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중에는 일기를 좀 멀리하겠다는 다짐했는데, 며칠도 못 가서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일기를 쓴다는 게 교육자로서 부끄럽고, 그동안 내가 가졌던 교육부의 위상이 무너져 허탈하다.
만 5세 어린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교육의 본질인 인간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여러 연구를 한 결과라도 그것을 시행해야 하는 학교 현장과 그것을 지원하는 교육청과의 사전 협의,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 등의 설득 노력이 없었다면 민주 정부의 교육부가 아니다.
하물며 만 5세 어린이의 초등학교 입학 시행 이유가 의무교육 조기 편입에 따른 학부모의 교육비 경감과 1년 조기 사회 진입이라고, 그마저 교육청과의 사전 협의와 국민 공감대 형성 절차가 없었다면 교육부가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스스로 부정했거니와 민주 정부의 교육부가 아니라고 천명한 것과 같다.
특히, 교육부 장관이 음주 운전을 비롯한 교육자로서의 결격이 있음에도 임명되었다면 그것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교육 전문성과 민주적인 소통과 공감을 내세우는 게 인간의 도리로서 당연했다. 교육부의 위상과 앞날이 정말 걱정된다.
이와는 별개는 교육부의 만 5세 어린이 초등학교 입학의 부당성을 현장의 시의성으로 주장한다. 만 5세 어린이 조기 입학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초기에는 학부모의 호응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선호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어린이의 경우, 특히 나이가 적은 어린이는 한두 달의 차이에 따라 성장과 발달에 두드러진 격차를 보이고, 이후에도 이 격차가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유의미한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면 유치원을 의무교육으로 하면 된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면 여력이 충분하다. 부자 감세로 소득 격차 심화, 이로 인한 교육 차별로 사회 계층 이동 경직화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게 아니라, 자녀의 전 교육 기간을 국가가 책임져서 소통과 공감으로 미래 사회를 열어야 한다. 현재 만 5세의 유치원 교육과정에서 유아의 발달 정도와 학습 부담을 고려하여 한글을 깨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정책이 교육부의 비전문성에 의한 일관성 없는 모순을 드러낸 게 아닌가.
경제에 대해서 잘은 모른다. 하지만 인구절벽으로 경제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인간의 성장을 위한 학력 기간을 더 늘리고, 식생활 개선과 의학의 발달로 신체 능력이 월등히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50대의 퇴직을 종용하는 사회 분위기와 제도를 일신하여 퇴직 나이를 연장해야 한다.
나는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그들의 논리를 대변하는 정책을 반대한다. 토론할 가치가 없는 정책에 현혹되어 갈등을 일으키는 건 본질을 숨기려는 그들의 꼼수에 걸려 드는 것뿐이다.
지식인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우리 지역의 축제가 태풍에 의한 많은 비로 하루 만에 끝났다. 교직원과 학생들이 그동안 한 고생을 생각하면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아무리 혁신 신기술이 나와도 자연을 거스를 수 없는 인간 아닌가? 그리고 세상일이 뜻대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과정이 중요한 거고.
바람 참 많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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