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질의 흔적이 가득한 대문에,
그리움의 무게를 가득 실은 발길질 한 번이면,
대문의 주춧돌마저 나뒹굴겠지만,
긴 터널의 끝,
보이지 않던 상념 속의 희망의 구멍,
밝은 세상의 존재를 알리는 희미한 빛이 당도하는 구멍,
차근차근 당도하는 빛으로 뚜렷하게 확대되는 구멍,
예전처럼 이고 질 하늘로 연결되는 그 구멍,
그 구멍을 통과하는 기쁨을 맛 볼 날이 멀지 않았다.
조금만 더 버티자.
지금껏 그랬듯이.
코로나 19 대유행이 막바지다. 조금만 더 버티자.
두 군데가 훤해졌다.
주정차 단속 카메라와 속도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설치된 이후 학교 앞이 훤하다.
학교 담 밑에 헌 옷 수거함이 방치되어 있었고, 주변은 늘 재활용이 되지 분리수거의 흉내만 낸 쓰레기들로 골치 아팠는데, 6학년 학생들의 프로젝트로 면사무소에서 헌 옷 수거함을 수거하고 주변의 쓰레기를 치운 후 꽃배추 화분을 갖다 뒀다. 이것만으로도 훤한데, 아름답게 꾸며서 쓰레기가 얼씬하지 못하는 환경으로 바꾸는 6학년의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 중이다. 사실, 우리 학교로 온 후부터 이 장소가 계속 눈에 거슬려서 면사무소에 연락을 해서 바로 치우도록 할까로 생각했다가, 뜻이 통하는 교사가 발견되면 학생들과 문제 해결을 위한 융합형 프로젝트를 권하고 싶었는데, 어느 날 6학년 선생님이 공간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부분을 이야기해서, 기쁜 마음으로 내가 구상하고 있었던 프로젝트를 조금 나누었는데 나보다 훨씬 발전적으로 수행 중이다. 교육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삶에 실천하는 앎과 삶이 하나 되는 학습이다. 내가 좋아하는 교육활동이다.
프로젝트와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행복학교-경남형 혁신학교-의 학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를 하는데, 앎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의 연구활동이 학생들에겐 삶에서 배우는 재미를 선사하고 교사에겐 학생들의 재미가 일으킨 유쾌 발랄한 생기와 학생들의 삶을 재미있는 학습으로 연결시키는 전문성으로 보답되면 그 우려는 불식된다. 이렇게 추상적인 생각을 피력하긴 싶지만 교육활동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반 학교에서 하지 않는 행복학교 교사들의 노고가 필요한데, 그 노고를 조금 알기에 그런 교사들을 존경한다. 행복학교는 일반적인 교사의 사명감보다 한 차원 높은 희생을 요구하고 그런 희생이 학생들을 행복하게 한다. 행복학교 교사의 행복은 그런 학생들의 행복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원초적인 교사의 행복과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의 행복은 양립할 수 없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면 서로에게 꾸준히 불편한 마음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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