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0

2023년 6월 1일

소설 '제주 기행'2 카페라떼 2잔과 소섬빵 하나 주문했어요. 빵은 시간이 좀 걸린대요. 나무 의자가 엉덩이를 잘 받아줘서 생각보다 편하네. 이야! 당신 여기 앉아서 일출봉 한번 바라봐요. 소섬빵 아저씨가 쌓아놓은 돌탑 너머로 보이는 일출봉이 정말 좋아요. 잠깐만, 돌탑 옆에 있는 의자에 앉을 테니 사진 좀 찍어줘요. 오호! 사진이 정말 좋은데. 경주 십원빵과 같은데 소 모양이 찍혀있네. 그걸 몰랐어? 우도가 소섬이잖아. 시나몬을 얹은 라떼가 좋은데, 치즈 가득한 빵도 맛있고. 분위기도 쥑이고. 그런데, 사람들이 왜 안 들릴까? 걸어 다녀야만 만날 수 있는 가게인데, 전부다 뭘 타고 다니니 이런 가계를 볼 여유가 있겠어. 우리가 편안히 앉아 즐기면 차 한두 대는 설 거야. 두고봐. 오오! 봉고차 한 대 ..

2023년 5월 31일

소설 '제주 기행'1 여보, 여행가요. 제주도로 여행가요. 내사 학습연구년제이니 상관없다마는 당신은 학교 어찌하고? 연휴 마지막 날 돌아오는 비행기가 없는데 그다음 날 연가 내고 다녀오면 될 것 같아요. 이때까지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갑자기 왜 그래요? 그냥 그러고 싶어요, 책을 읽어도 머리에 남지 않고 글을 써도 집중할 수 없고 그냥 짜증이 온몸에 가득해요. 이러다가 누군가를 다치게 하겠고 그로 인해 나도 다칠 것 같아요. 그럼, 연휴에 맞추어 가까운 데로 다녀옵시다. 아니, 그냥 제주도로 가요. 제주도와 나 모르는 인연이 있어요? 지금까지 다녀온 걸로는 성에 안 차요? 한두 번도 아니고, 왜 무시로 제주도 가자고 그래요. 그냥 가끔 갑자기 제주도의 땅 여기저기를 밟고 싶어요. 굳이 따지면 돌..

2023년 2월 6일

교감 경력이 꽤 있는 다섯 명의 남자 교감이 개학을 앞두고 1박 2일 계획으로 만났다. 다섯 명은 교육대학교 같은 과를 졸업하여 나름대로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다. 방학을 이용하여 일 년에 두어 번 만나 정보를 공유하며 토닥거렸다. 그 덕과 운으로 순서는 다르지만 교감이 되었다. 교감을 한 이후로는 나누는 이야기가 학생 교육보다는 인사, 복무, 행정이 주가 되었다. 오늘은, 만나서 펜션 근처에 있는 소나무 길을 가볍게 걸은 후에 바닷가 친구가 가져온 회로 술잔을 여러 번 나눠 마시며 교장 연수 대상자와 교장 발령 이야기를 시작했다. 교장 발령을 기다리는 친구와 교장 자격 연수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친구 둘이 있어서 누구 할 것 없이 이야기하게 되었다. 교감 경력이 같은 데도 근무하는 교육지원청의 규모..

2023년 1월 30일

두 후배와 나눈 이야기를 윤색했다. #1 “형님! 눈은 좀 어때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아이고 참! 오늘 후배들과 모임이 왔는데 철수가 형님 카톡 프로필을 보고 형님이 어디 많이 아픈 것 아니냐며, 제게 아는 게 없는지 물어서 형님에게 전화하기가 뭐해서 형수님께 물었지요.” “아, 그래.” “조만간 연락할 테니 그때 보도록 눈 관리 잘하십시오.” “그래, 고맙다. 가능하면 그때 보도록 할게.” “철수가 전화 바꾸라 해서 바꿉니다.” “철수야! 그래 잘 지냈나?” “형님! 당장 프로필 바꾸십시오. 뭔 큰 병이 난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겁이 나서 전화도 못 하겠고……” “알았다. 나는 그냥 수염 난 내 얼굴이 나름대로 괜찮아서 올렸는데……” “수염은 안 보이고 다 죽어가는 얼굴만..

