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학교 62

2024년 2월 26일

올 겨울방학은 이상하게도 예상하지 못한 교감 업무들이 생긴다. 오늘도 그런 일이 생겼고 마무리해야 할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며칠째 불쑥불쑥 솟구친 상념을 털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기 쓴다. 교실에서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학생 성장이 아닌 자신의 만족을 위해 열정을 쏟은 교원들이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권위적인 교육행정 계급이 되어서 저지르는 학생들의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엄밀히 따져 학생들에게 적용조차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그 하위 계급이 그것이 옳다며 옹호하는 사이, 학생들은 수업의 잠으로 그것을 거부한다. 아니면, 잠자지 않는 교실을 만들겠다며 재미만 있는 수업을 고수하여 학원의 필요성을 깨우쳐 주었다. 현실 사회를 살아가는 현실 학생과 학부모의..

2023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에 맞춰 한 번은 소회를 남기고 싶었다. 아침 라디오 뉴스에서 교사 10명 중 8명이 교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최근 조사를 인용하며 날로 늘어나는 교권 침해와 학부모 민원을 원인으로 꼽았다. 덧붙이면 단순히 늘어만 난 게 아니라 교권 침해, 학교폭력, 아동학대가 얽혀서 그 책임을 교원에게 미루려는 교활함이 더해졌다. 교사로 처음 맞이한 스승의 날은 반갑지 않은 풍경이었다. 학생 조회에서 엎드려 절 받기로 카네이션꽃을 가슴에 달았고, 학교에서 강요한 학부모 주최 교직원 위로 회식에서 학부모의 노골적인 불만을 느꼈다. 그리고 내 책상에는 여러 선물이 포개졌다. 지금 생각하면 스승의 날에는 으레 카네이션꽃과 정성 어린(?) 작은 선물 정도는 괜찮다는 의식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해서 전면 ..

2023년 4월 28일

서로의 빈자리를 잘 메꾼다. 우리의 행복이다. 왜 책을 읽느냐고, 글을 쓰냐고, 자연을 찾느냐고 타박하지 마세요. 새책을 받아들면 모자람을 채우는 위안으로 뿌듯해요. 글을 쓰면 빚을 탕감받는 듯한 홀가분으로 짜릿해요. 자연에 묻힌 날은 막걸리 한잔하고 싶은 보람으로 가득해요. 좋은 걸 어떡해요. 아직은 그래요. 그게 좋아요. 마음이 진정돼요. 물욕은 없어요. 더 좋은 일이 생기면 그만둘게요. 타박하지 마세요.

2022년 11월 8일

행복학교로서 교육대학교 교육실습 협력학교인 학교가 있다. '2023 교육공무원 평정업무 처리요령' 책자를 보니 2023학년도부터는 좀 증가한 듯하다.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가 승진 가산점을 원하는 현장 교원의 굳센 의지를 어쩌지 못하는 형국이다. 행복학교의 세속화다. 나쁘지 않다. 교육 정책은 현장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행복학교도 구성원의 요구를 반영하는 개 당연하다. 현장을 반영한 유입과 교류의 세속화가 행복학교의 도약으로 이어질 것이다. 교사의 질이 수업의 질이듯 행복학교의 질도 구성원의 질이 결정한다. 과제는 세속의 목적을 이루려 유입된 사람의 전문성과 열정에 행복학교의 철학을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이들이 행복학교를 기술적이고 기계적으로 접근하면 행복학교 무용론이 현실이 될 것이다. 내가..

2022년 9월 20일

행복학교 교감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장소가 멀고 내용은 뻔하고 연수 수준도 맞지 않아서 가기 싫어하는 연수다. 행복학교 교감을 하면서 제일 스트레스받는데 이런 연수에 강제로 참석해야 한다는 거다. 오늘도 제일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을 남겨 두고 일찍 나왔다. 이유가 있었지만 정당하지는 않다. 사회자의 '잘 생긴 누구'를 소개하겠다. 예전을 전제로 했지만 교감을 '남자 젖꼭지'에 비유한 인용은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다. 성인지와 인권 감수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발언이다. 담백하게 직위나 직급, 하는 일을 안내하며 누구를 소개합니다 정도면 충분하고, 일 많은 교감들을 위로하고 싶었으면 '예전과 달리 교감의 일이 날로 늘어나서 고생이 많으시죠?' 정도면 깔끔하다. 아니면 더 좋은 소개와 인사말을 준비했어야 되고...

