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겸손하지 않아서 무던하게 겸손하자고 아침마다 다짐하고 다짐했다.
그런데 학교장이 되고 보니 개인적인 겸손이 기관장으로서의 권위를 실추하는 꼴이 되면 안 되겠다는 걸 느꼈다. 학교장에 걸맞은 대우를 하지 않는 걸, 교묘하게 실추시키려는 기관이나 기관장과는 행정적인 관계 이상의 관계를 갖지 않아야 한다는 걸 느꼈다. 따지고 보면 학교와 타 기관과의 관계에서, 타 기관에서 학교로 협조 요청하는 게 많지 학교가 타 기관에 협조 요청하는 건 드물다. 그것도 법령에서 타 기관이 학교에 협조해야만 하도록 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면 단위의 기관장 회의-사실은 기관장이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역시 학교장으로서의 권위를 실추해 가면서 참석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학교가 면 소재지의 경제와 문화생활에 기여하는 바가 커서 응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학교를 치켜세우라는 주장이 아니다. 마땅한 대우가 아닌 상식 이하의 무례를 감내하면서까지 참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학교 덕분에 이득을 취하는 이들에겐 학교가 중요한 고객임을 강조하고 고객 관리를 잘하라고 무던하게 말해야 한다. 그래서 누가 무례한지, 뭐가 잘못인지를 알게-본인들이 드러내놓고 인정하지 않더라도-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학교로부터 얻고 있었던 이득을 몰수하는 조치는 하지 않아야 한다. 사정을 모르는 지역민들이 결과만을 가지고 학교 탓하는 여론 왜곡에 휘말릴 필요까지는 없고, 후임 학교장에게까지 부담을 지울 필요도 없으며, 타 기관도 보편적인 기관장으로 바뀌면 관계 회복이 가능한 수위여야 한다.
툭 까놓고 얘기하면 학교 경영 잘하여 교직원에게 박수받고 떠나면 그만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 입에서 오물거리지 않고 어깨 한번 쫙 펴곤 과감하게 뱉을 것이다. 단 갈등을 유발하는 말하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안 되면 보란 듯이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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