 치밀하고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 학생 개개인이 보일 온갖 경우를 상상하여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일제식 수업을 지양하는 교육을 주장하는 교사들이, 기존 교수-학습 과정안이 교사의 의도대로 수업을 이끌기 위한 주입식이라 비판하며, 수업 장면을 생략하고 학생 상태와 모둠 구성, 수업자의 의도를 강조한 교수-학습 과정안을 중요시한다. 이게 제대로 실천되려면 교사는 학습 내용을 학생들의 삶과 조밀하게 관계 지어야 하고, 이 관계로 발생되는 학생 개개인의 수업 장면이 사전에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그런 수업을 보지 못했고 역설적이지만 그들의 교수-학습 과정안의 의도와는 다른 그들의 이기를 위해 수업을 끌고 갔다. 그리고 수업에 대한 학생 관심도와 참여의 즐거움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와 기본이 등한 시 되거나 오개념을 더 형성했다.

교사가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지식을 늘이는 수업이 최고의 수업이다. 우리가 갈망하는, 학생들이 추구하는 행복한 삶에서 지식은 절대적이다. 그 지식을 부정하고 심지어 인간 성장의 방해 인자로 지식을 인식하는 태도는 인간 복리와 민주주의 후퇴를 가속화시킨다. 이러한 사고의 바탕에는 지식을 대학에 가기 위한 편협한 도구로만 생각하는 편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지식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원천이고 우리 삶은 앎의 원천이며, 앎들이 축적되어 체계화된 것이 지식이다.
이런 끊임없는 순환작용이 지식을 확장시켜 성장을 이룬다.

교사가 삶과 앎, 지식을 제대로 인지해야 선순환이 시작된다.
이런 의미에서 수업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당당하게 학력향상이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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