2022년 7월 20일

1학기 행복학교 교육과정 나눔의 날이었다. 학부모, 관내 희망 교원을 대상으로 나눔 했다. 평소 꾸준히 진실하게 진행한 교육과정에 학생자치를 접목한 수업을 나누었다. 우리 학교 교직원을 보면서 ‘제도와 정책의 완수는 사람이다.’라는 걸 확인받는다. 오늘도 그랬다. 대단한 분들이다. 우리 학교가 진짜 행복학교다. 참여한 교육지원청 장학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아져서 오해를 살 것 같았다. 현재 우리 학교 공동체가 부정적인 게 아니라, 익숙함을 고수하려는 저항을 극복하며 한 단계 도약하는 과정이 힘들다고 했다. 한 사람, 한 장면, 한 사건의 특수성으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자. 우상혁이 MZ세대는 맞지만 모든 MZ세대가 우상혁이 아닌, 우상혁은 우상혁 일뿐이다.. 아! ..

2022년 7월 18일

4차 접종을 예약해야 하는데, 마음이 많이 흔들린다. 무리하게 대출받아 지금 살 필요가 없는 집 사고, 주식과 코인에 투기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정책에 반대한다. 위험 부담을 안고 선택한 사항에 대해서 정부가 책임 지려하지 말고, 힘들지만 열심히 꿈을 좇는 사람들을 확실하게 지원하는 게 옳다. 빚내어서 성공한 그들이 일상생활을 어떻게 하는지를 살펴보면 그들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펴지 못할 것이다. 투기에 빠진 그들을 수렁에서 건져내는 것과 투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과 다르다. 그럴 수는 있겠다. 그들의 투기로 수수료를 챙기는, 이자 장사하는 금융 자본가들을 실컷 배 불리고는 투기에 빠진 그들이 회복 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그럴싸한 능력주의로 책임을 회피하려..

2022년 6월 27일

텔레비전을 부득이하게 바꾼다. 어떤 제품이든지 한번 사면 고장 나서 수리 불가능할 때까지 사용한다. 사양이 좋은 고급 제품은 사지 못하고 저가 제품으로 고가의 사양을 구현한다. 욕심은 많고 돈은 없고 돈을 버는 방법은 알고 있는데 선생이 하면 안 되는 일이라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 천만다행히 대학 방송국 경력이 선생을 하며 전기, 전자, 정보 기기를 다루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많은 도움은 되었지만, 발로 뛰며 장비를 구하고 좀 더 저가의 제품을 사기 위해 몇 시간씩 검색하고, 그렇게 모은 제품들을 일일이 조립하여 성능 테스트를 한 후 부족한 부분을 다시 채워서 원하는 교육자료를 만들었을 때의 희열은 지금도 가끔 생각나고 그럴 때는 뭔가 모를 힘이 솟구쳐 짜릿하다. 학습자료, 특히 동영상 콘텐..

2022년 4월 28일

2022학년도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 및 학부모 다모임이 있어서 늦게 퇴근했다. 학부모 다모임이 있는 날에 교육과정 설명회를 한 게 정확한 표현이다. 학부모들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 학교에 근무한 지 4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우리 학생들의 얼굴이 확연하게 달라졌습니다. 아침에 만나는 학생마다 쾌활하고 주고받는 인사에서 가족의 사랑을 느낍니다. 부모님의 관심, 교직원들의 전문성과 열정적인 실천의 결과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처음 우리 학교에 왔을 때는 어떤 이가 당신의 아이를 당신 학교에 데려올 수 있겠는지 물었으면 솔직히 데려오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애가 없어서 데려올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 대단한 학교입니다. 작은학교라는 이유만으로 주눅들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