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에는 오직 본능에만 충실하고 싶어서 일기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 쉬는 날에 나보고 이래라저래라 하면 짜증이 온몸으로 드러나 주변을 불쾌하게 한다.
그런데 아내는 주변을 불쾌하게 하지 않으면서 교묘하게 나의 쉬는 날을 조정한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들이 본능적으로 쉬는 날의 원칙을 깨게 했다.
학부모가 자녀 교육에 대한 특별한 욕심이 없었을 때, 학부모들이 순박해서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았을 때 나는 그 자녀들을 어떻게 가르쳤나? 학부모의 불간섭, 관대함과는 무관하게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최선을 다했나? 아니면 적당하게 학부모의 불간섭과 관대함을 즐겼나?
얼마만큼 꾸준히 실천하고 있나?
실천하다가 조그마한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내 마음을 몰라주는 세상을 기분 좋게 탓하며 유쾌하게 포기하지 않았나?
꾸준한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 세상의 질타에 귀 닫고 고집만 피우지 않았나?
실천의 목적이 대의가 아닌 나의 체면이나 위신을 높이기 위함이 아니었나?
맹목적으로 참으면서 생긴 상처를 오롯이 내면의 힘으로 치유하며 이룬 성장은 무엇인가?
생활의 당파에 휩쓸리지 않은 벌칙으로 정의를 추구하는 삶이 비난받았을 때 , 그 비난을 극복하기 위한 배움과 성장이 있었는가? 없었다면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옳았는데 같은 시련이 닥치면 분간할 수 있을까?
끼리끼리 모여서 어떤 사람을 논하는 것이 사람이 하지 말아야 될 파렴치한 짓인가? 그 사람을 폄훼하지 않고 억지로 비난할 목적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삶의 방식과 지성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미술, 음악, 문학, 정치와 그 직업인들을 비평하면서 왜 우리는 그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나?
귓속이 심심찮게 간지러울 때마다 아내는 "당신 욕하는 이가 많은가 보다!"라고 말하며 웃는다. "사람이 사람을 욕할 수 있지? 다만 그런 말들이 내 귀에 안 들리면 좋겠다."라고 대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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