2023년 1월 28일

아내가 정기적인 모임을 하는 분들과 뮤지컬 관람과 친목을 위해 서울로 1박 2일 여행을 간다. 고속버스 터미널에 태워주면서 일행 두 분을 중간에 태워 가자고 했다. 내가 아는 분들이라 그러자고 했다. 한 분은 교사로 명예퇴직을 한 후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강사를 하고 있고, 한 분은 나름대로 학교 변화를 위해 애쓰는데 사실 학교 변화를 위해 애쓰는지 자신의 입신을 위해 애쓰는지 많이 헷갈린다. 학교 변화를 위한 지식과 지혜가 없으면서 학교 일을 다 안다는 자만만으로 자기주장이 옳다며 고집하는 이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가 이분과 모임 하는 것도 싫다. 중간에 두 분을 태웠다. "김 교감 우리까지 태워주고 고맙소." "아닙니다 나이 들수록 마누라 말 잘 들으려고요." "참 생각 잘했네." "선생님 요즘도..

2023년 1월 26일

초등학교 교감을 5년 하고 나니 특별히 더 쓸게 없어서 일기 쓰는 걸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일기로 인한 여러 사건을 떠올리니 허탈한 웃음이 먼저 났다. 초등학교 교감이 무엇을 하는 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초등학교 교감이 하는 일을 거르지 않고 쓰겠다고 다짐했다. 학교와 학교 근무자를 고려하여 사실에만 충실했고 나머지는 두루뭉술하게 썼다. 그런 의도와는 다르게 두루뭉술한 표현을 각자 해석하고 편집하여 공격했다. 마침 초등교감이 하는 물리적이고 현상적인 일을 충분히 쓴 상황이어서 학교와 교육에 대한 초등교감의 사유(思惟)를 드러냈다. 사회 일원으로서, 지식인으로서 초등교감의 위상 재고(再考)가 목적이었다. 덤으로 교직원이 교감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선을 걷어내어, 교육 변혁에 대한 진지한 고민..

2022년 2월 25일

유달리 길게 느낀 2021학년도 1월과 2월의 긴 터널을 벗어난다. 개인사의 터널을 털어놓으면, 큰집 족보 정리에서 우리 집은 빼라고 단호하게 말했고, 큰아들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친구들과 이사를 잘했고, 어머니와 아내는 ‘그래도 가서 도와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성화였지만 나는 그것도 대학 생활의 낭만이니 그냥 두라고 했다. 또 아들이 군대를 제대한 후부터는 독립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다. 둘째 아들은 9월에 전역하는데 휴가를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가오는 3월 말에 휴가 계획이 있다고는 하는 데 지켜볼 일이다. 개인 휴대전화가 있어서 걱정할 일도 없다. 아내는 이번에도 학교를 옮기지 못해 제법 먼 거리를 나와 같이 다녀야 하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야 한다. ..

2021년 9월 16일

태풍 ‘찬투’의 진로가 많이 바뀌어서 다행이다. 요즘 자주 이게 일기 거리가 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교감의 일상에서 세상을 보는 생각으로 옮겨왔는데,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뀔 때마다 위선의 수치를 떨치기 힘들다. 한 인간의 성장 과정이라는 변명으로 위안 삼지만 지저분해진 글을 쓴 후의 마음은 영 마땅찮다. 소설 가제 ‘로봇학교’ 의 초고를 탈고했다. 꼼꼼한 퇴고로 완성도를 높일 것이다.

2021년 8월 26일

내일이 2021학년도 2학기 개학일이다. 교장 선생님과 나는 하루 전날인 오늘 전 교직원 출근하여 개학 준비를 하라는 말을 아예 하지 않았다. 오늘 오든지 안 오든지 개학일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실행하면 되는 것이지, 이 정도의 준비를 위해 관리자가 미리 걱정하여 교직원의 출근을 통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오늘 전 교직원이 출근하여 내일 개학 준비를 다 하는 것이었다. 교무부장에게 출근하라는 이야기를 나 몰래 했는지 물었더니, 그렇지 않고 개학 준비를 위해 당연히 출근하는 게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래 맞다. 미리 걱정하여 강제하지 않아도 교사는 해야 할 일은 당연히 한다. 학교 전체가 놀자는 분위기 아니면 책무성이 부족한 소수의 교사로 전체의 자유를 강제하는 건 우리 수준에 맞지..

2021년 7월 22일

학교와 교사는 학생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하게 해야 한다. 감성적인 충동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에 대한 성찰 없이 이것저것 하다 보면, 학생에게 더 잘해주려는 선의가 성장의 지체로 이어진다. 우리가 흔히 하는 오류다. 내일이 여름 방학식이라 다들 여유가 있는 것 같았다. 2021학년도 1학기 마지막 교감 일기다. 여름 방학 중에는 특별한 일 없으면 일기를 쓰지 않을 것이다. 이번 방학 동안에 쓰다가 멈춘 소설을 꼭 마무리할 것이다. 알찬 방학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